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스키모자이크 Oct 29. 2020

<연재소설>영원의 정원 / 제18화 그들의 대화3

"아무래도 이번엔 내가 그를 만나야겠군.”

“남자주인공은요?”

“네 번째 정원에서 목욕을 하고 있네.”

“곧 죽음에 이르겠군요.”

“그렇게 되겠지. 늘 그래 왔듯. 이번에도.”


“주인공의 ‘성장 게이지’가 스레쉬홀드에서 멈췄어요.”

“내가 말해두지 않았나? 리미터가 작동한 거야. 리미터에 레이쇼(ratio) 따위는 없어.”

“지난 4,400년 동안 한 번이라도 이런 적이 있었던가요?”

“처음 있는 일이긴 하지.”

“그래도 역시 예측 범위 안에 있다. 이건가요?”

“그렇다네.”


극장관리인이 뾰족한 수염을 어루만지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혼돈에서 탄생한 최초의 빛, 태양신 라이자 세상을 꿰뚫어 보는 우자트의 눈을 가진 자 호루스이시여.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만물의 질서를 관장해 온 유일신 아텐이시여.”

“뭔가? 갑자기 거창한 이름을 부르다니. 나도 자네를 임호테프*라고 불러야 하나?”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이번에는 아무래도 양상이 달라요. 감나무의 균형이 깨졌어요.”


신이 머리 위의 원반을 어루만진다.


“훗. 우리의 사랑꾼 카하이가 환생을 반복한 지 44세기 만인가. 아무래도 이번엔 내가 그를 만나야겠군.” 신이 말한다.

“어떤 계획이라도 있으신가요?” 임호테프가 말한다.

“물론. 아버지가 그리울 때가 되었거든.” 하고 신이 말한다.

“설마 그럴까요?”

“두고보게. 보란 듯이 속여줄테니.”


  “오늘은 이만 가보겠네.”

  "라-호루스-아텐!" 임호테프가 말한다.

  "라-호루스-아텐!" 신이 말한다.



각주

*기원전 2650년에서 2600년 사이에 고대 이집트에서 살았던 학자이며 헬리오폴리스의 태양신 라(Ra)를 섬기는 대 제사장이었다. 이집트 피라미드의 역사상 건축자에 거론된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역사에 등장하는 최초의 공학자이자 내과의사, 건축학자로 서술되어있다. 사후, 이집트에서는 건축과 공학의 신으로 추앙받았다.

이전 17화 <연재소설>영원의 정원 / 제17장 꽃의 정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