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oA Jan 31. 2016

가시

느릿느릿 할머니 말씀


생선을 먹다가 가시가 목에 걸렸다

어린 나는 밭은기침을 멈추지 못했다

할머니께서는 내 머리 위에 마른 북어포를 올리고

물 한 컵을 손에 쥐어 주셨다


천천히 마시거라 얘야

나는 대답 없이 물을 마셨다

삼키기도 아파 물을 넘겼다

천천히 내리는 물과 함께

가시는 조용히 사라졌다


훌쩍 커버린 지금

목에 가시가 걸리는 일이 줄었다

꼭꼭 씹어서 삼키는 법을 익혀서일까

못 삼키겠는 것을 뱉는 데 익숙해져서일까


가시보다 커버린 나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일도 줄었고

천둥번개에 잠 못 이루는 날도 없어졌는데

왜 이리 불안할까

왜 이리 잠들기 어려울까


마른 북어포 대신

차가운 오른손을 이마에 올리고

가시 돋친 밤을 조심스레 넘긴다


꼭꼭 씹어서

천천히 삼키거라

느릿느릿 할머니 말씀





이전 14화 벙어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