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부터 만다라트로 연간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19년, 2021년, 2022년)
꾸준히 계획을 세우면서 느끼는 건, '이런 목표가 있었어?'라고 느낄 만큼 내가 세워놓고도 못 챙긴 목표도 있는가 하면, '이걸 달성했네!'라고 생각할 만큼 의외로 쉽게 달성된 목표도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의 정신은 중간중간 표지판을 참고하지 않으면 항상 가던 길로만 가는 버릇이 있어서 마일스톤(이정표) 용도로 만다라트를 사용한다.
2024년에 나는 무엇을 계획했을까.
먼저 2024년 슬로건은 두 가지로 정했다.
1. 새로운 럭셔리란 시간과 공간의 자유.
2. 삶은 이제 달력이 아니라 지도야. 달력 말고 지도를 보며 살아야 하네.
2023년은 무엇보다 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크게 느낀 한 해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돈보다 더 큰 가치다. 어쩌면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구도 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더 많이 누리기 위해서다. 그러니 2024년에도 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얻고자 목표를 달성하는 한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첫 번째 슬로건으로 정했다.
그리고 두 번째 슬로건은 이어령 선생님이 말씀하신 문장이다. 경력은 더 이상 실력을 대변하지 않는다. 물경력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가. 시간이 곧 경력이라면 나이 든 사람들은 모두 스승이고, 어린 친구들은 제자에 불과하다. 그런데 요즘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자신만의 지도를 확장하고 있는 어린 친구들에게 배울 게 많고 단순히 달력만 채운 어른은 본인이 쌓은 경력에만 위안을 얻고 있다.
프로필 상에서 A 경력 2년, B 경력 5년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오히려 짧은 경력이라고 할지라도 그 안에서 자신이 어떤 것을 성취하고 '이야기'를 만들었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다. 2024년에는 많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서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을 슬로건으로 삼았다.
목표나 계획은 상황이나 생각이 바뀌면 계속 흔들린다. 그래서 잦은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반면 원칙은 한 번 축조하면 쉽게 바꾸어선 안 된다. 살면서 원칙을 몇 개나 세웠는지 헤아려보면 딱히 내가 세운 원칙이 없다. 모두 남의 원칙만 흉내 냈을 뿐.
그래서 2024년에는 원칙을 축조하고 싶다. 그리고 이것을 기반으로 앞으로 목표나 계획을 꾸리고 싶다. 심리자본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다.
올해 마이너스 통장을 모두 청산했다. 내년 목표는 현재 전세대출금을 모두 상환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란우산, 청약통장, 소장펀드, 개인연금 + 기타 적금 등을 채워 저축률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2021년에 가입한 ISA도 2024이면 3년이 지나 해지할 수 있다. ISA 자금 일부는 저축 펀드로 옮겨 세제 혜택을 받고 나머지는 다시 ISA를 가입한다. 정부에서 세제 혜택을 주는 상품만 이용해도 꽤 쏠쏠하다.
2024년에 가장 중요한 경제자본은 '저축률 60% 이상 유지하기'다.
체중 감량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올해 경추가 좋지 않아 계속 도수치료를 받고 있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해주지 못한다. 결국 운동을 해서 쓰지 않는 근육을 쓰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 같다. 혼자 하면 목표를 쉽게 달성하진 못할 것 같아 개인 PT를 받을 생각이다.
2022년 건강검진에서는 간 수치가 꽤 높게 나왔는데 내년에는 이 부분도 계속 관리해야 할 듯싶고, 알레르기 검사도 다시 해서, 알레르기 유발 음식이나 환경은 피해야겠다.
2024년에 가장 중요한 신체자본은 10kg 이상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다.
Workflowy 본사와 지속적으로 연락하면서 한글 번역이 필요한 부분을 돕고 있는데, 이 과정 중에 드는 생각이 더 이상 영어회화 공부를 미룰 수 없겠더라. 특히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 쌓은 언어자본'을 무척 잘 써먹을 것 같다는 생각에 틈틈이 공부를 해야겠다. 마침 주변에 영어 공부를 꾸준히, 그리고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 도움을 받을 생각이다.
다른 나라보다 일본을 많이 다니는 편이라, 일본어도 취미 삼아 공부를 조금 하고 싶다. 그리고 요즘 어원이나 단어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재밌는 어원이나 단어를 발견할 때마다 Workflowy에 수집하고 있다.
2024년에 가장 중요한 언어자본은 영어회화를 공부하는 것이다.
매년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고 있다. 올해도 9월에 느지막이 읽었다. 2024년에도 읽을 생각이다. 매년 읽은 지 3~4년쯤 되니 이제 책에서 나온 실험 같은 건 자유자재로 쓰고 있다. 특히 심리, 행동경제학을 다룬 책이라 은근히 써먹을 데도 많다.
나심 탈레브 형님 책도 거의 모두 읽어봤는데, 내년에는 다시 재독 할 예정. 안티프래질, 블랙스완, 행운에 속지 마라, 스킨 인 더 게임, 순서대로 모두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2024년에 가장 중요한 지식자본은 나심 탈레브의 책들을 완독 하는 것이다.
현재도 한 달에 한 번씩 오프라인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도 계속 진행할 예정. 올해 런칭한 디지털정리력클럽도 내년에는 좀 더 확장하고 안정화시킬 예정이고, 강점 기반의 질문 모임도 3기를 내년 초에 운영할 예정이다. 그리고 금융 지식 모임도 하나 만들어서 계속 경제에 대한 동향을 체크할 거다.
이렇게 나열하니 많아 보이지만 결국 다 비슷하다. 많은 사람이 아닌 몇몇 사람들과 깊게 모임을 진행할 예정이라 한 해동안 꾸준히 진행하고 나면 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2024년에 가장 중요한 사회자본은 질문강점 모임 3기를 런칭하는 것이다.
올해 10월에 로컬스티치 통영을 다녀왔는데, 2박 3일로 짧았지만 오랜만에 워케이션을 다녀오니 좋더라. 2018년에는 개발자를 퇴사하고 치앙마이에 3주간 머물며 일을 했었는데 그때 경험이 이후 내 커리어를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래서 내년에는 국내 다양한 지역에서 워케이션을 실험해보고 싶다. 몇몇 지역은 후보로 정해놨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일본 여행을 다녀올 듯싶고. 올해 많이 받은 질문이 '요즘도 극장 자주 가세요?'라는 질문이었는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자주 물어볼까 싶었는데 과거 몇 년 전까지 그게 내 정체성이었더라. 거의 극장에 살다시피 했다. 그런데 요즘엔 극장을 자주 가지 못하고, 좋아하는 독립영화도 많이 못 보는 편이라 내년에는 좀 더 많은 독립 영화를 보고 싶다. 모든 영화를 극장에서 볼 필요는 없지만 독립영화만큼은 극장에서.
며칠 전에 읽은 어떤 책에서 우리의 구매가 곧 미래의 투표라고 하는 내용을 읽었는데 값싸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의 물건을 선택하면 결국 시장에는 저렴한 물건으로 가득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런 시장과 살아가야 한다면 슬플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내가 지지하는 가치가 있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지속적으로 살아남아주기 위해서 투표 같은 구매가 필요하다. 내게 그것 중 하나가 독립영화이고, 다른 하나는 Workflowy 구독이다.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살아남으려면 공감하는 대중의 지속적인 소비가 필요하다.
매주 주간을 리뷰하는 주간 세모오네모도 내년에 계속 이어갈 거다. link
2024년에 가장 중요한 문화자본은 국내 워케이션을 다녀오는 것이다.
아비투스 7가지 자본을 제외하고 나머지 1개의 자본은 사업 자본으로 채웠다. 사람은 강점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내 강점은 시스템 구축, 데이터 분석, 마케팅 분야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할 줄 아는 잡다한 지식이다. 이렇게 되야겠다고 꿈꾼 적은 없었는데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그런데 이 자체가 그냥 내 일인 것 같다.
2024년에 가장 중요한 사업자본은 지식 컨설팅을 지속하는 것이다.
2024년에도 모두 목표를 이루는 한 해가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