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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Sep 09. 2018

퇴사를 생각했던 순간의 일기들

다시 앞으로 나아갈 내 등을 힘껏 밀어준다.

2017년 7월 31일부터 11월 26일까지 약 네 달간 책 <두근두근>에  일기를 쓰면서 '나'를 기록했다. 종종 빠진 날도 있지만, 네 달 동안 꾸준하게 일기를 썼다. 지금은 못할 짓이다. 일기를 읽어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 다니면서 나 자신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구나"


적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이루지 못한 것에 집착한 나머지, 앞만 보고 있을 내가 뒤를 돌아보며 위로를 받는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내 등을 힘껏 밀어준다.



2017년,

8월 1일


 8월의 첫날, 휴가도 어느덧 2일 차가 저물어간다. 몇 달 전부터 고민하던 '퇴사'라는 단어가 요즘 더 또렷해진다. 왜 지금 시점에서, '퇴사'라는 단어가 더 선명해졌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일에 지친 걸까? 아니면 상사? 그것도 아니면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일까. 7월부터 부쩍 고민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고민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 어떤 고민도 간과할 수 없고 결코 가볍지 않기에 더욱 무거운 한 달이었다. 그래서 술을 통해 그런 무거운 고민들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려 했는지 모른다. 고민은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되거나 소멸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감내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제 그 일들을 믿고 지치지만 않으면 된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자체만으로 참 행복한 일이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많던가. "내 능력을 의심하지 말고 나의 가능성을 지지해주자"


 8월부터는 해내야 할 것들이 많다. 모두 만족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것들을 버려야 한다. 잦은 술자리가 가장 큰 기피 대상이다. 친목도 좋지만 계획하던 것들을 우선순위에 두자. 더 성장하는 1달이 될 것이다. 이전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 해낼 것이다.



2017년,

8월 10일


"나를 잃지 말 것"

정신없이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나 자신을 잃을 때가 있다. 회사에서는 그저 상사가 시키는 대로. 친구들과는 오늘이 지나면 잊힐 이야기들로 가득한 술자리를. 집에서는 의미 없는, 그리고 무분별한 핸드폰 사용을. 그렇게 하나둘 쌓이면 허무함이 몰려오고, 그 순간 이대로는 안 되겠음을 깨닫는다. 현상을 자각한 그때부터 변화를 꿈꾸지만 이미 나를 잃어버린 후다.


아무리 치열하고, 바빠도, 피곤하고, 지쳐도 나를 잃어버리지 말 것.

잊는 순간 잃는다.

항상 내면 속 내가 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무의식적인 습관을 경계하자.





2017년,

8월 21일


 '무엇을 해야 하나'가 아니라 '무엇을 원하는가'를 가슴속에 품고 살아야 한다는 이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많은 것들을 배워가는 요즘, 여전히 신경 써야 할 일이 많고, 신경 쓰이는 사람도 많다. 그럴수록 스스로에게 되뇔 필요가 있다. '나는 잘하고 있는가'가 아닌 '나는 원하는 것을 꾸준히 하고 있는가'를. 기록을 통해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즐겁게 해주는 것들을 발견하자. 일단 질러보고 맞는지 판단하자.





2017년,

8월 24일


오늘만큼은 일기로 한 페이지를 가득 채워 보려고 한다. 요즘 다방면에서 많은 생각이 든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것들이 안정적일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어느 하나의 취약점이 발견될 때 안정적으로 보였던 나머지 일들도 그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퇴사 시기를 고민하고 있고, 모임에서는 *새로운 기수를 받으려고 한다. 더불어 개인적으로도 잘 풀리지 않는 것들이 있다. 언제나 대인관계가 그렇다. 노력만으로는 안되고 잘해보려고 할수록 더욱더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 흠. 무엇을 선택한다는 건 그 일에만 집중하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 말은 다시 그 외에 것들을 포기할 줄 알아야, 아니, 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모든 것들을 짊어지고 있지 않았던가? 비우고, 포기하는 것 욕심을 버리는 일이다. 욕심을 줄여나가야 한다.


사랑과 집착은 비슷한 양상이지만 엄연히 다르다. 그렇듯 욕심과 욕망 또한 다르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건 '욕망'이지만, 더 먹고 싶은 건 '욕심'이다. 집착 또한 더 사랑받고 싶은 모습에서 발생되지 않았던가. 어렵다.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현명해지기는 커녕 더 어렵다. 나는 무엇 때문에 '가리고 있고', '자랑하고 있는가'


* 9월부터 참여한 새로운 기수는 현재 1년째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2017년,

9월 14일


 꼭 그런 날이 있다. 아직 오지도 않은 불안한 미래를 생각할 때. 우리의 일상은 대개 작은 조각들의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사건들은 좀처럼 크지 않아서 우리의 행복이나 기쁨, 슬픔들도 그렇게 크지 않다. 하지만 크지 않다고 해서 느끼는 감정까지 작은 것이 아니다. 작은 일에도 마치 아주 커다란 행복처럼 느낄 수 있고, 기쁨도 얻을 수 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을 자주 잊고 살아간다. 큰 행복만 찾다 보니 오늘, 그리고 '곧' 느끼는 작은 행복들은 느끼지도 못한 채 흘러간다. 이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사소한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연습이 필요하다. 행복은 거저 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쟁취해야만 하는 것이다.





2017년,

10월 2일


 이제는 도전을 할 때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보다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완수'의 성취감보다 '완수'는 당연한 것이고,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하는 일마다 체력 소모도 심했고, 끝나고 나면 이유모를 슬럼프에 빠지곤 했다. 2017년 4분기에는 해야 할 일이 많다. 디지털 정리력 1기를 운영해야 하고, 워크숍, 개인 코칭 등을 비롯해 내년 구상도 병행해야 한다. 예전에 비해 다양하게 성장한 만큼 더욱 시간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나는 나를 믿는다. 해낼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9월 9일


 고민으로 시작해서 교훈을 주면서 끝나야 일기다. 남들에게 보이는 글은 아무리 솔직하게 쓴다고 한들,  움츠러드는 문장이 있기 마련이다. 보여줄 필요가 없는 일기는 솔직하다. 솔직함이 깃든 문장은 날카롭고 부정적이다. 그런 문장이 타인을 향할 때는 아프지만, 스스로를 향할 때는 치유한다. 


 1년 전에는 퇴사를 고민했다. 지금은 그 고민이 해결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민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때의 고민이 사라진 자리에는 새로운 고민이 자리 잡는다. 일기를 쓰면 고민이 뚜렷하게 보인다. 스물 여덟에 썼던 일기는 멈췄지만, 새로운 고민이 자리 잡은 스물 아홉에 또다른 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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