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조금 흘렀다.
도시는 여전히 회색이었다.
그러나
그 회색은 예전과 달랐다.
일부 구역에서는
억제제를 선택한 시민들이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그레이 캡슐을 복용하며,
안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구역에서는 —
억제제를 거부한 시민들이
감정 조율법 수업에 참여하며,
새로운 숨을 익혀가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감정 조율 수업이 시범적으로 도입되었다.
아이들은 감정을 억제하는 법이 아니라,
조율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감정은 나쁜 게 아니야.
그냥 숨처럼...
리듬이 있고, 흐름이 있어.
우린 그걸 배우는 거야."
중앙 광장 한편
어린아이가
색색의 풍선을 들고 뛰어다녔다.
그 옆을 지나던 노인은
잠시 멈춰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들이쉬었다.
감정경찰단 본부
폐허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강도윤은 행방불명.
최서영과 FRACTURE 측 일부는
새로운 감정 조율 체계 구축 논의 중이었다.
윤아린은 조용한 카페 구석에 앉아 있었다.
이안과 마주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렇게 끝날 거라곤
생각 못 했어요.”
윤아린은 작게 웃었다.
“...하지만...
끝난 건 아니잖아요.”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숨은... 아직 흐르고 있으니까.
그리고...
사람들도 이제
숨 쉬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으니까.”
윤아린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거리에는 여전히
회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 사이로
색을 지닌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걷고 있었다.
윤아린은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그 숨은 —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숨.
그러나 분명히,
색을 품은 숨결이었다.
도시는 여전히
회색 숨결과 색의 숨결이
서로 교차하며 흐르고 있었다.
그 숨결은 아직 —
방향을 찾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