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회색숨결 09화

8장. 과거로의 문

by 진영솔

폐허 지하실, 비밀 은신처

도시는 지금 전면 소탕령 하에 있었다.
경찰단은 무감정 구역을 하나씩 밀어붙이고 있었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윤아린은 벽에 기대앉아 있었다.
여전히 가슴은 미열과 진동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이안은 조용히 다가갔다.

“지금부터 훈련을 시작하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평온하고 단단했다.

윤아린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저... 또 폭주하면...”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지금까지 **의식 없이 터트린 것 뿐입니다.
이번엔 의식적으로 감정을 ‘조율’할 겁니다.”


그는 손을 내밀었다.

“제 손을 잡으세요.”

윤아린은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살짝 떨리는 손끝.
그러나, 이번엔 스스로의 의지로 연결된 접촉이었다.


“좋아요.
지금, 제 목소리에만 집중하세요.”

이안은 부드럽고 낮은 톤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숨을 천천히... 깊게.
감정은 흐르는 겁니다. 막는 게 아니라... 흐름을 따라 조율하는 것.”


윤아린은 천천히 호흡을 맞췄다.
그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온기가 심박을 안정시켰다.

조금씩, 내면의 파장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갑자기 —

부드러운 어조 속에 이안이 말했다.

“당신이 가장 아팠던 순간을 떠올려보세요.”


윤아린의 눈에 순간 눈물이 맺혔다.

“…엄마… 아빠가… 제 눈앞에서…”

말끝이 떨렸지만, 이안은 조용히 손을 더 단단히 감싸쥐었다.

“괜찮아요. 그 감정을… 부정하지 마세요.
흐르게 두세요.”


윤아린의 눈물이 한 방울 뺨을 타고 흘렀다.
그러나 이번엔, 방 전체를 뒤흔드는 감정 폭주는 일어나지 않았다.

파장은 미세하게 진동하다가 점차 안정세로 돌아섰다.


유진이 지켜보다가 놀란 듯 말했다.

“...조절하고 있어... 이안, 정말...”


윤아린은 숨을 헐떡이며 이안을 바라보았다.

“...됐나요...? 저... 조금은...”

이안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잘했습니다. 지금처럼 계속 연습하면... 감정을 제어할 수 있어요.”


그때, 통신기가 울렸다.


감정경찰단 내부 회의실, 본부

최서영은 홀로 단말기를 확인하고 있었다.

암호화된 반란 세력 메시지가 들어왔다.

[프로토콜 G 활성화 가능성 감지됨.
NAAC 확보 전 정부 긴급통제 가능성 있음.
내부 접촉자 확보 요청.]


그녀는 숨을 내쉬며, 회의실 문을 열고 강도윤 앞에 섰다.


강도윤은 차갑게 화면을 넘기고 있었다.

“B-13 구역 잔존 세력 분석 결과.”

그는 조용히 말했다.

“이안 리, 윤아린...
둘 모두 반드시 포획해야 한다.”


최서영은 눈을 좁혔다.

“...윤아린, 왜 그렇게까지 위험합니까?”

강도윤의 시선이 차갑게 빛났다.

“그 아이는... ‘최초의 완전 전파형 NAAC’ 가능성이 있다.
살아남는다면 도시 전체가... 무너진다.”


그의 말끝에는 희미한 분노가 실려 있었다.
그러나 그 분노가 누구를 향한 것인지 —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최서영은 속으로 결심했다.

“...모두 무너뜨릴 수 있는 건... 그들이 아니라 당신 같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겉으로는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명령 확인했습니다.”


폐허 지하실, 은신처로 복귀

이안은 윤아린과 함께 NAAC 기록 분석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때, 문득 한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실험 케이스 X-002]
**- 피험자: 여성, 30대 초반

상태: 사망

유전자 프로필: [Lee Jihyun]**


이안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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