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회색숨결 06화

5장. 무감정 구역으로

by 진영솔

좁고 축축한 계단 끝.

이안은 철문을 밀어 열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도시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무감정 구역.
B-13 구역 내부.

공식적으론 "폐허 구역."
실상은 억제제를 거부하거나 도피한 자들의 은신처였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깨진 가로등, 벽에 덕지덕지 붙은 금지 포스터.
그 중간중간에는 색이 있는 벽화가 드물게 남아 있었다.

색.
이 시대에선 감정과 직결된 금지 요소였다.

윤아린은 숨을 헐떡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런 곳이 있었군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두려움과 설렘이 섞여 있었다.

이안은 짧게 말했다.

“여긴 위험한 곳입니다. 억제제를 끊은 자들만 모이니까.”

그 순간, 골목 저편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스쳤다.


비밀 거점.

좁은 창고 내부.
이안은 윤아린을 데리고 다시 감정 복원 모임 멤버들과 합류했다.

유진이 곧장 말했다.

“경찰단이 움직였다. B-13까지 감지망이 확장됐다.”

민호는 창밖을 힐끔 보며 중얼거렸다.

“드론이 떴어.”


윤아린은 한쪽 구석에 앉아 떨리는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억제제를 끊은 지 사흘째.
지금쯤이면 금단 폭주 초기 증상이 나타날 시점이었다.


그때였다.

“아린 씨!”

소연이 재빠르게 다가갔다.

윤아린은 숨을 헐떡이며 급격한 감정의 파동에 휘말리고 있었다.

눈물이 쏟아졌다.
입술은 새파랗게 질리고 온몸이 떨렸다.

“그만... 너무... 너무 아파요...”

그 순간, 방 안에 미세한 공명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유진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이안은 직감했다.

아린의 감정이 공기 중으로 퍼지고 있었다.
일종의 비감각 전염 현상.

그는 즉시 차폐 필터를 가동했다.

“모두 렌즈 착용!”


그러나 너무 늦었다.

한 명의 조력자가 감정 파장에 노출되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민호가 이를 악물며 외쳤다.

“...진짜 터지겠어! 밖에까지 퍼지면—”

그 순간, 유진이 화면을 가리켰다.

감정경찰단 드론. 접근 3분 전.


이안은 이를 악물었다.

“아린 씨, 들립니까? 지금 제 목소리에 집중하세요.”

그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윤아린을 붙잡았다.

“여기서 폭주하면, 모두 죽습니다.”

윤아린의 떨리는 눈동자가 그를 응시했다.

“...도와주세요...”


그 순간, 강렬한 경고음이 울렸다.

경찰단 돌입까지 1분.

이안은 짧게 명령했다.

“...전원 이동 준비.
그리고 — 아린 씨는... 내가 데리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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