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의 수는 무한대다. 알파고가 각별한 점은 인간들이 정해놓은 정석을 때로 벗어나는 수를 둠으로써 절묘하게 상황을 타개해나가는 점이다. 우리 인간도 그런 수를 인생에서 쓸 수 있지 않을까. 교착을 타개하는 창의적인 수 말이다.
어느 분야나 고정화되고 획일화된, 확률적으로 더 성공에 가까운 pathway가 존재한다. 대개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길들이다. 바둑으로 치면 인간들이 정해놓은 정석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런 정석이 최선의 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인간들의 고정관념이 상당부분 반영된 수들로써, 정말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가능한 길들을 확률적으로 분석하여 성공 및 실패의 가능성을 다 따져보고 결정된 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당히 다른 길의 성공방정식도 존재하며, 필자는 이 길을 찾고 걸어가는 것은 결국 어떤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다고 본다. 그 주관은 누가 강제로 만들어 줄 수 없는 것으로, 그 주관이 성공의 격과 맞을때 운명의 문이 열린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주관을 형성하는 것은 필자가 보기엔 어린시절부터 현재까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영향이 가장 크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수를 고려하여 최적화된 수를 찾기보다 인간 사회의 고정관념 속에서 정해진 수를 두는 경향이 매우 크다. 이는 일견 합리적인 결정으로 이미 수 많은 시행착오로 리스크 대비 수익이 가장 좋은 (샤프지수가 가장 좋은) 길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의 맹점은 환경이 변하면 한 번에 이들이 다같이 멸망한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변화로 인한 흥망성쇠는 작게는 우리 주위에서, 크게는 역사에서도 찾을 수 있고, 더 크게는 항성의 일대기에 따른 행성의 운명에서도 볼 수 있다. 구한말 한학을 공부하던 수 많은 양반들은 서양의 신기술에 맥없이 무너졌고, 소련의 붕괴는 수 많은 올리가르히들을 낳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자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환경변화를 고려치 않고 자신의 주관속에서 고정화된 성공의 방정식을 추종하는 편이다.
그래서 만약 주변의 어떤 비범한 사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결정들을 내린다면 신중하게 지켜보는 것이 좋다. 그는 환경변화를 고려하여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가능한 수들의 성공/실패 확률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의사결정하는 과정 중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