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회색숨결 08화

7장. 기록의 조각

by 진영솔

무감정 구역 B-13 외곽, 폐허 건물 지하실

탈출한 이안 일행은 폐허 속에 숨었다.
숨소리조차 죽인 채, 경찰단의 드론 소리가 멀어지기를 기다렸다.


윤아린은 여전히 미열과 떨림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안에게 속삭였다.

“...제가, 또... 모두 위험하게 만든 거죠.”

이안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당신 안에서 뭔가가 깨어났을 뿐.

그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감싸 쥐었다.

따뜻한 감각이 아린의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숨죽인 눈물이 한 줄기 흐르려던 찰나 —


딸깍.

유진이 오래된 금고를 열었다.
이안이 시선을 돌렸다.

“...찾은 건가요?”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꺼운 문서 더미를 꺼냈다.

“폐쇄된 연구소 기록 일부야.
그때 네가 말한 ‘NAAC’ 보고서가 여기 있을지 몰라.”


이안과 유진은 빠르게 기록을 넘겼다.

그때, 한 페이지에서 **‘N.A.A.C’**라는 표기가 눈에 들어왔다.

[비촉각 감정 감염자(Non-contact Affective Contagion Carrier)]
- 보고서 일련번호: X-0173
- 연구 책임자: 강도윤


이안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역시 그 사람이었군.”

윤아린은 문서를 바라보며 숨죽였다.

“그게... 저랑 관련이 있나요...?”

이안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확실하진 않아. 하지만...
그때 네 폭주 양상은 보고서에 적힌 사례와 매우 유사해.”


그 순간, 밖에서 진동음이 울렸다.

유진이 빠르게 스캐너를 확인했다.

“...경찰단 대규모 이동.
B-13 구역 전면 소탕령 발동.”


민호가 이를 악물었다.

“...우릴 완전히 지울 셈이군.”


이안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

“...더 깊이 들어가야 해.
그리고... 이 기록을 완전히 분석해야 해.”

그는 윤아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너 안에... 우리가 모르는 진실이 있다.”


윤아린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계속 옆에 있어도 될까요...?
...선생님 곁에 있으면... 덜 무서워요.”

이안은 짧게 숨을 고르고,
처음으로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아린.
난... 널 혼자 두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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