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회색숨결 13화

12장. 감정의 전염

by 진영솔

도시 외곽, 폐쇄 지하 터널

이안 일행은 폐쇄 연구소를 빠져나와 비밀 터널 구간으로 이동 중이었다.


윤아린은 숨을 고르며 말했다.

“...선생님, 왜...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감정을 두려워할까요...?”


이안은 한 박자 숨을 내쉬었다.
잠시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10년 전, 처음 '우울증성 감염'이 발생했어.
그땐 누구도 몰랐지. 감정이...
전염될 수 있다는 걸.”


유진이 뒤에서 조용히 덧붙였다.

“말 한마디, 눈빛, 스킨십...
슬픔이 공기처럼 퍼졌어.
그리고... 도시는 무너졌지.”


민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만든 게... 지금의 억제제 사회야.
감정을... 폐기물처럼 취급하는 세상.


윤아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전...
그 감정을 다시 퍼뜨리는 존재인 건가요...?”


이안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땐 통제할 수 없는 공포와 절망이 퍼졌던 거고...
지금 넌... 스스로 감정을 조율할 수 있는 존재야.


그 순간 —

터널 내벽이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유진이 경보기를 확인하며 경악했다.

“...아린 씨! 지금... 파동이 퍼지고 있어!”


윤아린은 숨을 들이켰다.

감정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미세한 파장.
그러나 점점, 공기 중에 따뜻한 울림이 퍼지고 있었다.


민호가 이를 악물었다.

“...나까지... 감정이 벅차오르는데...!”


윤아린은 눈물을 머금으며 말했다.

“...저... 막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왜 이러죠...?”


이안은 그녀를 붙잡았다.

“...아린.
네가 퍼뜨리는 건 공포나 절망이 아니야.
사람들이 잊고 살던 감정들이야.


그러나 동시에 —

이안의 마음 속엔 한 줄기 두려움이 스쳤다.

...지금 이 상태로 도시 한가운데 퍼진다면...


그 순간 —

� [암호 통신 도착]

발신자명: Zero

[접촉 지점 확보.
윤아린 보호 우선.
감정 확산 연구 필요.]


유진이 흠칫 놀랐다.

“...제로... 살아 있었어...?”


이안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우릴 부르러 온 거야.”


윤아린은 이안의 표정을 읽었다.

“...저 때문에... 위험해지나요...?”


이안은 대답하려다...
잠시 멈칫했다.


그 순간 —
윤아린의 눈빛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선생님도... 저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정적.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말끝이 살짝 흔들렸다.


윤아린은 그걸 느꼈다.
작게... 고개를 숙였다.


“...전... 혼자서라도... 제 감정을 지킬게요.”


그렇게 —
두 사람 사이, 첫 미세한 균열이 일었다.


그 순간, 제로 측 차량이 다가왔다.

흰색 코트의 인물이 차량에서 내렸다.

은빛 렌즈 뒤에서 빛나는 눈.

“...반갑네, 이안 리.
그리고... 윤아린 양.”


이안은 조용히 말했다.

“...제로.”


그렇게 —
운명의 만남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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