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CTURE 임시 본부, 지하 회의실
회색 벽과 단조로운 조명.
그러나 공기 속엔 묘한 긴장과 희망이 교차하고 있었다.
이안과 윤아린, 유진, 민호는 제로 앞에 앉아 있었다.
제로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10년 전, 나는 감정 억제제 초기 개발팀에 있었다.
그땐... 우리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고 믿었지.”
그는 잠시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러나 곧 깨달았네.
감정을 죽이는 건 치료가 아니야.
그건 인간을 죽이는 거지.”
그의 눈빛이 윤아린을 향했다.
“그리고... 네가 나타났어.
스스로 감정을 조율할 수 있는 존재.
인간 진화의 새로운 가능성.”
윤아린은 조용히 속삭였다.
“...전,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었어요...”
제로는 미소 아닌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바람이지.”
그때 유진이 통신기를 확인하며 말했다.
� [프로토콜 G 전면 발동 4시간 전.]
민호가 이를 악물었다.
“...시간 없어.
이대로 가면... 도시는 또다시 회색 악몽으로 잠길 거야.”
제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결단해야 한다.
전면 공개 → 시민들에게 감정 회복 가능성 알리기.
혹은 암묵적 투쟁 지속 → 체제 균열 유도.”
그 순간, 윤아린이 조용히 말했다.
“...저도... 선택할 수 있을까요?”
이안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한 순간 멈칫했다.
윤아린은 그걸 느끼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제로는 천천히 말했다.
“...당신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선택권을 가진 존재야.
네 감정을 어떻게 사용할지,
그건 누구도 강요할 수 없어.”
그 순간 —
� [FRACTURE 내부 요원 보고]
“감정 전염 현상... 소규모 발생 확인.
도심 외곽 → 시민들 사이 공감 반응 증가 보고됨.”
민호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아린 씨 파장이... 벌써 퍼지기 시작했어?”
윤아린은 숨을 삼켰다.
“...제가... 다시... 나쁜 결과를 만드는 건 아니죠...?”
이안은 입술을 떼려다 —
말없이 시선을 피했다.
윤아린은 작게 웃었다.
“...괜찮아요.
전 이제...
선생님이 아니라... 저 스스로 선택할 거예요.”
제로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선택의 경계에 선 거지.
이제 그 한 발을 디딜 차례야.”
그 순간 —
본부 경보가 울렸다.
� [경고.
감정경찰단 특수부대 접근 중.]
제로는 조용히 일어섰다.
“...결국, 그들도 결단을 내린 모양이군.
이제... 우리도 움직일 시간이다.”
이안은 윤아린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번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윤아린은 눈을 가만히 감았다.
“...전... 가겠습니다.
제 감정으로... 싸울게요.”
그렇게 —
아린은 그렇게 선택의 경계를 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