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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Nov 14. 2024

초고령사회가 몰고 오는 빈곤

대한민국은 골든타임을 놓쳤다

 2025년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초고령사회가 도래하면서 대한민국은 사실상 성장동력을 상실하게 됐다. 성장기를 지나 침체기를 거쳐서 이제 쇠락기로 접어들었다. 국민들이 나이 들면 국가도 늙는다. 초고령사회는 노인성 질환이 발병한 상태나 마찬가지다. 사회구조적 문제를 지병처럼 달고 살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빈곤이다. OECD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0.4%로 세계 1위다. 세계평균보다 무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아이러니한 점은 일하는 노인은 많은데 대부분이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사실이다.


 노년이 되면 수입은 줄고 지출이 압도적으로 늘어난다. 연금에 기대서 생활할 수 있는 노인가구는 극소수다. 생활비와 의료비 그리고 식비는 고정비용이다. 수입이 감소한 이상 절약은 소용이 없다. 자녀세대는 취업, 결혼출산이 늦으므로 손벌릴 만한 여유가 없다. 현상유지도 힘든 데다 한 번 크게 아프면 곧바로 가계가 휘청이게 된다. 결국 늦은 나이에 다시 생업에 뛰어든다. 그러나 전문성을 발휘할만한 일자리는 전무하다. 은퇴 전에는 화이트칼라였겠지만 노인이 되면 저임금 단순노무직 이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 물가상승률이 우상향 하므로 고정지출은 계속 증가한다. 그러나 임금은 늘지 않는다.


 일을 해서 생활은 가까스로 유지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신체능력은 떨어지고 아픈 곳도 크게 늘어난다. 결국 잠시 현상유지만 할 뿐 바닷물을 마시는 것처럼 처참한 결말만이 기다린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령인구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38.3%였다. OECD 평균인 16.3% 대비 거의 2.5배다. 실제로 60대 취업인구는 전 연령대 중 가장 많다. 전체 노동자의 무려 40%가 노인이다. 2024년 기준 60세 이상 취업자는 약 675만 9000명이다. 1982년 통계를 발표한 이후 역대 최대다. 생산인구의 뼈대가 되는 4,50대는 각각 619만, 672만 명이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7세다. KB금융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평균 퇴직시기는 55세다. 대기업은 40대 후반으로 더 빠른 편이다. 은퇴 후 약 26년을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나 은퇴연령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국내 기업의 대내외적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고용역량도 줄어들었다. 저성장불황이 시작된 이상 상황은 앞으로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세계 최고의 노인빈곤국가가 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고도성장기에 사회보장 정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 노동유연화로 인해 평생직장은 사라졌지만 고용경직성은 크게 증가했다. 계약직과 임시직이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퇴직 혹은 해직을 당하면 받아주는 곳이 없다. 무턱대고 프랜차이즈나 자영업을 시작했다가 망하는 사례가 태반이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부동산의 악영향이다. 내 집마련은 모든 서민들의 꿈이지만 한국의 사회경제적인 특수성과 만나면 독이 된다. 수입은 없는데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을 갖고 있는 노인들이 흔하다. 월세를 받는 다면 좋겠지만 다주택자는 소수다. 자산은 있는데 수입은 없다. 하나밖에 없는 집을 세주고 작은 빌라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식과 함께 사는 것도 어렵다. 집을 담보로 주택연금을 받는 방법도 있지만 실효성은 낮다. 집은 평생 모은 재산이나 다름없고 부동산은 깔고 앉는 것이지 팔면 안 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무주택자인 노인들의 빈곤이야 말할 필요도 없지만 집을 가지고 있으면서 궁핍한 생활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너무나 많다.


 자산형성 과정을 보면 노년기의 빈곤에 시달리는 구조적인 원인을 알 수 있다. 결혼 후 주택을 구입하면서 상환을 시작한다. 출산과 육아는 고정비용을 증가시킨다. 연차가 늘고 직무숙련도가 올라가면서 임금도 상승하지만 생활비의 인상폭이 더 크다. 물가상승률은 임금상승률을 늘 압도했다. 자녀들이 대학을 입학하는 시기인 중년을 기점으로 수입은 상승하지 못하고 고정된다. 중견기업 혹은 대기업에 재직하는 경우 구조조정의 위기가 찾아온다. 한국은 약 10년 주기로 경제위기가 발생했다. 자영업자는 가계부채와 사업부채의 이중고에 시달린다. 장년층에 진입할 때 수중에 남는 것은 부부공동명의로 된 집 한 채가 전부다.


 사교육비도 문제다. 평균적으로 약 10년간 사교육비를 지출한다. 부동산구입비용은 자산으로 수렴하지만 사교육비는 완벽한 매몰비용이다.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전액을 손실처리해야 한다. 명문대의 입학정원은 전체 수험생의 4% 수준이다. 입시의 결과에 따라 전액 매몰비용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남들 따라가려는 한국인 특유의 집단주의적 성향도 지출을 부추긴다. 직무전문성과 임금상승이 비례하는 예외적인 직군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노동자는 노후준비에 실패한다. 노년이 되어서도 노동을 하고 있다면 노후준비에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60세 이상 노인인구 중 약 40%가 노동을 하고 있다. 다들 치열하게 살았는데 풍족한 노후 대신에 초라한 노년이 기다린다.


 노인빈곤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엄연한 사회구조적 문제다. 결과가 말해준다. 정부나 국민 모두 너무나 안일했다. 세율인상을 통한 사회보장정책 대신에 부동산구입 자금을 조절하는 부동산정책에 올인했다. 집을 사면 말년에 월세나 전세 주고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믿음이 팽배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재개발이나 리모델링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담금을 부담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중이다. 평생 노동한 대가는 부동산에 묶여있다. 그러나 부동산은 현금화 즉, 유동화할 수 없는 자산이다. 죽기 전까지 써볼 수 도 없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는 재산이다. 정부와 국민 모두가 부동산 불패론과 경제성장만을 믿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보험 제도도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저출산과 인구감소 인해 연금지급액을 낮춰야 하는 상태다. 이제 와서 세수를 확보하려고 세금을 대폭 인상하는 것도 늦었다. 타이밍을 놓쳤다. 8,90년대 출생인구의 노인빈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심해질 것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조사에 따르면, 남녀초혼 2023년 남녀초혼연령은 남성이 34세, 여성이 31.4세로 나타났다. 자녀가 중고등학생이 되면 은퇴시기가 임박한다. 은퇴나이는 점점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세계 최고 수준인 자영업자 비중은 높은 폐업률로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다들 40대에 퇴직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불경기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풍경이 아니다. 부동산구입으로 인한 대출금, 물가상승률에 따른 생활비, 자녀 양육 및 교육비는 계속 증가한다. 서민가계대출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고 상환의 어려움을 겪는 케이스도 늘어날 것이다. 이혼율, 가정해체, 청소년 일탈 및 자살, 중년층 우울증 유병률 증가 모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서민경제가 악화되면서 내수시장은 점점 더 줄어들고 국가의 재무건전성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양극화는 신분제 수준으로 심화되고 거의 모든 연령층에서 빈곤율이 상승한다. 오래전부터 예정된 시나리오다.


 골든타임은 이미 지나갔다. 대비할 시간은 있었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초고령사회에 대한 어떤 대비도 하지 않았다. 아직도 사람들은 부모 세대도 살아남았므로 괜찮을 거라고 믿는다. 그런 안일함의 지금의 위기를 만든 원인이다. 지금의 노인들이 한창일 하던 시기는 고도성장기였다. 현재와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다. 한국은 수출중심국가다. 품질과 가격 면에서 후발주자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상태다. 산업 전반의 성장동력이 반감됐다. 투자와 고용을 담당하는 기업의 내실과 외연이 모두 망가지고 있다. 경제구조적인 불황과 쇠퇴기를 근성이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위기는 분위기를 보면 알 수 있다. 문제해결 의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늘 그랬다. 2000년대 초반에도 낮은 출산율과 인구감소 문제가 화두였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사회구조를 개선할 수 없으므로 그냥 포기해 버렸다.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들이 몰라서 놔둔 것이 아니다. 그들이나 그들의 자녀들은 구조적인 문제로 피해를 입을 일이 없다. 그래서 정책은 실효성이 없었다. 예산과 시간을 낭비한 결과 한국은 쇠락기에 접어들었다: 비약이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놓은 정책은 늘 단기적인 대응법이었다. 장기적인 접근하지 않은 결과를 지금 다 같이 돌려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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