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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어떤날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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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Mar 30. 2016

성장의 시작

사고의 시작

어느 2007년 7월 1일


어김없이 하루가 시작됐다.


세계 최초의 OLED 공장 시스템을 만든다는 자부심과 초창기 사업 멤버로 활동한다는 뭣도 아닌 가오 때문에 아침 7시 출근 저녁 10시 퇴근에 뒤이은 회식에도 불평불만 하나 없이 그렇게 1년을 쉬지 않고 달려오고 있었다. 


미국 출장 갔다 돌아오는 와이프를 마중 나간다고 굳이 천안에서 인천공항까지 차를 몰고 가기로 마음을 먹은 어느 날.....


그날따라 하늘이 유난히 맑고 화창했다.

마치 태풍에 눈에 들어온 듯한...

안성을 지나 오산을 지나 기흥에 지나갈 무렵.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시작이 되는 소리가 내 뒷좌석에서부터 들리기 시작했다.


앞서가는 차가 밀리는 상황에 난 속도를 줄였고

미처 그걸 확인하지 못한 졸음운전하시던 덤프트럭 기사분은

그대로 내 차를 밀어붙였다.


차 뒷부분이 없어지고 차 내부는 충격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머릿속에는 삐~ 하는 소리와 함께 여긴 어디고 난 뭐지 하는 찰나에 앞문을 열고 고속도로 바닥에 쓰러졌다.


덤프트럭 기사분은 정신없이 쓰러진 나에게 보험코드 번호라고 내가 100% 과실이라고 말씀하시고

본인은 보험사에 신고했으니 난 가겠다고 하며 떠나갔다.

정신없는 찰나에 갑자기 나타난 이름 모를 렉커차가 내차를 몰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난 아무 대꾸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이 황당한 상황 속에 뒤이어 온 렉커차 아저씨가 유일하게 말을 건넸다.


”119 불러드릴까요? 아니면 제가 아는 병원으로 모셔다 드릴까요? 119 부르시면 한참 길바닥에서 기다리셔야 되는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나는 렉커차에 몸을 싫고 그 아는 병원이라는 곳으로 이송되었다.

가자 마자 목은 깁스를 대고 누운 침실 옆엔 온통 교통사고 환자만 모여 있는 병원이었다.

이런 렉커차.


내 멘탈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와이프는 이사실을 모르고 기다릴 텐데... 다음날 회사 나가 봐야 되는데....”

아픈 와중에도 온갖 걱정이 나의 뇌를 심하게 짓눌리고 있었다.


병원 이름을 와이프에게 문자로 남긴 채 병실에 쓰러져 있었고 늦은 저녁 즈음에 와이프가 인천공항에서 바로 병원으로 도착을 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은 상태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인생의 실패도 나쁜 일도 겪어 보지 않고 온실 속에 고이고이 자라난 나에게는 모든 게

나의 뇌를 자극하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2일 뒤인 월요일 저녁에 퇴근한 동료들이 병실에 찾아왔다.


“한 달은 있어야 될 것 같은데요 그룹장님. 혹시 병가가 회사에서 지원이 되나요?”

“병가 내면 인사 평가에 안 좋은 영향 주는 거 몰랐어?  금년 휴가 다 땡겨쓰고 모자란 건 내년도까지 땡겨써서 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


휴가가 많지가 않아서 아껴 쓸려고 쓰지 않고 남겨 두었었는데 

결국, 난, 다음 년도 그리고 다다음년 휴가까지 몽당 땡겨쓰게 되었다.


지옥의 첫 관문 3년 동안 휴가 없이 365일 일하면서 나는 이렇게 성장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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