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회색숨결 23화

22장. 회색숨결

by 진영솔

시간이 조금 흘렀다.


도시는 여전히 회색이었다.


그러나

그 회색은 예전과 달랐다.


일부 구역에서는
억제제를 선택한 시민들이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그레이 캡슐을 복용하며,
안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구역에서는 —

억제제를 거부한 시민들이
감정 조율법 수업에 참여하며,
새로운 숨을 익혀가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감정 조율 수업이 시범적으로 도입되었다.

아이들은 감정을 억제하는 법이 아니라,
조율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감정은 나쁜 게 아니야.
그냥 숨처럼...
리듬이 있고, 흐름이 있어.
우린 그걸 배우는 거야."


중앙 광장 한편

어린아이가
색색의 풍선을 들고 뛰어다녔다.


그 옆을 지나던 노인은
잠시 멈춰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들이쉬었다.


감정경찰단 본부


폐허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강도윤은 행방불명.
최서영과 FRACTURE 측 일부는
새로운 감정 조율 체계 구축 논의 중이었다.


윤아린조용한 카페 구석에 앉아 있었다.


이안과 마주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렇게 끝날 거라곤
생각 못 했어요.”


윤아린은 작게 웃었다.


“...하지만...
끝난 건 아니잖아요.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숨은... 아직 흐르고 있으니까.
그리고...
사람들도 이제
숨 쉬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으니까.


윤아린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거리에는 여전히
회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 사이로
색을 지닌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걷고 있었다.


윤아린은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그 숨은 —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숨.


그러나 분명히,

색을 품은 숨결이었다.


도시는 여전히

회색 숨결과 색의 숨결이
서로 교차하며 흐르고 있었다.


그 숨결은 아직 —

방향을 찾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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