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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l 29. 2024

과도한 레버리지는 언제나 오답이다.

자산의 가격이 반드시 한 방향으로 간다는 가정하에 일으킨 풀 레버리지

10년 정도 전이었던 것 같다. 우연히 만난 자칭 투자 고수라는 자가 커버드콜 (지수 선물 매수, 지수 콜옵션 매도)  방식의 전략을 어떤 나라의 증시 (아마 일본 니케이 였던 것 같다.)에서 쓰면 절대 돈을 잃지 않고 무조건 돈을 버니 이 방식으로 평생 하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에는 막 대학원에 막 다니기 시작한 시기여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는 말이다. 니케이가 하락하지 않고 상승하거나 횡보할 때는 무조건 돈이 벌리는 방식인데, 니케이가 심하게 하락하는 몇 년의 구간에서는 억 단위로 손실이 난다. 아마 비슷한 방식을 주장했던 사람들도 다 매매일지를 내려버린 것으로 기억한다.


어떤 자산의 움직임이 한 방향으로만 나타난다고 가정하면 세상 무서울게 없어진다. 그 방향으로 풀 레버리지를 일으키면 막대한 돈이 벌린다. 그런데 그 방향으로 만에 하나라도 가지 않고 반대로 가면, 그리고 심지어 그 움직임이 몇 년 지속되면 그 사람은 반드시 파산한다. (필자는 심지어 크루드 오일이 제자리에 머문다는 가정하에 10억원 어치가 넘는 크루드 오일 옵션을 양매도했다가 하룻밤에 10억이 날아간 적도 있다.)



어떤 자산의 움직임이 한 방향으로만 간다는 가정은 참 매력적인 가정이다. 풀레버리지를 쓰면 순식간 수억원의 돈을 벌리고 잘만하면 수십억원의 돈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더 좋은 건 나에게 영원히 돈이 벌릴 거라는 가정이다. 그 가정하에 행복한 꿈을 꾸며 매일을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쉬우면 왜 이건희와 이재용은 머리를 싸매고 삼성전자 반도체에 대해 투자 결정을 고민하고 내릴까. 왜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미국에 직접 바이오시밀러를 팔러 다닐까.


필자가 단언할 수 있는 건 1. 영원히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자산은 없다는 것이다. 2. 그래서 그 가정하에 해당 방향으로 당해 자산에 풀 레버리지를 일으키면 반드시 언젠가 거액의 돈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3. 이 말을 쓸까 망설였지만 쓴다. 부동산도 예외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사람들의 머릿속에 부동산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부동산은 무조건 물가상승률에 따라 오르기 때문에 풀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매수하면 거액의 돈을 번다는 것이다. 그래서 60억짜리 빌딩을 50억 대출에 8억 주택담보대출, 2억 신용 대출로 산 사람이 주변에 있다. 매달 이자만 수억이 나가는데, 임대료로 이 비용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2021년 이후로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역마진이 나기 시작했다. 아직은 버틸만하다며 빌딩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년에 수억씩 손해를 보면서 역마진 이자를 납부하고 있는데, 오래 버티진 못할 걸로 보인다.


투자의 원칙은 단순하다. 1. 투자에서 어떤 가정에 '절대'라는 조건을 붙이면 무조건 오답이라는 것이다. (ex. 이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2. 어떤 자산이 무조건 한 방향으로 간다는 가정은 오답이라는 것이다. 3. 과도한 레버리지는 언제나 오답이라는 것이다. 투자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원유가 2020년 4월에 마이너스 가격으로 갔던 것을 기억하는가? 마이너스 원유가격이란 것을 지금 투자에 뛰어든 사람들이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필자의 지인들 여럿도 이때 원유에 투자한다고 했다가 0달러에 근접하는 원유가를 보며 다들 막대한 손해를 입고 포지션을 손절했다.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 일이 일어난 경우는 이 경우 외에도 굉장히 많다. 필자가 알고 있는 것만 5~6가지를 꼽을 수 있다.


지금 한국 부동산에 대해서도 부동산 자산이란 것은 무조건 가격이 오르는 것이니, 무조건 물가상승률을 따라 오르는 것이니, 무조건 화폐가치가 떨어짐에 따라 오르는 것이니, 라고 하며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킨 사람들은 언젠가 크게 손해를 입을 것이다. (정확히는 자산가치가 떨어지는데 이자도 불어나서 이중으로 손실을 보는 고통을 상당히 오랜 기간 겪게 될 것이다.) 자산가격이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가정하에 일으킨 과도한 레버리지는 언제나 오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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