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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A Feb 21. 2016

일기장

먼지 쌓인 다이어리 속 이야기


네가 떠난 이후로 나는 일기를 쓰지 않아

쓰이지 않는 새하얀 여백이

채워지지 않는 나의 하루가

너무도 겁이 나 바라볼 수 없어    


아무 이유 없이 잠 못 이루는 오늘 같은 밤

침대 머리맡에 너를 앉히고

해묵은 옛날 얘기를 꺼내

일기장 속 그날의 날씨만큼이나

시시콜콜한 그날의 우리 이야기


선유도의 봄에서

두물머리의 여름으로

하늘공원의 가을부터

남산의 겨울까지

사이사이 끼워놓은 책갈피마다

깊숙이 박힌 초승달 손톱자국들


첫눈처럼 내려와

소나기처럼 그쳐버린

일기장 속 그날들

이미 오래전에 마침표가 찍혀

활자 그대로 멈춰버린 너의 모습 나의 하루가

너무도 겁이 나 바라볼 수 없어


내일도 아무 이유 없이 잠 못 이루는 그런 밤

침대 머리맡에 너를 앉히고 너에게 조심스레 기대어

해묵은 옛날 얘기를 꺼내겠지

날씨 얘기만큼이나 시시콜콜한

일기장 속 그 날의 우리 이야기




지리멸렬하고 궁상맞은 새벽의 신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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