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쓰기를 이토록 응원해주는 사람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사람은? 하고 누가 묻는다면 부모님과 남편의 얼굴이 번갈아 떠올라 대답하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세상에서 나의 글쓰기를 가장 응원해주는 사람은? 하는 질문이라면 단숨에 대답할 수 있다.
내가 글을 쓰고 있을 땐 알피는 모든 것을 나에게 맞춰준다. 온도도 음악도 점심 메뉴도. 스토브에 올려놓은 물이 다 끓으면 내가 일어나기 전에 자기가 먼저 잽싸게 달려가 차를 만들어 내준다. 가끔씩 기지개를 켜거나 지루한 기색을 내면 와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어깨를 주물러주기도 한다. 노트북을 탁 덮고 주방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하면 오늘은 어떤 글을 썼는지 물어보고 열심히 들어준다.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세수도 안 한 상태로 미드를 세 개씩 이어보고 있는 나지만 알피와 있을 때는 글을 쓰는 시늉이라도 하게 되는 이유이다.
그에게서 받은 것 중에 가장 사랑스러운 선물은 지금 앉아서 글을 쓰고 있는 책상이다. 알피가 아직 한국어에 서툴러 인터넷 주문은 내가 늘 도맡아서 하고 있는데, 내 생일이라고 쇼핑 앱에 접속해 직접 고른 책상을 주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나 몰래 결제하고 주문하는 데 성공했다. 안타깝게도 배송 기사님의 전화에 버벅거리다가 들켜 완벽한 서프라이즈는 되지 못했지만. 다음날 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아담하고 매끈한 아름다운 나무 책상이 거실에 놓여 있었다. 그러고 보니 성인이 되어 처음으로 써보는 새 책상이었다. 서랍 속에는 알피다운 카드가 놓여있었다.
Make this space your creative world.
For many writings to come, my favorite 작가.
I‘m your greatest fan.
Love you!
이 공간이 너의 창의적인 세계가 되기를.
앞으로 써낼 많은 글들을 위해,
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고
난 너의 가장 열렬한 팬이야
사랑해
Alfie
글을 쓸 수 없는 시간들을 지날 때 종종 서랍에서 이 카드를 꺼내 읽는다.
이상하게 읽을 때마다 매번 눈물이 핑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