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 이어지는 사랑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어. 무슨 말이냐고 묻는다면 곁에 사람이 있어도 외롭다는 뜻이야. 예전에 쌓아둔 추억을 슬며시 꺼내어 보며 그때를 회상하지. 그리고 ‘그때가 좋았어.’라는 말을 내뱉곤 하는데, 잠시 함께 한 사람이 보고 싶거나 힘을 얻기 위해서야.
지금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때 시간, 장소, 바람, 햇살, 풍경, 나의 젊음의 시간, 그리고 곁에 있던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자연스레 추억하기 마련이야.
어디를 가던 폰을 들어 카메라를 켜지. 그리고 여기저기 사진을 찍어. 추억하기 위해 그렇게 그때 그 시간을 잡아두지.
엄마는 왜 이런 말을 하냐고, 의아해하고 있다면, 언젠가 엄마가 이 세상에 없는 날이 올 테니 그래. 항상 곁에 있어야만 안심이 되는 건 아니라는 말이야. 멀리 있어도 함께 한다고 생각해. 아니면, 그동안 엄마와 함께한 추억 상자를 서랍 속 깊숙한 곳에서 꺼내서 봐. 환하게 웃으며 찍어둔 사진을, 화가 나 토라진 모습의 엄마를, 주방에서 너를 위해 요리하는 엄마 뒷모습을 보며 웃어 줘.
그렇게 우리는 미래를 위해 추억을 고이 간직하고 살아가.
언제나 어디서나 내가 원할 때, 볼 수도 만질 수는 없겠지만, 슬픔을 오래 안고 있지 않길 바랄게. 그 대신 함께한 지난날 시간을 꺼내어 사랑했던 그 시간으로 너를 일으켜 세워보렴.
엄마와 함께 나눈 수많은 추억이 네 마음속에 살아 있다면, 슬픔에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야. 우리가 함께한 시간, 눈물로 서로를 안아주던 순간들, 그 모든 날이 네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될 테니까.
사랑은 떠나는 순간 사라지는 게 아니야. 몸은 곁을 떠나도, 마음 깊은 곳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걸 이모가 떠날 때, 미처 몰랐어. 이모가 우리 곁을 떠나던 날, 엄마는 너무 아파서 한동안 제대로 일어설 수가 없었어. 아무리 추억이 많아도, 다시는 만질 수 없고 볼 수 없다는 사실만 보여 앞이 보이지 않더라.
이모는 엄마에게는 둘도 없는 동생이었어. 슬프거나, 기쁠 때마다 서로 의지하며 지내는 유일한 친구가 되어주었는데, 그 친구가 세상에 없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쓰라렸지. 그러나 2년이라는 시간이 주는 선물이 조심스레 이모와 함께한 사진을 꺼내게 하더라.
사랑은 사라지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됐어. 몸은 함께하지 못해도, 그 사랑은 추억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었어. 그리고 인정했지. 꼭 곁에 있어야만 그 사랑이 머물지만 않음을. 너와 마지막인 줄도 모르고 찍었던 사진을 보며, 우린 웃었어. 그것만 봐도,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함께하고 있는 거야.
엄마는 너의 웃음 속에서도, 너의 발걸음 속에서도 언제나 함께 하고 있어. 떠남은 끝이 아니라, 기억 속에 살아 있는 사랑이 시작되는 거야.
어제와 오늘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 줄 테니까.
때가 되면 비가 오고, 눈이 내리듯, 오고 가는 계절처럼 사람도 오고 가는 거야. 지금 우리가 만났지만, 이 인연은 또 이어지지. 어제와 오늘을 이어주는 다리로 말이야.
여니야, 언젠가 다시 만날 거야. 먼저 떠나는 것뿐, 그뿐이야. 몸이 함께 하지 못한다고, 그 몸이 없어서 만질 수 없다고 눈물을 흘리지 마. 함께 하는 동안 원 없이 만지고 안아주면 되지. 엄마가 떠난다고, 슬퍼할 시간에 네 가족들과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 껴안고 깔깔 웃기도 하고, 토라져서 인상을 찌푸리다가도 여유로운 곳으로 여행을 가족들과 떠나는 거야.
엄마가 계속 말했듯, 사람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야. 누군가가 세상을 떠나면, ‘그분 돌아가셨습니다’라고 말해. 즐겁게 잘 살다가는 이곳을 떠나 다시 내가 있던 흙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돌아가셨습니다’라고 말을 종종 하지.
엄마가 먼저 흙으로 돌아가지만. 그건 몸의 귀환일 뿐, 너를 잊는다는 뜻은 아니야. 어딘가에서 너를 비추는 푸른 불빛처럼, 엄마의 응원은 계속될 거야.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
너는 여전히 사랑을 주고받으며, 엄마에게는 안겨 있는 아이야. 몸은 떠나지만, 사랑은 숨 쉬고 있을 테니까.
삶의 마지막 단계는 끝이 아니라, 사랑이 추억으로 이어져 영원히 가슴에 남기는 거란다. 엄마는 사랑의 마지막 단계를 가슴으로 영원히 함께하자고 말하고 싶어.
그 사랑은 네가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이 될 거고, 다시 만날 그날까지 너를 지켜줄 거야.
엄마와 함께하는 동안 쉼 없이 사랑을 속삭이고 그 사랑을 차곡차곡 추억 상자에 쌓아두자. 앞으로 여행도 자주 가고 너와 함께할 수 있는 모든 걸 조금 더 하자꾸나. 후회되지 않도록.
마지막으로 엄마는 글로 사랑을 남기는 숙제를 열심히 할게. 이모가 후회 없이 떠난 것처럼, 사랑을 끌어모아 나눌 거야.
세상에 태어난 것만큼, 축복은 없어. 그러니 사랑을 차곡차곡 쌓아두렴. 그 사랑은 네가 힘들 때, 꺼내 입을 따듯한 옷이 되고, 언젠가 다시 만나는 날의 약속이 될 테니까.
엄마가 세상에 없더라도, 환하게 웃고 있는 엄마는 여니 등 뒤에서 햇살처럼 늘 머물고 있을 거란다. 우리가 나눈 사랑은 사라지지 않고, 너의 발걸음을 비추는 촛불이 될 거야. 엄마는 영원히 여니 편이니까.
우리가 나눈 사랑은 너의 걸음마다 발자국이 되어, 그 끝에서 다시 마주할 거야.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해, 여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