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과 저작권 침해
카피캣으로 판정되는 시간 3초
얼마 전 페이스북 '인디라! 인디게임 개발자 모임' 공개 그룹에서 올라온 게임을 두고 인디 개발자들끼리 자그마한 논쟁이 있었다. 사실 올라온 게임에 대한 논쟁보다는 서로 다른 가치관의 충돌과 다른 접근으로 인한 논쟁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논쟁들도 더 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하게 만들고 궁극에는 철학적인 접근을 해 볼 수 있다는 면에서 진보적이고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키워드는 '카피캣'이었다. 하지만 카피캣과 독창성을 가지고 마치 선과 악의 대립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카피캣 : 독창성 = 상업성 : 예술성'이라는 비례식이 너무 쉽게 만들어지는 현실에 좀 다른 접근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쉬운 비례식이 있는데 우리는 무엇을 위해 게임을 만드는 걸까? 란 생각도 들었다. 그런 고민 속에서 모든 현상을 부정적인 시각에서만 바라보며 서로를 프레임에 가두고 비난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게임에 대한 비판은 개인의 자유다. 그리고 커뮤니티에서 커뮤니케이션은 개인의 스킬이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혐오의 스펙트럼을 몇 개의 키워드로 재단하여 증오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리고 그 증오의 대상이 시스템이나 행위가 아닌 사람이 되는 것은 더욱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나도 누군가를 증오의 대상으로 삼아 자신의 도덕성이나 우월함 그리고 이념의 증명을 위하여 혐오를 소비한 건 아닌지 반성하며 글을 쓴다.
며칠 전 '귀살의 검'이라는 게임이 출시 5일 만에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이 게임은 논란의 가치가 없다. '귀멸의 칼날'의 시나리오부터 시각적 표현을 의도적으로 표절했고 명백한 저작권 침해다.
'귀살의 검'을 만든 개발사는 '귀멸의 칼날'이라는 IP를 이용해 '상업적 편승'을 의도적으로 노렸다. 그리고 많은 게이머들의 의혹에 "시대적 배경과 기모노 등 의복만으로는 표절 게임이라고 볼 수 없다."라는 뻔한 거짓말을 통해 다시 한번 게이머들을 기만했다. 혹시나 해당 개발사가 표절 이슈를 통해 '노이즈 마케팅'효과를 얻으려 했다면 해당 개발사의 대표 및 마케팅부서 인력들은 '마케팅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공부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 게임은 노이즈 마케팅으로 흥할 수 없다. 이제 게이머들은 호기심만으로 게임을 소비하지 않는다. 이것은 진리다.
선한 목적은 선한 방법으로만 이룰 수 있다.
- 유시민 <청춘의 독서 중> -
표절(Plagiarism, 剽竊; 문화어: 도적글)이란 다른 사람이 쓴 문학작품이나 학술논문, 또는 기타 각종 글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직접 베끼거나 아니면 관념을 모방하면서, 마치 자신의 독창적인 산물인 것처럼 공표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표절은 흔히 저작권 침해와 혼동되는 경우가 많지만, 양자는 맥락과 지향이 서로 다르다. 저작권이 소멸된 타인의 저작물을 출처 표시를 하지 않고 이용하는 경우는 표절에 해당하지만 저작권 침해는 아니다. 표절은 주로 학술이나 예술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윤리와 관련되는 반면에 저작권 침해는 다른 사람의 재산권을 침해한 법률적 문제이다.
- 출처 : 위키백과 <표절>
표절은 도둑질이다. 다른 이의 창작물을 가져다가 내가 만든 것이라고 속이는 행위다. 그리고 그 행위로 돈을 벌고 안 벌고를 떠난 도의적인 문제다. 이런 악의적인 표절을 하지 않는 것이 스스로를 온전한 창작자로 인정하기 위한 첫걸음이며 선배 창작자들에 대한 예우다.
하지만 이런 도둑질이 재산권을 침해한다면 표절과 더불어 저작권 침해라는 법률적 문제로 넘어가게 된다. 즉 표절의 경우 적절한 인용 처리를 통해 사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저작권 침해는 인용 처리를 한다고 해서 법률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원작자로부터 허가받지 않은 '상업적 편승'이나 의도하지 않더라도 '상업적 피해' 그리고 '저작인격권의 침해'가 발생한다면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저작권 침해 관련 법률(저작권법)은 친고죄가 적용된다. 친고죄란, “범죄의 피해자나 그 밖의 법률에 정한 사람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公訴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를 말한다. 즉 피해자인 권리자가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친고죄의 공소시효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이며 "고소를 한번 취하하면 다시 고소를 할 수 없다"라고 형사소송법에 명시되어있다. 결국 모든 표절과 저작권 침해는 온전하게 도둑질을 한 사람과 당한 사람 양자 간의 문제가 된다. 즉 글머리에 '귀살의 검'관련한 나의 선언은 그저 메아리일 뿐이다. 그 판단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귀살의 검'은 표절을 능가하는 '도용'을 시도한 부분에서 악의적이라고 볼 수 있다.
보통 표절 시비가 많은 영역은 문학, 미술, 음악 등 예술의 창작 영역에서 발생한다. 이와 관련된 용어들도 굉장히 많다. '베끼다'를 구분하는 여러 단어들을 살펴보자.
우선 '표절'과 비슷한 단어가 '도용'일 것이다. 두 단어 모두 원작자의 허가를 받지 않는 부분은 동일하다. 하지만 방법면에서 표절은 콘텐츠의 내적인 영역에서 발생하고 도용은 외적인 부분에서 발생한다. 즉 도용은 아이덴티티, 타이틀을 훔치는 것이고 이것은 '소비자를 속이는 것'이다. 소비자를 속이고 이득을 보려는 행위가 '위조'다. '귀살의 검'은 이런 측면에서 '위조'를 목적으로 한 도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도용이 표절이라는 도의적인 영역을 넘어선 악의적인 형태라고 판단되는 근거는 정식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개발되고 있는 모바일 게임 '귀멸의 칼날 혈풍검극 로얄'의 출시가 발표된 시기를 맞춰 '귀살의 검'을 출시를 준비했다는 부분이다. 이 부분이 바로 '위조'를 목적으로 한 도용이다.
정리하자면 표절은 '다른 이의 창작물을 내 것처럼 속이는 것'이고 도용은 '내가 그 창작물의 창작자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이다.
그리고 '표절'과 다르게 훔치는 것이 아닌 빌려 쓰는 것이 '인용'이다. 인용의 조건은 '차용'을 명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반드시 원작자를 자신의 작품에 명시하는 것이 기준이 된다. 즉 콘텐츠의 어느 부분을 누구의 어떤 창작물 어디서 얼마만큼 빌려왔는지를 명시하는 것이다. 보통 이런 기준량의 실측이 가능한 문학에서는 문장의 우연성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표절의 기준이 생각보다 꼼꼼하게 연구윤리 평가 기준이나 사례집을 통해 잘 명시되어있다. 그래서 보통 이런 단어 연쇄 표현(텍스트 표절)의 경우 연속 6~8 단어나 2 문장의 일치를 '최대 허용 기준'으로 보고 표절 시비를 가른다.
추가로 음악의 영역에서 인용과 비슷한 부분은 '샘플링'이라고 볼 수 있다. 힙합 음악이 대중화되면서 이런 샘플링에 대한 논란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기존에 유명세를 탔던 곡들이 정보의 바다를 통해 다시 수면 위로 표절 논란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아직 국내 대중음악 부분에서는 여전히 논란의 소지가 많다. 나는 샘플링도 원칙적으로 원곡자의 동의가 필요하며 샘플링한 원곡을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마주와 패러디는 모두 인용의 범위에서 시작되어야만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리고 오마주와 패러디가 추구하는 목적은 전혀 다르다. 오마주에 대한 부분은 전편 #3 중 예술과 모방이라는 문단에서 이미 설명을 했다.
많은 예술가들은 그들이 존경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모작했다. 예술가들의 모작은 아직 내가 갖지 못한 '오리지널을 소유한 예술가에 대한 일종의 존경이었고 찬사'였다. 일반적으로 예술가들이 대가의 작품을 배우기 위해 초기에 열중하는 것이 모사이며, 비로소 원숙기에 존경을 담아 모사가 아닌 자신의 재해석을 통한 '오마주'를 택하게 된다. 즉 오마주는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발현하는 시점에 '오리지널리티를 찾게 해 준 스승에 대한 존경을 담는 고마움의 표현'이었고, 새끼 고양이가 어미 고양이에게 물려받은 '클리셰를 벗어났음을 증명'하는 하나의 의식이었다. 이렇게 위대한 예술가들은 자신들이 존경했던 대가들의 작품을 모작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갔다.
오마주는 스승에 대한 존경을 담는 고마움의 표현
새끼 고양이가 클리셰를 벗어났음을 증명하는 의식
이런 존경과 고마움을 담는 오마주와는 다르게 패러디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문제들을 피판적인 메시지와 함께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다른 유명한 사람의 창작물을 인용하는 행위다. 그래서 오마주와 패러디는 인용의 목적에서 완전히 다르다. 즉 오마주는 자신이 좋아하는 창작자에 대한 존경이 목적으로 원작자가 핵심이다. 하지만 패러디는 자신의 메시지 전달을 목적으로 하므로 원작자의 창작물은 그저 메시지 전달의 도구일 뿐이다. 결국 패러디는 메시지 전달의 효과를 위하여 트렌드를 중심에 둔다. 그렇게 지금 가장 문제 되는 사회적 논란, 그리고 지금 가장 유명한 창작물을 활용하여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모방은 흉내내기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따라 하는 행위이며, 인간에게는 전통과 문화의 발전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학습의 일종이다. 즉 유전적으로 상속되지 않은 모든 정보를 습득하는 가장 기초적인 행위다. 나는 이런 모방의 근본적인 목적은 개인이나 집단의 생존 그리고 나아가 종속되는 목표는 진보라고 생각한다.
카피캣은 이런 생존 그리고 진보를 바탕으로 하는 전략적인 모방이다. 그리고 #1 카피캣의 정의를 통해 이미 생존전략에 대한 부분을 설명했다. 그리고 카피캣은 반드시 오마주가 품는 존경과 고마움을 의식하고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새끼 고양이는 생존을 위한 모방의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새끼 고양이는 어미 고양이의 사냥하는 모습을 분석한다. 새끼 고양이는 단순하게 어미 고양이의 행동만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다. 즉 겉모습만 분석해서는 새끼 고양이는 생존할 수 없다. 이것이 카피캣과 '원숭이의 흉내내기'가 다른 점이다.
새끼 고양이는 수많은 사냥을 통하여 다시 굶주리고 상처 입고 죽음에 직면하기도 한다. 이런 경험의 과정에서 새끼 고양이는 '어미 고양이에게 물려받은 클리셰'를 벗어난다. 이렇게 '클리셰를 벗어난 새끼 고양이'가 자신의 존재만으로 독창성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존한 새끼 고양이는 어미 고양이가 되고 그 어미 고양이는 새끼 고양이가 자신을 카파캣했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새끼 고양이들은 카피캣이라는 경험 없이 살아남지 못한다. 새끼 고양이의 생존에 영향을 주는 것은 '창의성'이지 '독창성'이 아니다.
콘텐츠의 저작권의 인정은 구체적인 표현만을 인정한다. 저작권법 보호를 받으려면 사람의 사상이나 감정이 말, 문자, 음, 색 등을 통해 외부에 구체적으로, 창작적 표현 형식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은 다양한 예술분야가 접목된 복합 콘텐츠로 논란도 굉장히 많고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릴 때 다른 콘텐츠들에 비하여 이려운게 현실이다. 법률에서는 보통 "인간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한 것"으로 명시하며 게임 속 캐릭터의 시각적 표현이나 시나리오와 대화의 내용 등을 저작권으로 보호하고 있다. 즉 이미지와 텍스트를 중심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인 경우 법원은 이를 저작권으로 인정하지 않는 공중의 영역으로 해석한다. 이렇게 저작권법은 구체적인 표현이 아닌 규칙이나 시스템 아이디어 등은 저작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즉 게임의 규칙이나 시스템을 베끼는 것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는 허용되는 범위라는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와 ‘표현’의 구분을 규정하는 것이 공정한 창작을 보장하기 위한 합리적인 범위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과도한 제재로 창의성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최근까지도 치열하게 해온 업계가 바로 패션 업계다. 청조의 범위가 제한적이고 시즌이라는 사이클이 작동하는 시장, 유행에 민감한 시장, 그리고 부득이하게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게 되는 문제들에 대하여 패션 업계는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게임 저작권 관련하여 충분히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이머들과 상당수의 개발자들은 도의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이런 구분들을 혼동하거나 단어들을 혼용하다 보니 게이머들 간의 논란은 물론 개발자들까지 시비를 가리는데 많은 논쟁이 오고 가는 게 현실이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저작권과 창의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나는 그 해답을 '선한 영향력'을 가진 오마주를 통해 순기능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7에서는 '카피캣의 당위성'이라는 주제로 잘 베끼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