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시가 아니다
물가에 편지 한 통을 조심스레 띄운다
받는 사람은 적히지 않았고
우표 또한 붙이지 않았다
행여 편지가 물에 젖을까
투명한 유리병에 정성껏 봉해 두었다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나란히 적혀야 편지일 텐데
내 손에 들린 유리병 편지는
길을 잃고 헤엄치기 위해 태어났구나
한 쪽 발이 없는 너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병들고 굶주린 나를 품었기 때문일 테다
닿을 수 없음에도 닿고자 하는 애처로운 표류가
나를 닮았기 때문일 거다
조심스레 띄운 유리병 편지가
위 아래로 출렁거린다
죽지도 못하고 휘청거린다
가라앉았다 떠오르기를 반복하며
건널 수 없는 저 너머로
가겠다고 가겠다고
당신께 가 닿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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