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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Mar 15. 2020

요즘 기업엔 사공이 많다

'주주' 경영의 대안 '스테이크홀더' 경영

“오늘 아침 우리 경쟁사 ABC의 이사회 앞으로 전달된 액티비스트 투자자(Activist Investor)의 편지를 다들 읽었을 거라 믿습니다." 나는 경영 컨설팅사의 총괄 팀장으로서, 클라이언트를 지원하고 있는 여러 컨설팅 팀들을 대표하여 클라이언트 임원회의에 매번 참석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미팅은 시작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액티비스트 투자자는 기업의 지분을 대거 확보한 후 '주주(Shareholder)'로서 경영진에 압력을 가해, 자본투자 전략 개편, 구조조정 등의 수익성 개선 및 주주가치 증대 방안을 실행하게 한다. 주주야말로 기업의 오너라는 철학 하에, 주주가치 증대를 기업의 목표로 설정하는 경영 철학의 대표자들이다. 이러한 액티비스트 투자자가 공개 편지를 통해, 경쟁사의 경영진에게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비핵심 사업을 처분하고 자본투자를 집중시키라고 압력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Dear Directors... 현대차, 삼성, 소프트뱅크, Apple, Amazon, AT&T 등 시총 수조 원대의 대기업들조차 액티비스트의 타깃이 된다.


이번 글에선 '주주'의 이권이 사회 전반의 가치와 대치된 사례를 소개하고, 위 클라이언트의 사례를 통해 주주 중심의 경영에 대안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 '스테이크홀더(Stakeholder)' 경영을 소개해본다.


기후 온난화란  거짓입니다!” 석유화학 대주주의 메시지

2019년 설문조사에 의하면, 미국 보수 공화당원 중 단 14%만이 인간의 활동이 기후 온난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미국 평균 49%보다 현저히 낮은 비율인데,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



2019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 KochLand에선 미국의 석유화학 기업 Koch Industries가 기후 온난화는 거짓이라는 주장을 어떻게 확산시키고 있는지 보도하고 있다. 석유제품의 지속적인 수요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Koch Industries는, 대체에너지 등 석유제품 수요 축소 움직임을 주주 이득의 최대 위협으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최대주주 Koch 가문은 자신들의 이권을 보호하기 위해 기후 온난화는 거짓이라는 메시지를 확산시키기로 결정한다.


먼저 자신들이 설립한 미국의 보수 띵크 탱크(Think Tank)들을 동원하여 기후 온난화는 거짓이라는 보고서들을 발행한다. 신뢰받는 기관들로부터 원하는 보고서를 확보한 Koch는, 이를 활용하여 보수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기후 온난화는 거짓이라는 메시지를 확산시키고, 환경규제를 제한해달라는 로비잉을 시작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 협약(Paris Climate Agreement)에서 미국을 탈퇴시켰던 것도, Koch와 같은 기업들의 로비잉과 정치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는데, 한 대기업 대주주의 이권이 사회 전반의 가치와 직접적으로 대립한 대표적인 사례인 것이다.


"우리 직원을 우리가 지키려면..."

그런데 2019년 8월, 미국의 주요 CEO들은 이러한 주주 중심의 경영 철학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 '스테이크홀더 (stakeholder)' 중심의 경영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기업의 존재 목적을 재정의하며, 주주만을 위한 경영이 아닌 모든 스테이크홀더(고객, 임직원, 서플라이어, 사회 전반, 그리고 주주)의 가치를 집약적으로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영철학을 도입하기로 선언한 것이다. PR 홍보활동이 아니냐는 부정론자들도 있겠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해당 선언문을 채택한 7,000조 원 ($6.9 Trillion) 규모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BlackRock의 CEO Larry Finks는 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에 공개 편지를 보낸다. 그리고 편지에 "기후변화 리스크는 투자 리스크다 (Climate Risk Is Investment Risk)" 등 단기적인 수익만이 아닌 중장기적인 사회 전반의 영향을 고려해줄 것을 기업의 대주주로서 호소한 것이다.


애플, 아마존, 블랙락, 보잉, 코카콜라, 골드만삭스, 맥킨지, 퀄컴, 월마트 등 다양한 산업 내 대표적인 181개 기업 대표들이 참여한 Business Roundtable 선언문


다시 나의 클라이언트 사례로 돌아가 보자. 경쟁사에 액티비스트 투자자가 개입했다는 소식을 접한 경영진. "이번엔 우리가 액티비스트의 공격 대상이 아니었지만, 언제 우리한테도 액티비스트가 붙을지 모릅니다. 액티비스트가 경영에 개입하여 반강제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게 만들기 전에, 우리가 주도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우리 직원을 우리가 지키려면, 고객이 요구하는 혁신을 제공하여 시장 내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는 방법뿐입니다."


'스테이크홀더' 경영 패러다임이 대대적으로 도입되어 임원회의에서 의사결정에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여전히 기업들은 주주 가치를 대변하는 액티비스트 투자자들의 압력을 받고 있고, 매출과 수익성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클라이언트와의 대화를 되새겨보면, 패러다임의 변화는 진행형으로 '스테이크홀더' 전반의 가치를 고려하려는 노력이 벌써부터 감지되기 시작한 것 같다.


주주 가치 및 단기적인 수익성만을 고려했다면, 클라이언트 경영진은 사업 내 존재하는 초과인력을 감축하기 위한 노력에 전념했을 것이다. 그러나 임직원의 직업 안정성을 언급한 클라이언트. 분명 주주 가치와 동시에 그 외 스테이크홀더들의 가치 또한 의사결정의 중요한 축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주주 가치 제고는 사회 전반의 스테이크홀더 가치와 항상 대립해야 되는 것일까?



이 글을 쓴 사람 'Droneboy'는,

한국에서 스타트업과 경영 컨설팅을 경험한 후 미국 Chicago Booth MBA를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 미국 시카고에서 아내 'Silvermouse'와 두 딸과 함께 살고 있으며, 경영 컨설팅 일을 이어서 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한 때 작가가 꿈이었는데, 브런치를 통해 나의 일하는 이야기, 가족 이야기, MBA 경영 지식 소개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필명 '드론보이'는 드론을 가지고 여행하는 것을 즐기는 저를 위해 아내가 만들어준 별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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