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20대 젊은 엄마 - 결혼하지 않는, 출산하지 않는 친구들
출산 전 드라마 <산후조리원> 반응이 뜨거웠다.
임신 중이었기에 재미있게 드라마를 시청했었고,
드라마 초반 주인공이 젖몸살로 고생하며 젖이 천장까지 튀어 오르던 장면을 보며
하하호호 웃으며(funny) 드라마를 본 기억이 있다.
출산 이틀 후 그것은 곧 나의 모습이 되었고,
딱딱하게 열이 오른 가슴에 곤란한 참에 등장한 안마사님.
가슴을 만지는 손길이 너무 아파 울어버렸다.
훗배앓이할 때도 페인부스터가 남을 만큼 여유 있었는데,
온몸을 비틀고 눈물을 흘리며 남편 손을 꽉 잡았다.
전혀 드라마적 요소 없이, 진심으로 유전이 터지듯 젖이 솟아올랐고,
시원했다.
터진 젖샘은 안마사님 얼굴을 시작으로 내 얼굴에도 튀는 젖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출산보다 아픈 가슴 마사지에,
내 얼굴부터 천장까지 튀어 오르는 젖까지
내 몸에서 일어난 이 재미난 사건을 공유할 사람이
남편뿐이었다.
28세, 만 27세인 나이였다.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 중에서 출산은커녕 결혼을 한 사람이 나 하나뿐이었다.
<산후조리원>은 친구들의 관심사가 아니었고,
첫 조카(?)에 친구들의 많은 축하와 관심은 있었지만
나의 세세한 변화에도 관심을 줄 만큼 여유롭지는 않았다.
태교와 입덧은 흥미롭게 듣던 친구들도
젖몸살이니 유축이니 본격 육아의 이야기는 듣기 힘들어하는 것이 보였다.
결혼에 있어서도 스드메, 청첩장, 예물예단, 시월드 등 친구들과 수다 떨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혹여나 친구들에게 압박감으로 느껴질까, 부정적으로 느껴질까 되도록이면 말을 아꼈었다.
나에게는 예쁘고 귀여운 아이이지만,
아이를 싫어했던 나의 과거를 돌이켜봐도
친구들에게 우리 아이 사진이 썩 재미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제왕절개 출산 입원 중 어느 날 휴대폰을 켜보니, 연락할 곳이 없었다.
회사는 나 없이도 잘 굴러가고 있고
친구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고 있고
아이는 잘 자고 있는지 호출이 없다.
바쁜 친정과 어색한 시댁에는 이미 전화를 돌렸다.
우리 아기 자랑하고 싶은데 할 곳이 없었다.
나름 창원에서 유명한 산후조리원을 예약했었다.
첫째이니 육아에 관해서는 나도 남편도 무지했었고,
남들이 다 하는 거라 당연히 하는 거라 생각했다.
(둘째 때는 집으로 바로 갔다)
당겨진 출산 탓에 우리는 추석연휴를 산후조리원에서 보냈다.
코로나 탓에 남편의 출입은 자유롭지 않았고,
조리원 동기를 꿈꾸던 나에게 식사 테이블 위에 올려진 아크릴 판은 침묵을 종용했다.
게다가 20대 임산부는 나를 포함해 2명,
서로를 알아보기도 전에 그녀는 퇴소를 했고,
'언니들'로 추측되는 조리원 동기분들과는 말을 트지도 못했다.
집으로 돌아가니 며칠은 남편이 함께 했지만,
출근을 하자 덩그러니 남겨진 나와 아이.
육아는 처음인데 희미한 기억에 의존하는 엄마보다는 인터넷의 정보가 믿을만했다.
그러나 모두가 초보이다 보니 힘든데 힘든 줄도 모르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까 하며 정보를 공유 중이었다.
나의 경우 50일이 될 때까지 유축수유를 했다.
조리원에서 잘 못 배운 유축법으로 젖양이 지나치게 많아 아기가 젖을 잘 못 물었다.
밤새 아이가 깨면 냉장고에서 유축한 젖을 데워서 젖을 먹이거나 분유를 먹였고,
더해 유축까지 하니 잠을 제대로 잘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처음 무너진 때는 샤워를 못한 날이었다.
남들은, SNS에는 아이를 키우면서도 예쁘게 집을 정돈하고 맛있게 식사를 차려먹는 것 같은데,
나는 화장실 한 번 가는 것도, 잠자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어느 하루 샤워를 못한 날 서러워져서 엉엉 울고 말았다.
남편이 오고 나서 아이를 맡겨두고 하면 되는 일인데 그땐 그게 그렇게 서러웠다.
그리고 이런 나의 상황을 누구와도 나눌 수가 없는 것이 나를 너무나 외롭게 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회사 동료들로 시끌벅적하던 우리 집이
아이와 나의 울음소리로 잠겨버릴 것만 같았고 남편은 자주 당황해했다.
첫째와 40일 정도 차이가 나는 회사 선배네 아기가 있다.
나는 출산휴가와 휴직으로 집에 있었고, 선배는 출산휴가를 마치고 출근을 하기 시작하셨다.
회사에서 남편을 만난 선배.
"선배(우리 남편), 집에 가면 만날 아기가 울어요."
"원래 그래요."
"근데 선배, 아내도 울어요."
"원래 그래요."
당시에는 먼 사람처럼 느껴져서 어려웠지만,
아이라는 공통점으로 빠르게 친해진 선배네 아내 분은 지금까지도 친한 언니동생으로 지내고 있다.
물론 이 친해짐이 한참 뒤 이야기인 게 아쉽지만.
대가족이 아닌 핵가족,
어른들은 노인이 되어도 일을 하기도 하고,
우리들은 학교와 직장으로 고향을 떠나 왔다.
아직 20대, 주변에 육아를 하는 아니 결혼생활을 하는 친구는 없고,
회사라는 장소 외에는 소속감을 느낄 수 비대면 공간이 집, 가족뿐이었다.
아이를 종일 돌보는 엄마의 육아와 밖에서 일을 하고 돌아오는 아빠의 육아는 다르기에
서로를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루 종일 혼자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아이는 나의 친구는 아니었다.
맘껏 수다도 떨고 조언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다.
20대의 육아는 그래서 참 외로웠다.
30대의 육아는 좀 나아졌냐고 묻는다면, 노력을 많이 했다고 답하고 싶다.
문화센터에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육아서 독서모임을 열어 운영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몇 분 계신데,
최소 나보다 4살은 많은 언니부터 12살 띠동갑 언니도 있다.
물론 나이를 뛰어넘는 '육아'라는 공통점으로 친해질 수 있었다.
다만 그 '육아'라는 게 까다로운 부분이 좀 있다고 느꼈다.
가까운 지역이라 자주 아이와 함께 볼 수 있어야 하고,
아이들이 만났을 때 불편함이 없어야 하며(괴롭힌다거나 때린다거나),
부모들의 육아관과 성향이 잘 맞아야 한다.
'육아 친구'는 학교, 회사처럼 소속 공간으로 만나지도 않았고,
같은 나이, 성별, 지역을 뛰어넘어 그 이상의 것들이 필요로 한다.
우선 만남부터 노력이 필요했다.
20대에는 이런 사실조차 몰랐고,
원래의 친구들이 예전처럼 친하게 느껴지지 않아 더 외롭다고 느꼈을 터.
아이를 핑계로 오히려 처음 보는 이에게 말 붙이기는 더 쉬우니
모든 나홀로 집에서 육아하는 엄마라면 '엄마친구'를 만들어보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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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일, 그림 그리는 일이 즐거운 자기계발 중독 엄마작가
성인 ADHD여도 육아와 자기계발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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