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oA Jul 20. 2018

세피아

아름답지 못했던 과거의 색감


목청 큰 매미와 물 새는 에어컨

청춘이라는 종교가 헤집고 간 여름

축축하고 끈적한 중력 위에서 멀미하던

스물, 열 번의 여름


새끼손가락을 함부로 걸어 잠그며

어설프게 심어 온 다짐들

자신이 내린 신탁이 제 목을 죄어오던

스물, 열 번의 겨울


지난 밤의 날씨는 유리조각 비

과거의 인력이 만드는 풍파 안에서

위아래로 출렁일 뿐 나아가지 못하는 작은 배

벌어진 상처와 약속들 밤새 포말 되어 사라지고

마침내

버려진 뱃멀미, 벼려진 뱃머리


추억하는 건 사진 한 장 남지 않은 노을빛 윤슬

세피아

그리운 이름 대신 불러보는 변조된 색감

한 번도 가진 적 없었으나 수 없이 잃어버린 것들에게

가슴을 쿡쿡 찌르듯 붙이는

스물의 마지막 빛 바랜 우표

이전 08화 일기장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