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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보내지 못한 내 마음.

8주간의 에세이 합평을 마치며...

by fragancia

살면서 두고두고 기억 속에 각인되는 날이 있다. 첫 직장 월급날, 첫사랑, 첫 키스, 결혼식, 출산...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과 잔잔한 감동은 힘들고 어려운 순간 나를 지탱해 주는 빛이 되어준다. 지난 목요일 나의 "처음"이 하나 더 각인되는 날이었다.


올해 첫 글쓰기를 시작했다. 블로그를 통해서 자유롭게 글을 쓰기도 했고 커리큘럼에 따라 글을 쓰기도 했다. 때로는 특정 작가의 문체를 따라 해 보며 내 필력의 얕음도 깨달았다. 9주 전 "당신에게 보내지 못한 마음"이라는 에세이 합평 모임은 내게 도전이었다.


어디에 내놓기도 부끄러운 필력을 문우들과 공유하면서 평을 듣는 것... 상처 받지 않을 수 있을까? 8번의 글을 온전히 쓰고 빠지지 않고 참여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의 글을 내가 평할 수 있을까? 걱정을 가득 안고 시작한 생애 첫 합평 시간이었다.


평소 쓸 수 없었던 주제들을 꺼내와 글을 쓰면서 설움과 아픔으로 흔들리는 감정을 힘겹게 붙잡아야 했다. 떠올리기도 버거운 일들을 어루만지면서 천천히 글로 하나씩 써 내려갔다. 내 글은 때로는 따끔한 평을 받기도 했지만 그 안에 따뜻함이 배어있었다. 평해주신 말씀 한마디 한마디는 작가의 시선이 아닌 독자의 시선 그것이었다. 2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우리는 글 속에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웃고 울었다.


7번의 뜨거운 합평 시간이 지나고 마지막 글 주제는 "메멘토 모리, 카르페디엠"과 관련된 에세이를 쓰는 것. 오래전 내 곁을 떠난 벗의 추억을 쓰면서 폭풍 오열을 했다. 내 글뿐 아니라 글 벗님들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눈물을 멈추기가 어려웠다. 아니나 다를까 합평이 들어가기도 전에 내 눈은 토끼가 되어 팅팅 불어있었고 몇 번이나 합평이 끊어지며 눈물을 닦아내야 했다. 글로 느껴지는 슬픔과 아픔 그리고 감동, 삶에 대한 감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져있었다. 위로의 따뜻함이 마무리될 즈음...


멀리 함양 산꼭대기에서 별을 보며 합평에 참석하신 글벗님의 풀벌레 소리가 눈물을 그치니 들려왔다.

"아아... 풀벌레 소리 너무 좋아요. 함께 별 보며 음악 듣고 싶어요."


합평을 이끌어 주시는 작가님께서는 센스 넘치시게 "별 보러 가자"~ 그리고 "별이 진다네" 연이어 틀어주셨다. 음악에 빠져들면서 마치 모두들 산꼭대기에 모여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성별도 나이도 환경도 다른... 한 번도 얼굴을 대면하지 못한 우리들이 그 짧은 순간 행복감에 젖어들고 있었다. 글로 하나가 될 수 있구나! 함께 공명할 수 있구나! 감동스러운 이 순간을 위해 두 눈을 꼭 감았다.


'언젠가 쏟아지는 별을 마주한다면 나는 오늘 함께한 글 벗님들을 떠올릴 거야. 이 행복감을 오래오래 간직할 테야. 힘들고 아픈 글을 써야만 할 때 따뜻하게 서로를 위로했던 이 시간을 기억할 거야.'


숨소리마저 조용했던 그 순간은 '영원의 추억'이 되어 마음속 깊은 곳에 저장되었다. 누군가 행복한 순간을 물어온다면 나는 에세이 마지막 합평을 말할 것만 같다. 차마 "당신에게 보내지 못한 마음"을 나는 글로 온전히 나누었다.

며칠이 지났지만 그날의 온기는 여전하다. 지금 베란다 창 너머 별이 반짝이고 있다. 아마 글 벗님들 창가에도 같은 별빛이 쏟아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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