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래 May 11. 2024

열심히 깨 지는 중!

웹소설에 도전하다!

재작년, 아는 만화가가 웹소설에 도전했다며 링크를 보내와 그가 연재하는 글을 읽었다. 판타지 역사물인데 재미있었다. 글도 좋았다. 처음에는 윗 순위에서 글이 보이더니 점점 밀려 나중엔 어디에 있는지 찾기 힘들었다.


얼마나 많은 글이 올라오는지 한 회만 쉬어 가도 순위가 바닥으로 내리 꽂혔다. 결국엔 연재를 마치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끝냈다.


웹소설을 더 잘 쓰고 싶어 그 분야의 사이버대학을 졸업했다는 그가, 또 어디서 하는 웹소설 공모전에 도전했다고 소식을 전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좀 느긋하게 글을 올려도 될 것 같아, 경쟁이 덜 한 곳을 택했단다. 링크를 보내주며 순위를 떠나 마음 다 비우고 편하게 연재 중이라며 읽어보라 했다.


“예전에 내가 도전했던 곳 있잖아요. 거기 공모전 하던데 선생님도 한번 도전해 보세요.”


“맞아! 거기였죠!”


그제야 이 년 전에 그이가 도전해 놓고 “밤을 새우며 써대도 따라가기 힘들다” 했던 사이트 이름이 생각났다. 남성 독자들이 가장 많다는 곳이다.


그때도 나보고 도전해 보라 했었는데, 찾아 들어가 보니 공모전 안내가 큼지막하게 대문에 걸려있다. 회원가입은 돼 있고 휴면 상태였다. 아는 이가 웹소설을 연재할 때 회원가입을 했던 기억이 났다.     


“좋아! 장편 하나 쓴다는 생각으로 도전해 보자고! 아자!”


그런 마음으로 첫 편을 올리려니 휴면계정이라 해제부터 하란다.


휴면을 풀고 글을 몇 편 올렸는데 반응이 영 신통치 않다. 아는 이에게 연재 시작했다며 보라 했더니, 그 이가 그런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가적인 품평이라며 소주 한 잔 사란다.


“이렇게 쓰면 안 돼요! 서사고 묘사고 그런 것 다 빼고 단문으로 짧고 쉽게 써야 해요! 뭔가 설명하고 생각하게 만들면 안 읽어요! 첫 편부터 자극적으로 써야 해요! 이따금 욕도 좀 하고! 글 좀 쓴다는 사람들 개폼 잡다 다 깨져요!”


또 그런다.


“예전엔 외계인 귀신 환생 뭐 그런 내용들이 잘 나갔는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돈 벌어 재벌 되는 얘기 같은 거 좋아하더라고요! 도시 생활에 지쳐 있는 사람들이 많아 그런지 귀농해 돈 번 얘기도 올라오던데, 그것도 많이 보더라고요! 그건 선생님 전문이잖아요! 사실 나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암튼 소설 쓰듯 문장으로 승부하면 안 되고, 자극적인 스토리라야 먹혀요!”


그 얘기를 듣고 남들이 쓴 글을 읽어 보니, 그의 말이 맞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정말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말도 안 되는 얘기와 문장에 환호다. 물론 말이 안 된다는 건 내 기준에서다.


어차피 시작한 것 끝장은 봐야겠기에, 나도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만들고, 문장을 바꿔 가며 쓰지만 잘 안 된다. 글을 올려도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휘발성이 강하다.


자꾸 설명하려 들고 묘사하고 서사적으로 꾸며진다. 욕도 이따금 섞으라는데 그건 죽어도 못 하겠다. ‘졸라’ 힘들다.


‘개폼’ 잡을 생각은 애초부터 없지만, 문학적(?)인 똥폼을 자꾸 잡고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힘 빼야 하는데 잘 안 된다. 젊은 사람들한테 열심히 깨지는 중이다.


힘도 빼고, 깨질 만큼 깨지고 나면 나는 많이 겸손해진 아주 훌륭한 인간으로 변해 있을 게다. 새롭고 최신형인 문장들로 무장한 AI급 현대인 돼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바람 없이 오로지, 그 기대만으로 연재가 잘 끝날 수 있기만 기도한다.



이전 02화 먼지구덩이도 푸른산도 다 마음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