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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Aug 16. 2024

사랑이 언제나 우리를 구원한다

가장 힘든 순간을 이겨내게 만드는 힘

 긴 장마가 끝났다. 짙은 회색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환한 여름햇살이 시야를 새하얗게 물들이는 중이다. 한여름이 시작됐다. 매미의 돌림노래는 그칠 줄 모르고 밤낮으로 이어진다. 세상을 쓸어버릴 것처럼 맹렬하게 퍼붓던 폭우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날씨는 때가 되면 전부 제자리를 찾아간다. 끝나지 않는 계절은 없다. 사람의 마음도 똑같다. 장마가 물러가는 것처럼 슬픔은 잦아들고 태풍이 지나가듯이 아픔도 잠잠해진다. 하지만 시간은 약이 아니다.


 상처를 치유하는 힘은 우리 안에 있다. 고통을 이겨내는 힘은 밖이 아니라 내면에서 나온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의 힘을 갖고 있다. 시련이나 슬픔을 이겨내는 면역력은 우리 안에 숨겨져 있다. 고통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회복력도 마찬가지다. 시간은 치료제가 아니라 진통제다. 일시적으로 통증을 무뎌지게 만들 뿐 고통의 원인을 제거하는 힘은 없다. 사람을 낫게 하는 가장 강력한 치료제는 사랑이다. 회복과 치유의 원동력인 사랑은 늘 우리 안에 있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받은 사랑은 처음 모습 그대로 내면 속에 남아있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망가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은 소멸하지 않는다. 진심은 온기를 담은 기록이 되고 진실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다. 사랑은 정답이 없다. 양과 질도 없다. 모든 사랑은 그 자체로 유일한 것이다. 크기를 비교할 필요도 없고 등급을 나눌 이유도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오래 사랑받았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사랑을 나눴던 경험과 사랑을 받은 기억이면 충분하다.


 누구나 가슴속에 사랑을 품고 산다. 사랑은 잠시 잊힐 수도 있지만 결코 사라지는 법은 없다. 참을 수 없는 아픔으로 인해 괴로울 때나 견디기 힘든 삶의 무게로 버거울 때 사랑이 사람을 살린다. 가슴속 깊은 곳으로 파고드는 절망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것은 내가 받고 내가 했던 사랑이다. 사랑받은 기억은 우리가 사랑받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인간은 성공하기 위해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사랑받고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인간이 꿈꾸는 가장 큰 행복은 사랑이다. 사랑은 정신없이 사느라 잊고 있던 진실을 일깨워준다.


 모든 인간은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사랑으로 낳은 단 하나뿐인 존재다. 생명은 사랑의 결과물이다.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은 일생동안 말로 다할 수 없는 사랑을 묵묵히 받으며 살아왔다는 증거다.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곁눈질로 비교하지도 않는다. 크기도 양도 중요하지 않다. 모든 사랑은 유일하다. 비교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귀하고 측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소중하다. 사랑받는 기쁨과 사랑하는 즐거움을 안다면 행복은 이미 내 안에 있다.


 계절이 변하듯이 상황은 변한다. 맑은 날씨가 이어지다 소나기를 맞을 때도 있고 예년보다 일찍 서리가 내릴 때도 있다. 마음도 똑같다.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다. 우리 안에 깃든 사랑은 그럴 때마다 괜찮다고 이야기해 준다. 내가 무너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사랑하는 이들은 언제나 나를 응원하고 변함없이 신뢰하고 있다. 외면하지 않고 서로의 옆자리를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외로움을 걷어내고 괴로움을 헤치고 나가면 또다시 내일로 가는 길이 앞에 놓여있다. 이제까지 살아왔듯이 지금부터 다시 걸어가면 된다. 삶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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