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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n 05. 2021

본질적 상승이 진짜 상승이다: 속여서 이기는 것의 한계


사람들은 속임수를 써서 이기거나, 지형지물을 활용한 신묘한 계책으로 적을 섬멸하거나, 말 한 마디로 적군을 물러가게 하는 그런 신묘한 계책을 좋아한다. 그렇게 이기는 게 진짜 실력이고 똑똑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수단들이 쓸모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질적으로 수준이 다른 적을 만난다면 이런 계책들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즉, 속임수나 일시적으로 남을 속이는 계책을 쓰는 것이 긴 시간 텀으로 보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거나 오히려 더 상황을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고수는 수를 쓰지 않는다고 했다. 


병법서를 들자면 대표적으로 중국의 손자병법과 오자병법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싸우지 않고 이기고, 속임수로 이기고, 계책으로 이기고, 세 치 혀로 대군을 물러가게 하고, 이런 류의 이야기들이 손자병법이라면, 오자병법은 근본적으로 중앙집권적이고 강력한 군대를 만들어 어떤 상황에서도 이기는 전략을 추구한다. 오자병법은 로마의 필드매뉴얼 (FM) 비스크르크의 부국강병책과 맥을 같이 하며, 오히려 이 편이 장기적으로 승리를 획득하고 유지하는데에 더 나은 방법이라는 것을 인생을 살다보면 알게 된다. 


속임수를 쓰면, 일시적으로 상대방이나 제3자가 속을 수는 있다. (경험이 많은 상대라면 속지 않거나, 속은 척을 할 것이다. 상대가 이상한 짓이나 조직이나 사회 전체에 해로운 짓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게 계속되지를 않는다. 속이는 사람은 단기간에 승부를 보려고 한다. 온갖 전력을 동원하여 상대를 교란하고 어떻게든 그 승부를 확정지으려 하지만, 문제는 정말 고수를 만나면, 상대가 전혀 반응하지 않거나 호락호락하게 전략적 요충지를 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이번 한 판만 이기면, 한 번만 따면, 이 카드 하나만 뒤집으면, 이 화점만 차지하면 이길 것 같은데, 이상하게 그 하나가 절대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천천히 상대가 마련한 차분한 수들 앞에서 녹는다. 


역사에서 대표적인 것은 한니발의 이탈리아 본토 원정인데, 처음은 좋았으나 이탈리아 본토 내부에 들어가서 결국 로마군의 장기전에 병력이 녹아버리고 말았다. 로마군 입장에서는 급할 것이 없다. 어차피 물자는 충분하고, 장기전을 가면 점점 상황은 본국인 로마에게 유리해진다. 한니발이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민중에게 더 나은 사회 시스템을 선보이고, 이탈리아 민중이 한니발 편으로 돌아서는 것인데, 순수 무장인 한니발은 이런 전략까진 구사하지 못했다. (오히려 약탈을 했다.) 이 전략을 성공적으로 선 보인건 오히려 마오쩌둥의 대장정이었다. 중국 민중은 마오의 편에 섰고 군대를 숨겨주거나, 물자를 제공하고 안전하게 세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민심을 얻고 그 시스템이 더 나을 것이라 믿었던 민중의 지지가 이를 뒷받침했다. 결국 어떤 세력이 해당 지역을 영구토록 점령하려면 해당 지역의 풀뿌리 민심을 얻어야 한다. 이게 쉽지 않기 때문에 열강들은 (미국, 소련 등) 측면에서 자신의 편에 서는 토착세력을 지원하여 중요한 전략 거점을 자신의 영향력 하에 두려고 한 것이다. 


하여튼 각설하고, 일시적인 속임수로 상대를 이겨왔다면, 여지껏 실력이 없는 상대하고만 싸웠던 것이고, 운이 좋았던 것이다. 정말 실력자를 만난다면 진짜 속된 말로 '탈탈 털린다.' 애초에 상대의 실력을 어느정도 정확히 가늠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기본은 된 것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아예 속임수를 쓰지 않고 정공법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다. 최고의 고수는 그 어떤 수도 쓰지 않는다. 기본실력이 좋은 것이 최고의 전략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 기본실력을 향상시키는 게 시간이 들고 어렵기 때문에 여러가지 수들을 배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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