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남산은 말한다'를 보고 메모한 단상
[The Dark Tour of SEOUL - 남산은 말한다]
가끔 남산에 산책을 가곤 했었습니다.
힐튼호텔 근처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을 사서
남산 도서관 벤치에 앉아 점심을 먹고
한바퀴 돌기도 했고요.
지인과 점심 약속을 맛집 '목멱산 호랭이'로 잡아서
비빔밥을 먹고선 산책에 나서기도 했답니다.
경사가 있다보니 숨이 차기도 하지만
탁 트인 전경을 보면서 힐링되는 느낌을 받았죠.
그런데, 오늘 우연히 다큐 영상을 하나 접했습니다.(유튜브 링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3 인문다큐영화제' 선정작 중 하나인데요.
백범 김구의 증손자인 김용만씨가 프리젠터로 출연해 남산 '국치길' 곳곳을 살핍니다.
'남산은 말한다'는 제목과 중절모의 신사 썸네일을 보고,
첨엔 안기부 관련 다큐인가, 싶었는데..
'국치길' 다크 투어 내용을 담았더군요.
몰랐던 사실을 제법 접하게 됐습니다.
가끔 지나던 그 공간에서
시간을 거슬러볼때 끔찍한 장면들이 있었다는게 놀라웠습니다.
'기억'과 '기록'의 소중함을 강조한 영상을 보다보니...
간단히 메모라도 해두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1. 목멱산, 경복궁이 내려다보이는 자리
나무가 많아 목멱산으로 불렸다. 전국의 봉수,봉화대가 도착하는 곳이고 나라에서 제사 지내던 곳이었다. 그곳에 일본의 신궁(조선신궁, 1925-1945)을 세웠다. 우리가 제사 지내던 곳은 허물어 없애고 신궁으로 가는 길을 냈다.
2. 한일합병 조인한 통감관저
한일병합을 주도해 초대 총독이 된 데라우치 마사타케 통감의 관저가 남산에 있다. 그 자리를 확인하게 해준 건 거꾸로 세워진 비석이었다고 한다. 그 관저에서 1910년 8월 22일 총리대신 이완용과 통감이 강제병합 조약을 조인했다고 한다. 경술국치의 현장인 셈. 그날 통감은 일기에 조인을 마쳤다고 기록하며 웃음까지 적었다고 한다.
3. 23만평 규모의 조선신궁
일제는 남산 일대 30만평을 불하받았고 그 가우데 23만평의 부지에 조선신궁을 세웠다고 한다. 왕이 있는 곳, 즉 경복궁을 내려다보는 자리다. 강제로 사람들을 동원해 절을 시켰다고 한다. 지금은 그 흔적이 많이 남아 있지 않고 지워졌다고 한다.
4. 회현동의 적산가옥과 동굴(방공호)
일제 말기, 서울에 방공호를 1만개 건설하겠다는 시도가 있었군요. 회현동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 있네요. 그런데, 광복 후에 미군은 적산가옥을 포함해 일본인의 재산을 동결했는데 그 재산을 둘러싼 논란과 정리과정이 있었군요. 백범 김구는 해외에서 고생한 대한동포들에게 적산가옥이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했었다는데, 정작 수혜자는 (거짓 거래기록을 만든) 일제에 부역하거나 도왔던 자들이었다고 하네요.
5. 기억투쟁
누군가는 지우려 애썼다. 동시에 기록하려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기억하는 것도 싸우는 것이다. 그렇게 기록함으로써 후대들이 자랑스런 역사와 함께 상처받은 역사도 기억함으로써 다시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서해성 작가. 남산 다크투어 '국치길' 기획자)
'국치길' 관련 정보
https://opengov.seoul.go.kr/mediahub/22388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