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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제이 Oct 21. 2022

성공, 실패의 한 끗 차이 : 인간관계

Prologue #2


 본격적으로 스터디를 시작하기 전에, 잠시 내 소개부터 하려 한다. 나는 모 대기업 HR팀 (소위 인사팀)에서 HR 업무를 하고 있는 인사담당자다. 글을 쓰는 지금은 12년차가 되었고, 공채로 입사한 회사를 10년 다닌 후 작년부터 다른 회사로 옮겨 채용, 교육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HR이라는 용어를 더 좋아하나, 편의상 보다 친숙한 인사 업무, 인사팀으로 용어를 통일하겠다.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인사 업무에 대한 각자의 프레임이 있는 것 같다. 인사팀이라고 하면 ‘와 거기 임원들 좌지우지하는 곳 아냐? 끗발 세겠네~’ 하는 말도 안 되는 믿음을 가진 사람도 있고, ‘인사? 그거 뭐 사람 뽑는 일 하는 거 아냐? 다른 거 하는 게 있나?’ 하며 딴 세계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인사쟁이들 너무 싫어. 사람 자르려고 감시하는 곳 같아. 점심시간 일찍 나갔나 찾아보고..극혐’ 하며 악의 축처럼 여기는 사람도 보았다.


 인사 업무도 자세히 뜯어보면 굉장히 다양하다. 단순히 하나의 직무로만 정의할 수 없고, 채용, 육성, 노무, 제도, 보상, 급여, 이동 등 다양한 직무로 구분할 수 있으며, 큰 회사일수록 각각의 직무를 여러 인사 담당자들이 나누어 담당한다. 


생각보다 힘들지만 생각보다 재밌는 인사쟁이의 길


 나는 각기 개성이 있는 두 대기업의 인사팀을 거쳐, 대부분의 인사 업무들을 직간접적으로 겪어 보았다. 주로 담당한 업무는 임원인사 업무이며, 채용, 육성(HRD), HR제도, 정원관리(HR Planning), 배치, 평가, 보상까지. 노조를 상대하는 노무와 Global HR 업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인사 업무를 두루 경험해 보았다. 지금도 이래저래 인사 업무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항상 배우는 자세로, 즐겁게 일하고 있다.


 인사담당자들은 임원인사, 조직개편, HR제도 기획 (승진, 평가 등) 등 회사의 경영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핵심 업무를 경험하며 업무 뽕(?)에 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상 대부분의 인사 실무는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욕먹는, 문제가 터지면 수습하고 사람과 사람 간의 답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종의 고충처리반의 그것에 가깝다. 과거 한 인사담당 임원은 ‘인사 담당자는 감정 노동자’라는 말을 하더라. 나 또한 상당 부분 공감한다.


 다른 사람보다 나 자신에게 관심이 더 많고, 사람 만나기를 크게 즐겨하지 않던 20대 중반 사회 초년의 나에게도 인사 업무는 무척 에너지 소모적이었다. 특히 신입사원 시절에는 진짜 진심, 정말, 너무 힘들었다. 일과 인간관계에 치여서 번아웃도 겪고, 대리 즈음에는 신경정신과 진료도 잠시 받았던 것을 고백한다. 잘하고 싶은 욕심과 내 성격적인 한계는 항상 상충되어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런데 하기 싫은 과제들을 하나씩 달성해 나가다 보니 신비로운(?) 힘이 발생하더라. 내게는 매우 과중했던 ‘사람 만나는 일’들을 버텨내면서, 조금씩 사람을 대하는 요령을 익히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무협지에서 주인공이 온갖 독을 경험하고 나서 모든 독에 면역이 되는 만독불침의 경지에 이르는 느낌이랄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을 상대하는 데 조금씩 자신감도 붙고 수월해졌다. 물론 지금도 회사에 앉아 일하는 것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행위이긴 하지만, 처음 사원 때를 생각해보면 어휴, 훨씬 나아졌다. 더 이상 사람 한 명 한 명 때문에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는다.




 인사업무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나는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해 왔다. 회사에서 성공하는 사람의 장점을 벤치마킹하고 실패하는 사람의 단점을 버리다 보면 나도 성공에 근접할 수 있다고 믿었다. 1명의 사람이 직접 시행착오를 거치며 겪을 수 있는 경험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다행히 사람을 만날 기회가 차고 넘쳤던 덕분에 남들보다 훨씬 더 다양한 케이스들을 분류하고 분석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과 그 결과물을 모아둔 빅데이터 사례집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1명의 월급을 받으면서, 수백 명의 삶을 간접적으로 살아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한 것이다. 특히 100여 명이 넘는 임원의 인사를 담당한 경험은 성공과 실패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데 매우 소중한 레퍼런스가 되었다. 특출한 능력이 없는 것 같은데도 계속 승진하는 임원, 잘 나가다가 고꾸라지는 임원, 꾸역꾸역 버티며 살아남는 임원들을 관찰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으며, 그 맥락을 이해하면서 전반적인 경향성을 발견하는 것이 즐거웠다.


회사에서의 성공이 인생 전체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나, 그 성공 노하우를 아는 것은 인생의 다른 과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


  되는 사람들과 안 되는 사람들을 보면, 의외로 실력에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주니어 시절 때는 ‘업무 지식’, ‘엑셀 능력’, ‘PT 스킬’ 같은 눈에 보이는 ‘실력’의 차이가 사람을 판단하는 가늠자가 된다. 그러나 연차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시간에 비례하여 ‘실력’ 은 상향 평준화되기 때문에 다른 경쟁자들 대비 차별화하기 어렵다. 


 업무 실적이 뚜렷하게 갈리는 포지션은 실적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질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 임원 자리는 생각보다 여러 조직이 엮여서 일을 하다 보니 성과를 명확히 말하기에 어려운 포지션이 많고, 운에 좌우되는 경우가 더 많다. 또는 포지션이 갑자기 바뀌면 본인의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임원은 기술개발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다고 정평이 난 사람이었으나, 영업직무로 이동한 후 2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퇴임했다. 결국 실력만으로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


 나는 능력이 아닌, 다른 차이가 그들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사한 레벨의 실력자들이 겨루었을 때 100점과 99점의 한 끗을 가르는 차이, 그것은 바로 사람을 잘 다룰 줄 아는가’의 차이였다.


 사람을 잘 다룬다는 것을 좀 더 풀어서 말하면, 사람의 관계, 심리, 행동 패턴을 잘 이해하고, 상황과 목적에 맞게 기술적으로, 요리조리, 가끔 치사하다는 느낌이 들만큼, 잘 써먹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부하직원을 잘 부리는 것뿐만 아니라, 상사, 옆 부서 경쟁자, 동료, 외부 인물 등 전후좌우 모든 측면에서 인간관계를 잘 다루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를 둘러싼 주변 관계도는 고정적이지 않고 시시각각 바뀐다. 오늘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되고, 때로는 드라마나 영화 뺨치는 관계의 반전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내가 다녔던 회사에서는 가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경우도 있었다.) 이 소리 없는 관계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사람들이 결국 회사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모습을 여러 차례 지켜보며, 나는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삶의 추월차선을 타기 위해서는 무작정 엑셀만 밟을 게 아니라, 옆 차선 운전자와의 눈치싸움에도 이겨야 한다.

 비단 회사가 아닌 우리 인생 전체로 생각을 확장해도 마찬가지다. 같은 조건이라면 세상살이라는 게임은 인간관계의 법칙을 아는 사람이 훨씬 더 유리하다. 인간관계를 요령껏, 유리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 하며, 관계가 형성되고 끝나는 과정의 본질을 이해한 사람만이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임원이 되는 것이 성공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진심으로 당신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임원이 아니기를 바란다. 회사에서 승진하고 못하고가 인생의 성공의 척도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의 삶은 긴 인생에서 찰나와도 같은 임원이 되는 경험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것을 향해야 한다. 단지 승진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며, 자기가 하고 싶은 활동을 하며 수익을 얻거나, 모임에서 인싸가 되거나, 행복한 연애를 하는 것, 가족간의 결속력을 다지는 일 등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고 안정적으로 만드는 여러 목표들은 인간관계의 원리를 이해하고 활용하면 의외로 쉽게, 그리고 확실하게 달성 가능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가 진행할 스터디도 단순히 회사생활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며, 회사든 가정이든 학교이든 어떤 상황에서도 생각해 봄직한 이야기들을 하고자 한다. 대기업 임원이든, 심리학 박사든, 유튜브 인플루언서이든, 동네를 주름잡는 주부이든, 어떤 상황이나 어떤 관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인간관계의 본질에 대해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래야 우리의 만남과 스터디가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10년 넘게 삶의 많은 비중을 할애하여 고민해 온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들은, 그 족적들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당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마치 게임의 치트키처럼, 당신이 나의 10년을 순식간에 추월하고 계테크스터디를 마쳤을 때 지금보다 한층 더 나은 삶을 살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다음 장부터 본격적인 스터디를 시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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