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
어린 시절에는 늘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어른이 하기 싫어졌다. 책임지는 일을 그만두거나 의무를 내팽개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누구나 어른이라면 욕심과 욕망을 쫓는다. 그러다 보니 정작 작고 사소한 것들에서 기쁨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선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동심은 별것 아닌 것들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가짐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어른이 싫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나를 기쁘게 만드는 것들은 무엇일까?
욕망과 걱정만 늘어간다. 손에 넣고 싶은 것들은 전부 값을 매길 수 있는 것들이다.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은 바람이나 소망을 소중하게 간직했던 시절이 그립다. 모두가 열심히 땀을 흘린다. 더 좋은 차와 비싼 아파트 더 멋진 인생을 위해서. 포켓몬빵에서 희귀한 띠부띠부씰을 뽑으려던 아이들은 모두 부동산과 주식에 열을 올리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어른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어른으로 살아가는 마음가짐은 당연하지 않은 것 같다. 누구나 어른이 되지만 어른답게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는 게 지칠 때보다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정말 힘들다. 돈을 잃었을 때도 괴롭지만 삶의 의미를 잃었을 때 역시 고통스럽다. 문제는 이런 감정을 드러낼 수 없다는 점이다. 어른은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사회적 통념이 존재한다. 생각해 보면 당치도 않은 말이다. 나이 들면서 사람은 몸과 마음이 더 약해진다. 그저 참는 것이 익숙해질 뿐이다. 다들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살고 있다. 한 번씩 물어보고 싶어 진다. 정말 괜찮은지 질문하고 싶다.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것을 세는 대신 살아오면서 배운 것을 가늠한다. 어른으로 살면서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적지 않다. 과거가 그립지만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 번씩 푸념을 늘어놓게 된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다 보면 힘들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처럼. 어른으로 살다 보면 한 번쯤 힘들다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누적된 시간을 세월이라고 부를 때가 오면 익숙해질 것 같다. 어른이라는 이름표가 그때가 되면 좀 편안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때까지 가끔 푸념을 늘어놓고 후회하더라도 계속 살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