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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May 17. 2020

MLB 구단주도 인생에 고민이 있을까?

시카고 컵스 구단주 Tom Ricketts의 강의 후기

한때 나는 '박찬호 키즈'였다. 야구선수를 꿈꾸며, 매일 아침 야구 글러브를 꺼내 들었다. 잠이 다 깨기도 전 야구 연습으로 하루를 시작했었고, (요즘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학교에서도 수업 대신 야구 팀원들과 늘 운동장에서 연습을 하곤 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결국 야구선수 꿈은 중학생이 되고나서 완전히 접었지만, 그래도 야구는 취미로써 계속해서 즐겨 보고, 기회가 되면 실제로 뛰기도 한다.


2017년 MLB 개막전. 3살 딸과 야구를 공유하기 위해 온 가족이 시카고에서 5시간 거리 세인트 루이스로 떠났다. 전년도 월드시리즈 우승팀 시카고 컵스 패, 오승환 승.


그런 내가 시카고 컵스 구단주 Tom Ricketts의 강의 소식을 접했다. 내가 졸업한 시카고 부스 MBA 프로그램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재택수업이 시작된 후 졸업생들에게도 Zoom으로 진행되는 여러 강의들을 공유하고 있는데, 1993년 졸업생이자 시카고 컵스 구단주인 Tom Ricketts가 강의를 한다는 것이었다.


평상시엔 이미 졸업한 학교들에서 정기적으로 보내는 단체 메일은 사실 꼼꼼히 보지 않게 되는데, 이메일 제목 부터 눈길을 끌었던 이번 강의만큼은 꼭 듣고 싶었다. 메이저리그(MLB) 구단주의 강의라니! 어린 시절 야구선수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프로 야구 구단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했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MLB, NBA 등 주요 운동 리그들이 멈춰선 지금, 구단주로부터 각 리그와 팀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선수노조와의 마찰은 어떻게 풀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2020년 야구 시즌은 언제쯤 시작될 수 있을지 듣고 싶었다. 


구단주도 사람이구나.

Zoom 강의에 조금 늦게 참여한 나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Tom Ricketts 구단주의 코로나바이러스 '재택근무 수염 (goatee)'이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Ted Cruz 상원의원의 닮은꼴로 알려졌고, 시카고 컵스 경기와 TV에 늘 말끔히 면도한 모습으로 등장하던 Tom Ricketts였지만 그 또한 코로나바이러스 앞에선 사람이었다. 재택근무가 시작된 후 면도를 중단하고 '재택근무 수염'을 기르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Ted Cruz 상원의원의 닮은꼴 Tom Ricketts 구단주의 '재택근무 수염 (goatee)'


인간미가 풀풀 넘치는 Zoom 웨비나에서 Tom Ricketts는 아래 3개 주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MLB 야구팀의 구단주로서 현재 진행형으로 경험하고 있는 고민들을 논의했다.

Safety: 관중, 선수, 스태프의 안전

Financials: MLB 야구의 경제학

Politics: 미국 정치가 미치는 영향


Safety: 관중, 선수, 스태프의 안전

Tom Ricketts 시카고 컵스 구단주에 의하면 2020년 MLB 시즌 개막을 위한 선수노조와의 협상에서 가장 중점 내용 중 하나는 선수들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라고 한다.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진단받기가 어려운 상태이다. 연방정부 차원의 테스팅이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각 주지사와 시장 차원의 지역사회 그리고 개별 회사, 보험사, 의료재단 등 민간 차원에서 바이러스 테스팅을 위한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미국 전역을 비행기로 이동하며 시즌을 보내야 하는 선수들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안전'이었던 것이었다. 


MLB 커미셔너와 구단주들은 선수들의 이동을 제한하기 위해, 애리조나/플로리다 등 특정 지역 내 선수들이 격리생활을 하고 해당 지역에서 모든 경기를 소화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했었다. 그러나 미국 프로 운동 노주 중 '강성' 평판을 받고 있는 MLB 선수노조는 이 제안을 단칼에 베어버렸다. NBA, MLS 등 다른 운동 리그들이 추진하고 있는 제한적 격리생활 방안 옵션이 사라진 것이다.


주요 야구장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Hall of Fame 선수들 동상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비행기로 미국 전역을 이동은 하되, 안전은 책임져달라는 선수노조의 요구에 구단주와 MLB 커미셔너가 내민 방안은 MLB 차원의 자체적인 코로나바이러스 테스트 설비(lab)를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현재까지도 선수 노조와의 협상은 진행되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미국 내 테스팅 설비가 부족한 현재, MLB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과거 스포츠 금지약물을 테스팅하던 유타주의 테스팅 설비를 MLB 전용 코로나 바이러스 테스팅 설비로 전환하는 방안이라고 한다. 선수노조에서 이 방안을 받아들일지,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 일선에서 싸우고 있는 일반 의료진도 쉽게 확보할 수 없는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테스트 공급 수난 사태를 돈으로 해결한다는 사회적 비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사안들은 많이 남았지만, 구단주 관점의 고민의 시발점은 '안전'이라고 한다.


Financials: MLB 야구의 경제학

MBA 학생과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답게, 가장 많은 관심을 끈 내용은 야구 구단을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과 산업의 경제학에 대한 내용이었다. MLB 야구 구단에게 시즌/경기 티켓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70%라고 한다. 정말 긍정적인 시나리오에서 플레이오프 진출,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더라도 그로 인한 경제적 인센티브는 선수들에게 대부분 돌아간다. 월드시리즈 7차전 중 첫 4경기 수입은 ~90% 선수들에게 나눠지며 5,6,7차전이 있을 경우에만 추가 수입의 상당 부분이 구단에게 돌아온다고 한다. 경기 티켓 매출이 하루아침 사라지고, 남은 30% TV 판권도 시즌 단축이 예상됨에 따라 반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지금, MLB 구단주에게도 비용 감면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MLB 구단의 주요 매출 비중. 코로나바이러스로 ~85% 매출 축소를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MLB 야구팀의 비용구조는 거이 대부분이 '고정비용'인 것이다. 선수 개개인과 합의된 다년간의 연봉 계약, 선수노조와 협의된 MLB 최저 임금(약 6-7억 원)이 비용구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Tom Ricketts 구단주에 의하면 MLB 선수노조와의 협상에서 두 번째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2020년 시즌 선수들의 연봉 재협상이다.


구단주와 MLB 커미셔너는 시즌 수익금을 선수들과 공유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지만, MLB 선수노조에선 사전에 협상된 연봉을 지켜야 된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까지 합의된 내용은 MLB 최저임금보다 낮은 주급 $5,000을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있는 선수들에게 매주 지급한다는 것, 그리고 마이너리그는 시즌 개막을 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협상에서 배제되어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자동차 제조사의 경영진/노조가 서로 싸우는 과정에서 1차, 2차, 3차 중소기업 벤더들의 경영진/노조들을 신경 쓰지 않는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Politics: 미국 정치가 미치는 영향

마지막으로 핫토픽으로 떠오른 내용은 미국의 정치가 MLB 시즌 개막에 미치는 영향이다. 수만 명의 인파를 끄는 야구장과 같은 설비를 운영하기 위해선 모든 구단들이 개별 시장, 그리고 주지사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에선 중앙정부 차원의 협의로 끝날 문제지만, 미국에선 연방정부가 아닌 개별 지역사회와의 협상이 필요한 것인데 주지사들마다 야구경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캘리포니아에선 야구경기장의 개막이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위스콘신에선 주 대법원 차원에서 설비들의 운영을 이미 허가한 상황이다.


허가를 받지 못한 구단들은 어떻게 시즌에 참여할 것인가? 홈구장 없이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일까? 여전히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아 보인다.


이 온라인 강의를 듣고 나니, 참 세상 살면서 고생 한 번 안했을 것 같고 인생에 고민이라고는 없어보이는 MLB 구단주의 인생도 그리 쉽지만은 않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비록 야구 선수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MLB 관련된 컨설팅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면 그들의 고민을 함께 나눠보고 싶었다. 어쨌든 지금은 리그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빠른 시일 내에 각종 협상들이 진전되어 2020년 시즌이 개막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 글을 쓴 사람 'Droneboy'는,

한국에서 스타트업과 경영 컨설팅을 경험한 후 미국 Chicago Booth MBA를 졸업했습니다. 현재는 미국 시카고에서 아내 'Silvermouse'와 두 딸과 함께 살고 있으며, 경영 컨설팅 일을 이어서 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한 때 작가가 꿈이었는데, 브런치를 통해 나의 일하는 이야기, 가족 이야기, MBA 경영 지식 소개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필명 '드론 보이'는 드론을 가지고 여행하는 것을 즐기는 저를 위해 아내가 만들어준 별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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