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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너무 똑똑한 기계들 사이에서

그리고 내가 질문을 잃지 않기 위해 써 내려간 기록의 마침표

by 우리도 처음이라


AI에 관한 글을 쓰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은 주로 여행기를 써왔고, 풍경과 걸음의 감각을 기록하는 데 익숙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ChatGPT와의 짧은 문답 속에서 문장 하나가 이상하게도 마음을 건드렸습니다. 기계가 만든 문장인데도 그 어조와 리듬이 낯설지 않았고, 그 순간 단순한 질문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이 시대에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개발자로서 기술은 익숙한 언어였지만, 기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연재를 통해 AI라는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인간의 감각과 질문, 철학을 함께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시작한 이유는, 더 이상 미루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었고, 매주 글을 쓴다는 약속이 스스로에게 작지만 단단한 강제성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지만, 조금 힘들면서도 이상하게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았던 인문학과 철학의 개념들을 AI에게 요약해 달라고 요청하고, 이해되지 않는 문장은 풀어달라며 다른 분야의 언어를 천천히 익혀갔습니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흥미로웠고, 스스로의 관점을 확장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기계와 함께 글을 쓰며 내 생각을 또렷하게 다듬어보는 경험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의 공부이자 사유였습니다.


이 연재의 각 회차는 그때그때 떠오른 질문과 감정의 흔적이었습니다. 정리된 답을 전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 어떤 감각이 깨어나는지를 조용히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너무 똑똑한 기계들 사이에서


1화 ‘AI는 생각을 시작했고, 나는 질문을 잃었다’는 막막함에서 출발했고,

2화 ‘속도는 넘치고, 감각은 밀려났다’에서는 빠름과 효율에 밀려나는 인간적인 리듬을 이야기했습니다.

3화 ‘AI 창작 시대, 나를 새긴다는 것’에서는 생성된 것과 살아낸 것의 차이를,

4화 ‘필요와 불필요의 경계에서’는 사라지는 역할 속에서 나의 의미를 묻고 싶었습니다.

5화 ‘확률이 쓴 문장이 마음을 건드릴 때’는 정답과 울림 사이의 간극을,

6화 ‘파도는 이미 들이치는데, 회의는 계속되고 있다’는 조직과 개인의 속도 차이를 다뤘습니다.

7화 ‘빠르지 않아도 괜찮은가’,

8화 ‘Vibe의 시대로’는 감각과 분위기의 회복을 향했고,

9화 ‘AI 히치하이커’는 자동화된 정답이 넘치는 시대에 나만의 결을 실험해 보겠다는 다짐을 담았습니다.


기계는 정답을 내놓고, 인간은 여전히 질문을 품습니다. 그 질문이 단순하더라도 지금 나를 살아가게 하는 물음이라면 충분히 의미 있다고 믿습니다. 이 글들 속에서 독자분도 어쩌면 비슷한 장면을 떠올리신 적이 있었을까요. 좋아요로 공감을 표현해 주시고, 그 감정을 나누어주신 모든 분들께 조용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누군가에겐 익숙한 감정이었을지 모를 그 질문들이, 누군가에겐 한 번쯤의 망설임이었기를 바랍니다.


이 연재는 여기서 멈추지만, 다음은 조금 다른 형식으로 이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AI를 더 깊이 활용해 보고 직접 경험하며, 관찰과 사유를 넘은 실험의 기록을 남겨보려 합니다. 그 실험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저도 모르지만, 질문은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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