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ADHD를 물려주기 싫은 부모님들께
ADHD는 뇌 발달 장애의 일종인데 웬 걸음걸이? ADHD 검사를 앞두고 유튜브 쇼츠로 우연히 접한 ADHD 환자의 신체적 특징. 놀랍게도 거의 일치했다. 아래는 그 내용을 대략 요약한 것이다.
1. 주변을 잘 살피지 않고 걸어 다녀서 다리 등에 멍이나 상처가 자주 생김(그리고 언제 다친 줄도 모름)
2. 발목을 자주 접질림
3. 티라노사우르스 팔 모양
4. 어릴 적 아토피, 심한 지성-여드름 피부, 장 트러블(+ 자가면역질환)
+) 기면증이나 불면증과 같은 수면장애
사실 다리뿐만 아니라 손도 팔도 등도 어디도 편안할 수 없다. 특이한 점이라면 언제 어떻게 다쳤는지도 잘 모른다는 점이다. 언제 생긴지도 모를 다리, 허벅지의 멍을 보면 '돌아다니다 책상 어딘가 부딪혔겠지...' 생각한다. 안정감 있게 주변을 살피며 걷지 않는 것과 내 몸 범위 인식이 부족한 탓에 멀쩡히 서있는 가구나 문에 쾅쾅 부딪히기도 하고, 과잉행동으로 순간 큰 몸짓을 할 때 크고 작게 부딪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부딪친 순간의 민망함도 있고, 수많은 부딪침들이 그저 일상이다 보니 기억에 잘 남지도 않는다.
지금 내 오른손에는 2~3주 전에 전자레인지에서 데인 화상 상처와 엊그제 프라이팬에서 데인 화상 상처가 있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첫째 딸은 요리가 아주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positive) 이 글을 쓰면서 확인해 보니 역시나 허벅지에는 이유 모를 멍이 왼쪽에 하나 오른쪽에 하나씩 있다.
나의 경우 어릴 때부터 걸음걸이가 조금 특이했는데 발뒤꿈치를 영 땅에 붙이지 못하고 걸었다고 한다. 지금도 뒤꿈치에 용수철이라도 달린 듯이 통통 튀며 걷고 앞으로 무게중심이 쏠리게 걷는다. 엄마는 나의 발걸음을 보고 (어째서) 발레를 떠올리시고는 5살 즈음 발레 학원에 나를 보내셨는데, 짧은 기간 동안 빠르고 완벽하게 팔자걸음을 익히게 한 원흉이 되었다.
아무래도 이런 걸음걸이다 보니 자주 넘어지고 다치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했다. 발목도 한 번 접질리면 쉽게 다시 접질리는 것이 사실이기에. 최근 ADHD인 친한 동생이 교통사고로 정형외과에 갔는데, 사고와 별개로 발목 관절이 40대 수준으로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여기도 역시 발목을 자주 접질렸다고. 나도 아직까지 1년에 한 번 정도 연례행사처럼 발목을 삔다. 이젠 발목 붕대감기 마스터에 이르렀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팔을 티라노사우루스처럼 손목은 꺾은채로 팔을 구부정하게 몸 쪽으로 붙이고 있다. 언제 그러냐면 문을 열 때, 물을 마실 때, 양치할 때, 걸어 다닐 때, 말할 때, 옷 갈아입을 때, 그리고 잘 때! 등등 의식하지 못하는 때에 자주 그 자세를 하곤 한다.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자세라고 누군가에게 배운 것도 아닌데 다들 비슷한 자세를 한다는 것이 놀랍다.
어릴 때 동생(또 등장)이 나의 티라노 팔을 보고 "언니는 팔을 왜 그렇게 하는데?" 말해주어 조금 고치긴 했지만 아직 습관이 남아 있다. ADHD 환자들의 신체적 특성으로 티라노사우루스 팔 모양을 알게 된 후 어느 날, 자려고 누웠는데 티라노 손 모양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는 나를 발견했을 땐 정말 충격적이었다.
나는 대학시절부터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생리불순이 심한 편이다. 임신을 준비하며 유산을 겪고, 이 다낭성난소증후군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여러 책을 읽으며 톰 오브라이언의 책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를 알게 되었다. 덕분에 여러 자가면역질환과 장 건강, 바디버든에 대해 공부하고 관련 책도 많이 접했다. 이전에는 ADHD 내용이 나의 글이 아니었기에 놓쳤지만 자료조사를 하며 ADHD와 자가면역질환과의 연관성을 꽤나 찾을 수 있었다.
자가면역질환이란 면역계가 체내 기관, 조직을 항원으로 인식, 공격하는 비정상적인 면역 반응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비정상적인 면역 반응이 오래 지속되면 항체가 증가하고 염증이 과하게 발생하여 몸을 상하게 한다. 자가면역질환은 어디에 면역 반응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종류와 증상이 다양하지만 아토피, 크론병, 류머티즘 관절염 등이 있다. ADHD도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라는 의견이 있으며 ADHD 환자는 다른 자가면역질환을 동반하거나 자가면역 반응에 인한 염증으로 심한 여드름 피부나 설사 또는 변비 등을 자주 겪었을 확률도 높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어릴 적 아토피, 학생 시절엔 여드름 피부와 알레르기성 비염(특정 항원 못 찾음), 대학생이 되어서는 다낭성난소증후군, 직장인이 되어서는 손목에 관절염이 생기기도 했다. 크지는 않지만 소소하게 호르몬이나 염증과 관련한 병을 계속 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정상적인 면역 반응으로 인한 신체 염증 발생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항원을 꾸준히 섭취 또는 흡수하거나 항원이 체내 기관이나 조직인 경우 염증 반응이 오래 유지된다. 그런 염증은 개인의 유전적인 요인과 살아온 과정(나쁜 독소나 중금속 노출 경험 등)에 따라 다르게 문제를 일으킨다. 체중조절의 어려움, 여드름 피부나 설사 또는 변비, 만성 피로, 알레르기 등이 그 예시로 이와 같은 방식으로 ADHD도 일으킬 수 있다. 이 관점은 후천적인 ADHD 발병 가능성을 시사하며, 다르게 말하자면 유전적인 요인이 있더라도 후천적으로 ADHD의 발병을 막거나 개선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의사나 관련 학자도 아니고, 100% ADHD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방법은 알지 못한다. 나는 엄마다. ADHD 환자이자 부모이기에 나는 내 아이들에게 ADHD를 물려주지 않을 방법을 공부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엄마 또는 아빠인 사람 중에 자신이 앓고 있는 병을 물려주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ADHD를 병으로 볼 것인지 아닌지, 진화적으로 필요한 요소인지 아닌지를 떠나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을 물려주지 않을 수 있다면, 부모라면 응당 그 방법을 알고자 할 것이다. 나는 100%의 확률로 ADHD를 막는 방법은 모른다. 하지만 ADHD 발병 요인을 피하거나 발병 후 필요한 좋은 습관들은 알고 있다. 이 이야기를 앞으로 해보려고 한다.
ADHD는 발달장애의 일종으로 가족력이나 유전적인 요인이 약 80%로 보고 있다. 병을 '총알'에 비유해 보자. 부모는 유전적으로 특정한 병에 취약할 수 있다는 '방아쇠'를 아이에게 줄 수 있겠지만 부모가, 아이가 손가락으로 굳이 그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다면 병은 '발사'되지 않는다. 이때 '손가락'은 주변 환경, 생활 습관, 식습관 등으로 부모가 겪은 환경과 습관을 그대로 물려받는 아이라면 높은 확률로 총알은 또다시 발사될 것이다.
ADHD 발병 원인으로는 흡연, 음주, 중금속, 각종 화학물질, 수면 부족 등이 언급되지만 명확하게 요인이 특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병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ADHD 부모라면 발병 원인으로 추측되는 요인들을 모두 알고 싶고, 차단하고 싶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하나하나 자세히 다루어볼 예정이다.
ADHD가 후천적인 관리와 교육으로만으로도 발병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당연히 발병할 수 있다. 그렇다고 끝은 아니지 않은가? 뇌는 신경가소성이 있다. ADHD환자에게 전전두피질과 소뇌의 발달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해준다면 뇌는 변화할 것이다. ADHD 치료 방법으로 약물 치료와 비약물 치료가 있다. 비약물 치료의 대표 격인 인지행동 치료는 일종의 습관 개선 훈련이다. 시간 관리와 체계화, 감정 조절 등의 훈련을 통해 일상의 불편함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다. 인지행동 치료는 결국 습관 형성이라는 신경망을 새롭게 설계하고 강화하는 작업으로 뇌가소성에 기반한 치료방법이다. 그렇기에 ADHD 부모라면 '좋은 습관'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몸을 청결히 하는 습관, 정리 정돈하는 습관부터 어떤 일을 시작했을 때 끝까지 마무리하는 습관, 매너 있는 대화 습관, 충동적으로 결정하지 않는 습관, 우선순위에 맞춰 시간 관리하는 습관 등 ADHD와의 공생에 필요한 것들을 알려주어야 한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당연히 나부터 좋은 환경과 식습관, 생활 습관을 갖추어야 아이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우리는 할 수 있다. 부모니까. 이건 ADHD 부모가 아니어도 모든 부모에게 해당된다. 아직 좋은 습관을 갖추지 못했다고? 잘 됐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다. 외롭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에겐 아이들이 있으니까.
앞으로의 연재는 조금 딱딱한 글일 수 있다. 여러 서적에서 얻은 정보들을 정리할 예정이다. 이건 나와 나의 딸들을 위한 ADHD 공부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나의 기록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쉽고 재미있게, 즐거운 글이 되길 바라며!
+ 잘 때 티라노사우루스 팔 모양 하는 법(옆으로 누울 때 이 자세로 한쪽 손은 살짝 턱 괼 때 짱 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