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은 공기처럼 스며든다."
누군가 그랬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되었다.
처음엔 거리의 몇몇 사람이 이유 없는 무기력에 빠졌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계절성 우울증쯤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그것은 빠르게 퍼졌다. 숨결을 타고, 말끝에 묻어나고, 눈빛에 옮겨갔다.
누군가와 손을 잡는 것조차 위험해졌고, 따뜻한 한마디가 치명적 전염 경로가 되었다.
도시는 어느새 빛을 잃었다.
감정 억제제 배포령, 비상 감정 방역법 발효, 예술 금지.
아이는 그 모든 것이 시작되던 날, 어머니의 손을 잡고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회색 커튼이 드리워진 창가.
뉴스 속 화면에선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앵커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어머니의 손이 서서히 떨리기 시작했다.
눈에 맺힌 미세한 눈물이 마치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어린 이안은 직감했다.
무언가가 — 보이지 않는 것이 — 어머니의 몸을 파고들고 있다는 것을.
"이안아, 눈을 감아."
어머니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리고 이안은 어머니의 차가워진 손을 쥔 채, 끝내 감염되지 않은 채 홀로 남겨졌다.
10년 후.
지금, 그는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감정을 허락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정확히 6시간마다 회색 캡슐을 삼킨다.
거울 속 자신의 눈동자가 흐릿해져가는 걸 보면서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 상담소 문을 두드린 낯선 여인은 —
눈물이 흐르는 채로 웃고 있었다.
그 순간,
묻어두었던 무언가가 그의 가슴 깊은 곳에서 미세하게 숨을 쉬기 시작했다.
회색 숨결이 깨어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