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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어떤날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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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Mar 30. 2016

한국계 기업으로 이직을 하다

지옥문

전산실에 틀어박혀 밥도 안 먹고 밤새 코딩만 하던 난 항상 천재 소리를 들어왔다.


카트라이더 게임 같이 방을 만들고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을 해서 게임을 하는 형태가 지금은 당연한 방식으로 보이지만

대학교 3학년 때인 98년도 만 해도 윈도우 98이 주로 이루던 시대라 이런 형태의 게임이 그리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대이고 많은 이들이 아직 시도하지 않았던 시대였다.


이때 당시 난 방장이 방을 만들고 여럿이 접속해서 누가누가 고기를 먼저 많이 굽는지 하는 P2P 형태 게임을 혼자 만들었다.


돈이 궁했던 터라 학교 내 공모전이나 나가 돈 좀 벌어볼 생각으로 만든 거였지만 다행히도 그때 당시 해외 유명 게임사에 공모전을 개최했고 난 해당 아이템으로 공모전을 지원했다.


해당 아이템을 좋게 본 게임사는 날 최종 엔트리에 붙였고 입상 여부를 판단하는 프레젠테이션이 남아 해당 게임사에 가서 데모를 하게 되었다.


어찌어찌해서 데모를 마쳤고 데모 후에 돌아오는 답변은 게임 소스를 들고 회사에 입사를 하면 입상을 시켜주겠다는 전제가 붙었다.


난 이미 교수님 추천으로 외국계 기업에 입사가 확정된 상태라 갑질이 되었던 아니던 불합리한 처사든 아니던 난 어쩔 수 없이 포기를 하고 입상이 안되었다.


어찌 되었던 이런 나의 허황된 열정이 씨앗이 되었는지 내 머릿속엔 온통 허무맹랑한 자뻑이 항상 자리 잡고 있었다.


나 = 천재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천재이던 아니던 누가 알아주던 안 알아주던 그 무슨 의미가 있으렸만.


그렇게 외국계 기업을 다니게 되었고 4년 정도 지났을 무렵 난 나의 천재성을 알아주지 못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언제나 투덜투덜 대면서 이직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S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 전화가 왔다.


전화를 끊자마자 아무 고민 없이 팀장님에게 바로 달려가 퇴직 의사 표시를 했다.


“저 S기업에서 오라고 하네요.. 퇴사할게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좀 더 공손하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나왔어도 되는데 너무나 이기적이고 예의 바르지 못한 말투와 태도였다.


다행히 좋은 팀장님 좋은 외국계 기업이었기에 아무 딴지 없이 바로 그 주에 퇴사를 하게 되었고 그다음 주부터 S기업으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이때는 몰랐다.

이렇게 지옥문이 열린지도

그저 칠렐레 팔렐레 들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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