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에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이안은 평소 같으면 무감정 대응 프로토콜을 가동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윤아린이 직접 걸어서 이곳까지 온 것 자체가 ‘비상’이었다.
그는 정면을 응시한 채 조용히 말했다.
“지금 상태로는 감정경찰단의 감지망에 걸립니다.”
윤아린은 피식, 짧게 웃음을 흘렸다.
웃음 속엔 명백한 슬픔이 섞여 있었다.
“이미 알고 있어요.”
“…그럼 왜 여기에?”
그녀는 천천히 시선을 숙이며 속삭였다.
“죽고 싶지 않아서요.”
이안은 처음으로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죽고 싶지 않아서.
이 시대엔 감정을 되찾는 것보다, 죽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일어나 천천히 차단막 커튼을 내렸다.
감정 감지기의 시야를 막는 비상용 장치였다.
그 행동만으로도 이안은 이미 선을 넘은 셈이었다.
“윤아린 씨.”
그는 조용히 앉으며 말했다.
“지금 상태로는 억제제 복용 재개가 최선입니다. 감정을 유지하겠다면 리스크를 감수해야 합니다.”
윤아린은 고개를 저었다.
눈물이 흐르는 채로.
“억제제… 다시 먹으면, 아무 것도 느낄 수가 없어요. 사람 얼굴도, 목소리도.”
그녀는 숨을 내쉬며 두 손을 가슴 위에 올렸다.
“여기가, 텅 빈 것처럼 아파요.”
이안은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어딘가가 묵직하게 울렸다.
잊고 있었던 감각이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감정을 유지하고 싶다면 위험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윤아린은 고개를 들었다.
희미하게 떨리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도와주세요. 제발.”
그 짧은 한마디가 이안의 안에 있던 오래된 벽을 금가게 했다.
그 순간.
삐——익.
감정 감지기가 짧은 경고음을 냈다.
누군가 외부 감지망에서 접근 중이었다.
이안은 빠르게 책상 서랍을 열었다.
비상 차단 프로토콜 장치.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따라오십시오. 시간이 없습니다.”
윤아린은 눈을 깜박이며 그를 따랐다.
그 순간부터,
이안의 철벽 같던 일상은 무너지고 있었다.
삐——익.
경고음이 다시 짧게 울렸다.
이번엔 분명했다.
외부 감지망 교란. 누군가 접근 중이었다.
이안은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여기서 나가야 합니다.”
그는 책상 서랍에서 얇은 회색 은폐 망토와 차폐 렌즈를 꺼냈다.
공식 등록 상담사들만 비상용으로 지급받는 고가 장비였다.
윤아린의 눈빛이 흔들렸다.
“...감정경찰단이 오는 건가요?”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는 짧게 대답하며 차폐 렌즈를 건넸다.
“눈을 가리세요. 감지망은 동공 반응부터 탐지합니다.”
윤아린은 떨리는 손으로 렌즈를 착용했다.
그 사이 이안은 상담소 뒤편의 비상 통로를 열었다.
벽 너머에서 무거운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도심 뒷골목.
좁고 어두운 골목 사이로 두 사람은 빠르게 이동했다.
이안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무감정 구역으로 가는 우회 경로.
그곳만이 당분간 경찰단의 감지망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왜, 저를 돕는 거예요?”
달리던 중 윤아린이 숨 가쁘게 물었다.
이안은 잠시 멈칫했다.
정확한 이유는 그도 몰랐다.
그러나 방금 그녀가 말했던 한마디가 계속 맴돌았다.
"죽고 싶지 않아서요."
그건 이 시대에서 가장 강한 감정이었다.
그는 짧게 대답했다.
“나도... 기억하고 싶어서.”
그리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