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할머니 말씀
생선을 먹다가 가시가 목에 걸렸다
어린 나는 밭은기침을 멈추지 못했다
할머니께서는 내 머리 위에 마른 북어포를 올리고
물 한 컵을 손에 쥐어 주셨다
천천히 마시거라 얘야
나는 대답 없이 물을 마셨다
삼키기도 아파 물을 넘겼다
천천히 내리는 물과 함께
가시는 조용히 사라졌다
훌쩍 커버린 지금
목에 가시가 걸리는 일이 줄었다
꼭꼭 씹어서 삼키는 법을 익혀서일까
못 삼키겠는 것을 뱉는 데 익숙해져서일까
가시보다 커버린 나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일도 줄었고
천둥번개에 잠 못 이루는 날도 없어졌는데
왜 이리 불안할까
왜 이리 잠들기 어려울까
마른 북어포 대신
차가운 오른손을 이마에 올리고
가시 돋친 밤을 조심스레 넘긴다
꼭꼭 씹어서
천천히 삼키거라
느릿느릿 할머니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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