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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Mar 19. 2024

고양이도 타이밍을 봅니다.


모든 것은 타이밍이다.


나는 도도와 매일 타이밍 싸움을 한다.


훔치려는 자와 뺏기지 않으려는 자.

기어코 하려는 자와 기필코 방해하려는 자.


 서열이 없는 우리 관계는 

좀 더 영리하게 기회를 

잡는 자에게 승리가 돌아간다. 


반려인과 반려동물과의 관계가 

일방적일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유일하게 통하지 않는 동물이 

'고양이'가 아닐까 싶다.




나는 도도와 매일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한다.


도도는 사료를 깨끗하게

먹지 않는 안 좋은 버릇이 있다.


나는 도도가 밥그릇을 다 비우기 전까지

밥그릇을 씻어주지 않거나 

사료를 더 주지 않으면서 

이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도도는 쉬운 상대가 아니다.


사람 언어로 번역하면 쌍욕일 것 같은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하루종일 

울어댄다. 


그러다가 싸움에서 밀릴 것 같은

직감이 들면 다음 행동에 돌입한다.


사료 통 엎기, 밥그릇 툭툭 치기 

그것도 통하지 않으면 

다른 물건을 훼손시키기 

그것도 통하지 않으면


식음전폐.




이게 뭐라고

밥그릇싸움을 한다.


나는 버릇을 고쳐보겠다고 

도도는 자기 뜻대로 먹어보겠다고


밥그릇 하나 두고 정치가 시작된다.


언제나 냉전은 

생각지 못했던 

도도의 외교 활동으로

 끝이 난다.




보통은 엄마와

맞거래를 시도한다.


도도는 엄마가

바라는 '애정'을 

줄 것처럼 한 뒤 


원하는 바를 얻으면

곧바로 튀어버린다.


엄마는 불공정 거래에

다시는 속지 않겠다며

다짐하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도도가 동정표를 얻는 것에

능숙한 이유는 생존본능이라 

누구보다 쉬운 것이다. 



함께 사는 한 

밥그릇 싸움은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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