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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제이 Oct 22. 2022

계테크스터디 #2
기교보다는 경향성에 집중하기

관계의 본질

 주식을 공부하다 보면, 공식처럼 차트의 패턴을 암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역망치형, 골든크로스 같은 패턴유형을 기억하는 것은 때로 도움이 되지만 매번 주식시장이 패턴대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그랬다면 모두가 떼돈을 벌었을 텐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시중의 소소한 기술적 패턴들은 논리가 과거 주식시장의 경험칙에 의존하고 있으며, 변화무쌍한 주식시장에서 항상 정답일 수 없다.


 나름 정량화되고 시스템화 되어 있는 자본시장에서 정답을 말할 수 없는데, 훨씬 더 자연 상태에 가까운 인간관계에 모범답안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인간관계에 매뉴얼? 최선의 기술과 요령? 글쎄, 인간관계에는 그런 이상적인 정답지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르다. 일란성쌍둥이조차 성격이 다른데, 어떻게 같은 사람이 있겠는가.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사람들은 누구 하나 똑같은 사람이 없다. 수천 명, 수만 명을 만나더라도 그럴 것이다. 사람은 모두 다르기에, 인간관계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 어디 그뿐인가. 시대에 따라 사람의 특성이 달라진다. 100년 전, 아니 불과 10년 전 사람들의 특성과 지금의 특성이 다르다. 인간관계를 맺는 수단도 완전히 바뀌었다. 그래서 인간관계에는 규칙이나 정답이 없어 보인다.



미래의 로봇도 악수로 인사를 대신할까?




 하지만 분명한 원칙, 혹은 경향성은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들이 사회적 관계를 맺는 기초적인 리는 유사하다. 사람을 새롭게 만나고 가까워지고, 깊어지고, 헤어지는 관계의 생로병사를 잘 들여다보면 마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건이 떨어지는 것처럼 당연하고 보편적인 경향성이 있다는 뜻이다. 나는 계테크스터디를 통해 이러한 관계의 경향성을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다.


 인간관계에 관심이 많다고 하는 사람들도 막상 대화를 해 보면 MBTI나 혈액형, 심리테스트와 같이 사람을 구분 지어 즉각적인 흥미를 유발하는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이성을 유혹하는 말투, 회사에서 살아남기, 상처받지 않는 법과 같이 소소한 기교에만 관심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물론 나 또한 MBTI를 좋아한다. 사람을 알아갈 때 너무 재미있는 툴이다. 특히 인사 담당자로서 MZ세대 신입사원들과 대화를 할 때 MBTI로 물꼬를 틀면 대화가 쉽게 풀리기도 한다.


 시중에 나오는 책들의 주제, 이를테면 ‘상대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대화법’, ‘직장에서 인싸 되는 방법’ 같은 주제도 인생의 바이블처럼 보이나 실상은 표면적인 기술에 대한 것이다. 이런 방법론도 분명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복잡다단한 인간관계의 현실에서는 이런 기술을 외우고 써먹는 것은 생각보다 유효하지 않다. 방법론적인 매뉴얼만을 찾아다니는 것은 마치 연애 초보가 연애를 글로 배우는 것과 같다.


20살 때 친구가 첫 연애에 실패하고 '연애교과서'라는 책을 사 읽었던 기억이 난다. 절대 내 얘기가 아니다. 친구 얘기다.


 따라서 진정한 인간관계 공부를 위해서는 본질적인 인간관계의 원칙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주부이든, 직장인이든, 가족 간이든, 학교에서든, 어디나 언제나 통용될 수 있는 인간관계의 경향성, 관계가 시작되고, 성숙하며, 끝나는 과정에서 유의미하게 드러나는 관계의 특징들을 아는 것이 계테크스터디의 핵심이다.


 처음 얘기한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차트 패턴 분석과 같은 소소한 기교보다 '성공한 투자자의 투자원칙', '위기 상황에서 멘탈관리 방식', '시장의 심리변화', '환율이나 통화량 같은 지표의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같이 시대나 상황을 타지 않고 투자자라면 응당 이해해야 할 주식 시장의 본질적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투자자에 더 도움이 된다.


 차트 유형 5가지를 외우는 것처럼 상대에게 호감을 얻기 위한 멘트 5가지를 외우지 말자. 어차피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외운 말 써먹기 어렵다. 그런 것 보다 새롭게 만난 사람에게 어떻게 호감이 생기기 시작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원리와 경향성을 이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당신의 성숙에 더 도움이 된다.


나무를 보기 전에 숲을 먼저 보기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인간관계는 가변적이다. 오늘의 정답이 내일에는 오답일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주인공에 따라 정답은 변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경향성을 이해하는 것이 더 위력적이다. 본질을 알게 되면, 자잘한 기술들은 시간과 경험을 통해 보완해 나가면 된다. 단순 발재간만 뛰어나서는 일류 축구선수가 될 수 없다.


 인간관계의 경향성에 대한 작은 관심과 이해의 격차는 켜켜이 모여 당신의 힘을 지탱하는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물론 우리가 하는 것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때론 작은 손짓, 말투, 단어 하나이지만, 그 작은 손짓, 말투, 단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원동력은 평소 우리가 끊임없이 고민한 인간관계의 본질에 대한 이해에서 온다.




 인사 업무를 하면서 인간관계의 경향성을 이해하여 잘 활용하는 능력자들을 수없이 보아 왔다. 이 능력의 차이는 회사에서의 승진과 좌천을 판가름하였으며, 상대와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거나 사람의 마음을 얻어 우호세력을 조성하기도 했다. 회사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능력자들은 더 많이, 그리고 손쉽게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바꾸고 사랑을 쟁취하며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또는 경험적으로, 또는 노력에 의해, 사람의 마음이 통상적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어려울 것 없다. 능력이 별거인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으며, 내가 능력자라 부른 사람들도 가끔은 실수를 한다. 우리도 할 수 있다. 관계의 경향성을 이해하고, 영리하게 활용하는 능력을 익히면 이전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관계의 위기를 극복하는 힘, 사람을 통해 내가 원하는 것을 이끌어내는 힘, 교감을 통해 행복감을 극대화시키는 법 등은 단순히 통장의 잔고가 늘어나는 것보다 당신 삶에서 훨씬 더 파워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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