당연한 것도 완전한 것도 없다

광덕산

by 김태민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이 나를 가장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가족과 연인 그리고 친구와 동료까지. 소중한 사람들이 주는 기쁨이 큰 만큼 그들이 안겨주는 고통도 크다. 작정하고 일부러 가슴에 상처를 내려는 사람은 없다. 의도하지 않은 말과 생각 없이 저지른 행동이 고통의 원인이 된다. 나이가 들면서 무던하게 넘기고 때로는 관용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통증은 무시할 수 없다. 가슴을 찌르는 고통에 적응할 수 있은 사람은 없다. 어른이 된다고 몸과 마음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서투른 나는 마음이 자주 아팠다.


한 때 불가의 가르침을 담은 책을 가까이했다. 인연에 연연하지 않는 마음을 배우고 싶었다. 책에서 읽은 문장이 안겨준 감동과 깨달음은 큰 위로가 되었다. 도시의 십자가 아래서든 깊은 산속 대웅전 앞에서든 진리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서있었다. 관계에서 오는 고통은 모두 당연하다는 집착에서 비롯된다. 가족과 부모 그리고 자식 오래된 친구까지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므로 한결같은 확실함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확실하지 않아서 불안한 것이 아니다. 확실한 것은 애초에 이 세상에 없으므로 불안에서 벗어나야 한다.


K35718 <광덕산> NFT digitalart 2023

상황에 따라 온도는 얼마든지 달라진다. 인간관계는 심리적인 위계가 힘의 원리로 작용한다. 완벽하게 평등한 관계도 없고 완전히 평등해질 수도 없다. 결국 당연한 것도 완전한 것도 없다. 너무 큰 기대를 하거나 사람에게 지나치게 매달릴 필요는 없다. 상대가 변하듯 나도 변하고 상황이 달라지면 태도도 바뀌는 것이다. 변하는 것이 만물의 본성이다. 자연도 변한다. 감정은 계절처럼 변하고 마음은 시간처럼 흐른다. 사람의 마음이 뒤바뀌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영원한 것은 이 우주에 단 하나도 없다.


사랑하는 이들이 나를 아프게 한다는 사실을 납득하고 악의가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머리로 이해해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사람들을 용서하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기로 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고통을 준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보고 반성한다. 푸른 산이 품고 있는 고요한 사찰. 풍경소리를 들으며 나는 용서하면서 동시에 용서를 구한다. 살아가면서 만난 사람들과 맺은 모든 관계를 돌아보면서 눈을 감는다. 마주 보고 할 수 없었던 말을 산의 얼굴을 보면서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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