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목화의 성, 파묵칼레
6일 차의 첫 일정인 블랙커민 쇼핑을 간단히 마치고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가 첫 관광 일정인 올림포스산으로 향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근원지인 올림포스산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사실 ‘올림포스’라는 이름이 붙여진 산은 그리스에도 존재한다고 한다. 정말 어느 곳이 원조 올림포스산인지 정확히 확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현재는 없으니 여행객들은 각자가 방문해 본 쪽이 오리지널일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https://maps.app.goo.gl/NGnUFcJc5eAKiLBp6?g_st=i
구불구불하고 제법 경사가 있는 산길을 따라 버스가 20여분은 쉬지 않고 올라간 것 같다. 올림포스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탑승장 근처에서 버스는 멈췄고 우리 일행을 내려주었다. 그런데 버스에서 내리면서 보니 버스는 경사로에 주차되어 있고 제법 경사가 있는 오르막을 올라가야 케이블카 탑승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로 저 앞에 탑승장 입구가 보이는 100미터 정도의 짧은 거리였지만 혼자서는 걷지도 못하는 상태의 삼촌을 부축하여 어떻게 탑승장까지 갈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고민을 하는 사이에 버스는 이미 우리 모두를 내려주고 주차장으로 떠나 버렸다. 멀지 않은 거리이고 오늘의 첫 일정이니 삼촌도 아직은 힘이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삼촌을 부축하여 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장애인용 보도가 있어 그쪽으로 올라갔지만 경사를 완만하게 만들기 위해 멀리 돌아가야 해서 나와 삼촌은 결국 일행이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모두 들어간 후 제일 늦게 도착했다.
케이블카 탑승장에 들어가면서 예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직원 중 한 명이 우리 쪽으로 와서는 양손으로 무언가 몸짓을 하며 나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순간 몇 초 정도 당황하여 굳어 있던 내 머릿속에 그 직원이 무슨 몸짓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바로 휠체어가 필요하면 가져다주겠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반갑고 감사할 수가 없었다! 튀르키예 전체 여행을 통틀어서 가장 감사한 순간이었다. 나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했고 이후에도 고맙다는 말을 멈출 수가 없었다. 케이블카가 정상에서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사이에 직원이 휠체어를 가져다주었다. 다소 낡긴 했지만 우리가 사용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삼촌을 휠체어에 앉혀드리고 내가 뒤에서 밀어서 케이블카 탑승 줄 맨뒤로 이동하였다. 삼촌을 부축하여 한걸음 한걸음 끌고 갈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편안하고 수월함을 느꼈다. 정말 이때는 휠체어를 빌려주신 것에 대해 너무도 감사하고 이제 훨씬 더 수월하게 관광을 할 수 있다는 안도감에 눈물이 날 정도였다.
이후의 관광은 너무나도 수월했다. 더 이상 삼촌을 힘겹게 부축하면서도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었고, 다른 일행들보다 느리게 이동할 수밖에 없어 다른 분들을 기다리게 만들게 해서 생겼던 미안한 마음도 해결되었다. 거동이 불편한 한 사람과 함께 여행을 하다 보니 여행지에서, 일상생활에서 장애인의 이동을 위한 시설이 얼마나 부족하고 비현실적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다리가 불편한 삼촌을 부축하여 다녀보니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편리한 계단이나 오르막, 내리막길이 너무도 큰 장애물로 다가왔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을 위한 오르막길도 가끔은 너무 급경사로 만들어져 혼자서는 도저히 올라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곳도 있었다. 화장실의 장애인 칸은 잠겨져 있거나 열고 들어가도 청소도구함으로 사용되고 있어 불편을 겪은 적도 있었다. 물론 머나먼 튀르키예에서 격은 일이었지만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이 이동권 보장을 위해 시위를 하는 것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기도 하였다.
장애인들의 대부분은 혼자서 이동하기 힘들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고, 이동을 아예 포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 건강한 사람보다 경험의 폭이 매우 좁아질 것이다. 여행도 포기하는 부분의 한 가지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대부분의 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여행은 엄두도 못 내고 있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10여분 정도 기다려서 탑승한 케이블카는 우리 일행 모두와 다른 여행객 여러 명을 태우고 타탈리(Tahtalı)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타탈리 산 정상은 2365m로 한라산보다도 높은 산이다. 이런 높은 산의 정상까지 연결된 케이블카는 스위스의 기술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마도 높고 멋진 산들에 케이블카를 많이 설치한 스위스라 이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듯하다.
정상에 도착하기까지는 거의 20~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케이블카가 매달려 이동하는 굵은 금속 로프를 받쳐주는 기둥과 같은 구조물이 중간중간 위치하고 있었는데 이곳을 지나갈 때마다 마치 그네를 타듯 케이블카가 앞뒤로 크게 한 번씩 흔들려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첫 번째 기둥에서는 매우 아찔한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두세 번 반복되니 조금은 재미있기도 했다.
정상에 도착해서 케이블카에서 내려서 가이드님의 설명을 잠시 듣고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휠체어가 있으니 더 이상 어머니와 아버지 따로, 항상 뒤처지는 삼촌과 나 따로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삼촌이 타고 계신 휠체어를 밀며 빠르게 이곳저곳을 구경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탑승 건물 내부로 들어섰다. 건물 안은 생각보다 조금 더 아담했는데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는 점이 다소 의외였다. 패키지여행인 관계로 길거리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니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스타벅스를 본 적이 없었는데 이 높은 올림포스산 꼭대기에서 마주치게 될 줄이야! 몸과 마음은 간절하게 카페인을 부르고 있었지만 우선 바깥쪽 풍경을 둘러보고 나서 여유 있게 커피를 한잔 하기로 하고 건물 바깥쪽으로 나섰다. 건물 바깥은 애매한 날씨로 그늘에 들어가면 쌀쌀하고 햇빛을 쬐고 있으면 포근한 정도의 날씨였다. 먼지가 별로 없는 깨끗한 지역이라서 그런지 아주 멀리 까지 시야가 확보되어 멋진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건물밖으로 꽤 넓은 공간이 있었었는데 한쪽에는 야외 카페, 다른 쪽에는 고무줄의 반동을 이용해 타는 그네 같은 놀이기구가 있었다. 탄성이 있는 고무줄을 사용해 만든 커다란 그네였는데 줄의 탄성을 이용해 높게 튀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 놀이기구였다. 우리가 바깥쪽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하는 동안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이 계속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놀이기구를 운영하는 스텝 중 한 명이 홍보를 위해 계속해서 타고 있는 것이었다.
올림포스산 정상의 경치도 마음껏 즐기고 여유 있게 커피도 한잔 마신 후 우리는 일행과 모여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산 아래로 내려왔다. 산 아래로 내려오는 동안에는 케이블카가 산 중간에 걸쳐 있는 구름들을 계속 통과하며 내려와서 올라갈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여행 전 내가 찾아본 블로그의 후기 중 절반정도는 산 정상에 올라가서도 구름이 많아 아래쪽 경치를 전혀 볼 수 없었다고 남겨져 있었고, 마지막 이스탄불 관광에도 케이블카 탑승일정이 또 있어서 올림포스산 케이블카 선택관광을 추가할지 말지 많은 고민 후에 어렵게 결정했었다. 결과적으로 다행히 우리는 운이 따라 주어 먼 곳의 산들과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풍경도 볼 수 있어 너무 감사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너무도 감사하게 사용했던 휠체어를 반납했다. 그 후 버스는 우리를 식당으로 바로 데려다주었다. 점심식사로 크게 특이할 것은 없었던 닭고기 케밥을 먹고 몇 시간을 더 이동하여 파묵칼레에 도착했다.
https://maps.app.goo.gl/WmYfsZP5U1e8EKYr6?g_st=ic
파묵칼레는 ‘목화의 성’이라는 뜻의 티르키예어로 이 지역의 높은 언덕에서 솟아나는 온천수가 아래로 흘러내리는 과정에서 석회성분이 쌓여 하얀색 성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의 첫 번째 관광일정인 히에라폴리스 고고학 박물관이 이 석회봉지역을 포함하고 있었다.
https://maps.app.goo.gl/y4vafa6kHJ81LBJQ6?g_st=ic
이곳도 우리가 들렀던 다른 박물관들과 비슷하게 야외 유적지를 둘러볼 수 있도록 꾸며 놓은 곳으로 기원전 190년에 지어진 도시의 터와 잔해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곳이었다. 대부분 폐허가된 옛 도시의 흔적들만이 남아있지만 드문드문 건물의 기동이나 입구로 보이는 부분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기도 했다. 특히 원형경기장은 그 터가 아직도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놀라웠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히에라폴리스 박물관의 유적지들을 전기카트를 타고 이동하는 선택관광을 추가해서 삼촌도 함께 유적지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완벽한 관광지는 없는 것일까. 이곳에서도 버스에서 내려서 카트를 타는 곳까지 걸어가는 것이 문제였다. 500여 미터 포장도 잘되어 있지 않은 길을 따라 삼촌을 부축하여 어찌어찌 유적지 매표소까지 갔는데 거기서도 또 걸어온 만큼을 더 들어가야 전기카트 탑승장이 있었다. 몸도 힘들었지만 우리가 늦어져 다른 일행들에게 폐가 될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점점 급해져만 갔다. 티켓팅을 하고 입구에 들어서서 조금 걸어가다가 2~3인용 소형 카트를 운행하는 유적지 지원들과 마주쳤다. 감사하게도 가이드님께서 그 사람들에게 부탁하여 나와 삼촌을 단체 카트 탑승장까지 태워다 주었다. 이후에는 15명 정도가 탑승할 수 있는 대형 카트를 타고 유적지의 주요 포인트들을 둘러보아서 수월하게 관광을 할 수 있었다.
유적지 내부는 건강한 사람이라도 걸어서 돌아보려면 한두 시간 정도 시간이 걸릴 정도로 넓었다. 선택관광으로 전기카트 이용하기로 한 것을 너무도 잘했다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뇌며 편안하게 카트 맨 앞자리에 앉아 유적지를 구경하며 다녔다. 삼촌도 카트를 타고 이동하니 주변을 보며 편히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삼촌의 컨디션이 더 안 좋아져 카트에서 내려서 몇 걸음 걷는 것조차 힘들어하셔서 도보로 둘러봐야 하는 지점에서는 삼촌은 카트에 남겨두고 구경을 할 수밖에 없어 좀 아쉽기도 했다.
유적지 내부에는 야외 수영장도 있었다. 아마도 따뜻한 온천수를 이용해 만들어 놓은 야외 수영장인 듯했는데 별도의 입장료가 있었다. 꽤나 넓은 수영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지만 우리 일행은 일정상 수영장을 살짝 둘러만 보고 다음 지점으로 이동했다.
유적지 내부 관광의 마지막 지점은 온천수의 석회질 성분이 언덕아래로 흘러내리면서 만들어 낸 백색의 천연 석회 온천지역이었다. 멀리서 보면 황색의 돌산의 한쪽 내리막 부분이 하얀 석회질로 덮여있어 장관을 이루는 지점이다. 이곳에는 원래 새하얀 석회실로 뒤덮인 계단식 지형에 많은 양의 천연 온천수가 흐르는 곳이었다. 한 계단 한 계단마다 웅덩이가 있어 사람들이 온천욕을 즐기기도 했었다는데 이제는 온천수의 양이 많이 줄어들어 몸을 담글 수 있는 커다란 웅덩이는 없었다. 대신 신발을 벗고 들어가 발정도는 담가볼 수 있었는데 내리막 길에 단차도 있어서 삼촌은 당연히 주변 벤치에 앉아 구경만 하셨고 바닥도 미끄러워 부모님께서 넘어지실까 봐 조마조마하여 옆에 꼭 붙어서 걸어 다녔었다. 온천수에 발을 담가보니 뜨겁기까지는 않았지만 싸늘한 날씨에도 미지근함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온도였다.
온천수 족욕을 마치고 입구로 돌아가는 카트를 기다리고 있을 때즈음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저 멀리 하늘에서부터 먹구름이 끼는 게 보이기 시작했고 곧이어 시커먼 구름 속에서 하늘로 떨어지는 번개의 빛줄기와 함께 천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다행히도 카트는 비가 내리기 전에 우리 일행을 유적지 입구로 다시 데려다주었다. 다만 카트에서 내려 버스가 있는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들어올 때처럼 작은 카트를 얻어 탈 수 없었고 거기에 비까지 내리기 시작하여 삼촌을 부축하여 버스까지 가는 길이 너무도 곤혹스러웠다.
삼촌을 끌고 겨우겨우 버스에 타서 숙소로 이동하는 동안 가이드님께서 원하는 사람에 한해 숙소 근처의 양고기 음식점으로 안내해 주시겠다는 제안을 하셨다. 아마도 가이드님과 연결된 음식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튀르키예의 양고기가 저렴하고 맛도 좋다고 하니 우리도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가이드님께서 또 한 가지를 공지해 주셨는데 이번에 가는 숙소는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소식이었다. 그래서 혹시라도 2층에 방을 배정받게 되면 짐을 옮기는데 조금 힘들 수도 있으니 양해해 달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다른 일행분들은 무거운 짐을 어떻게 옮길지를 걱정하셨겠지만 내 머릿속은 순식간에 어떻게 삼촌을 2층까지 모시고 오르내릴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버렸다.
https://maps.app.goo.gl/gufu4eyaqUAP8eHJA?g_st=ic
버스는 우리를 금방 숙소로 데려다주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한 일은 혹시 휠체어 대여가 되는지 문의하는 것이었다. 올림포스산에서 휠체어 맛을 보았기 때문에 앞으로 머무르게 되는 숙소마다 휠체어 대여가 되는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호텔에서는 조금 고장은 났지만 휠체어가 딱 하나 있다며 우리에게 빌려 주었다. 우선 삼촌을 휠체어에 모시고 나니 나머지 일들은 이전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거기에다 운이 좋게도 우리 일행은 모두 1층에 방을 배정받아 2층을 오르내릴 걱정은 한방에 깨끗이 날아가버렸다. 방을 배정받고 짐을 방에 넣어놓은 후에 우리는 일행들과 함께 양고기 음식점으로 이동하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숙소 입구에는 양고기 음식점에서 준비해 준 미니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5분남짓 걸려 우리는 음식점에 도착했고 여기저기 자리를 나누어 앉았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음식점에는 우리 일행을 제외하고는 다른 손님은 없었다. 모든 일행이 자리를 잡고 앉자 음식점 앞쪽에 티르키에 아저씨 한분이 나오셔서 마이크를 잡고는 어색한 한국어로 자기소개를 한 뒤 노래를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노래가 시작되자 모든 일행의 시선이 그 아저씨게 집중되었다. 노래도 잘할뿐더러 너무도 자연스러운 발음으로 한국 가요를 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 아저씨가 노래 몇 곡을 부르고 나서는 손님들에게 노래를 권하기도 했고 앞에 나가서 노래와 춤을 즐기는 일행 분들도 계셨다.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양고기는 뼈가 달린 프렌치랙이었고 1kg 단위로 판매했다. 우리 가족도 적당하게 주문을 하여 잘 구워진 양고기를 먹고는 다른 일행들보다 앞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짐을 풀기 전에 들었던 바로는 숙소 안에 유황온천을 즐길 수 있는 목욕탕이 있다고 했다. 저녁식사 후 숙소로 돌아와서 삼촌을 방에 모셔드리고 부모님과 함께 유황온천으로 향했다. 시설이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실내에 제법 크고 모양새를 갖춘 수영장도 있었고, 그 옆쪽으로 유황온천을 즐길 수 있는 커다란 욕조(대중목욕탕의 온탕과 비슷했다)가 있었다. 남녀 공용으로 우리는 준비해 간 수영복을 입고 탕에 들어갔다. 저녁시간인 데다 온천탕 내부에는 조명도 거의 없어서 매우 어두운 분위기였다. 거기다 유황온천물이 옅은 갈색으로 물아래가 보이지 않아서 온천탕이 있는 공간의 실내 분위기는 더더욱 어두워 보였다. 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담그는 것은 좋았지만 어두운 실내 분위기 때문에 그리 오래 있지 못하고 빠져나왔다. 실외에도 온천탕이 있었지만 바람에 날려온 나뭇잎이 욕조 안에 너무 많이 떠 다녀서 나는 구경만 하고는 방으로 들어와 내일 일정을 위해 일찍 잠을 청했다.
부모님과 몸이 불편한 삼촌을 모시고 벌써 여행의 6일 차를 마무리했다. 여행의 피로감이 쌓여가서인지 삼촌의 컨디션은 점점 더 안 좋아졌다. 이제는 부축을 해드려도 몇 걸음 걷는 정도도 힘들어하실 정도였다. 편안하게 여행을 하지 못하는 마음에 답답하기도 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아파하시고 힘들어하시는 삼촌이 조금 원망스럽기도 했다. 계속 통증을 호소하셨지만 겉으로는 아파 보이지 않아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나도 몸이 힘들고 피곤하니 짜증도 나고 삼촌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여행이 끝나고 삼촌의 몸상태를 알고 나서는 그때 삼촌의 마음을 이해해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도 죄송했다.
그나마 오늘은 휠체어를 사용하여 돌아볼 수 있는 관광지도 있어서 여러모로 많이 수월한 하루였던 것 같다. 이날 휠체어를 사용해 보고 그 편리함을 알아 버려서 진지하게 휠체어를 하나 구매할까도 고민해 보았다. 결국 그렇게 하지는 못했지만 이 후로 머무는 숙소마다 휠체어를 빌릴 수 있는지 먼저 찾아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