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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래 Aug 01. 2024

호흡 알아차리기 '아나빠나삿띠'

졸리면 자면 되고… 그것도 명상 효과!

위험을 느끼고 불안하면 뇌의 편도체가 활성화 돼 몸이 긴장하고 공격적으로 변한다. 편도체가 작동하기 때문에 인간들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고 생명을 보전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는 이전 글에서 했다.

  

편도체가 필요할 때 적당히 활성화되면 문제없다. 많은 위험과 불안함에 노출돼 사는 현대인들은 수시로 활성화되고, 활성화하면 시간도 길다. 불안증이 생기고 오작동해 공황장애나 분노조절장애 등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소화불량, 암 등 몸도 병들게 한다.


수시로 활성화하는 편도체를 안정화시키면 불안감을 없애고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건강도 지킬 수 있다. 편도체 활성화를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병원을 찾아 약물에 의존할 수도 있고 운동이나 요가 등 몸을 쓰는 방법도 있다. 명상하는 방법도 있다. 필요하면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 하면 된다.


어느 방법이든 한두 번 해 효과가 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생활 속에서 습관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명상이 가장 좋다.





명상 방법 중 가장 많이 알려졌고 따라 하기도 쉬운 방법이 호흡명상이다. 호흡은 다양한 종교나 각종 수행법에서 중요하게 생각한다. 도교에서는 ‘운기조식(運氣調息)’이라 하여 호흡을 통해 기운을 조절하는 훈련을 했다. 조선시대 선비들도 ‘조식’이라 하여 평소 숨을 고르는 수양을 했다. 따라 하기는 쉬워도 제대로 하기는 어렵다.


석가모니 부처는 호흡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고대 인도 작은 왕국의 왕자였던 고마타 싯다르타는 출가 후 깨달음을 얻으려 인도 전역을 돌며 스승을 만났다. 하지만 고통만 따를 뿐 깨달음에 이르지 못했다. 굶주림과 고행으로 기력이 쇠해 쓰러졌을 때 마을 처녀 수자타가 우유죽을 가져다주었다. 우유죽을 먹은 싯다르타는 기력을 회복하고 시원한 보리수나무 그늘에 정좌하고 앉았다. 그리고 호흡을 가다듬고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됐다.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호흡 내용을 고대 인도 지방의 언어였던 팔리어로 정리해 놓았는데 ‘아나빠나삿띠 숫따’다. ‘아나(들숨) 빠나(날숨) 삿띠(알아차림) 숫따(경전)’이란 뜻이다. 그래서 ‘아나빠나삿띠’를 ‘부처의 호흡법’이라 한다.


경전에는 아나빠나삿띠 즉, ‘들숨날숨을 알아차리는 방법’을 16가지로 정리해 놓았다. 몸으로 알아차리는 4가지 방법, 느낌으로 알아차리는 4가지 방법, 마음으로 알아차리는 4가지 방법, 의식으로 알아차리는 4가지 방법 등이다. 전문가들은 복잡하게 설명하는데 나는 그렇게 이해를 했다. 하나하나 설명도 쉽지 않고 경험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몸으로 호흡을 알아차리는 명상을 한다.





호흡명상법을 소개해 본다. 내 식대로 하는 방법이다.


정좌하고 편안히 앉는다. 의자에 앉아도 되고 서서도 할 수 있다. 가부좌로 앉든 아니면 반가부좌로 하든 편한 자세로 앉으면 되는데 척추를 세우고 머리가 그 위에 똑바로 얹혀 있다는 느낌으로 놓아야 한다. 척주가 똑바로 서지 않으면 방석을 접어 엉덩이 뒷부분에 받치고 앉으면 쉽다.


손은 편하게 무릎에 올리든가 양쪽 손끝을 붙여 동그라미를 만들어 배꼽 앞쪽에 두면 편하다. 눈은 방바닥 기준으로 2m 정도 전방을 주시하고 감는다. 그래야 집중이 잘 된다. 졸음이 온다는 이유로 눈을 뜨는데, 졸음이 오면 편히 잔다. 불면의 시대에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종교적인 이유로 혹은 잠을 이겨내고 다른 무엇인가를 얻으려 한다면 그건 모르겠다.


자세를 잡았다면 의식을 모아 내가 앉아있는 자세를 한번 점검해 본다. 엉덩이 위치와 척추와 머리, 다리, 손, 눈 등이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체크하고 불편하지 않은지를 의식해 본다.


편안하다면 의식을 얼굴로 가져가, 찡그리고 있는 곳은 없는지 힘을 주고 있는 곳은 없는 지를 찾아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힘을 빼고 펴고 풀어준다. 얼굴이 편안해지면 의식을 몸으로 내려 목부터 어깨 두 팔과 손, 가슴, 배꼽, 허벅지, 장딴지, 발, 발가락 곳곳을 훑어본다. 굳어 있는 곳 아픈 곳이 있으면 의식으로 어루만져주고 의식으로 풀어준다.


몸 훑어보기를 끝내면 긴장이 풀어지고 편안해진다. 심호흡을 해 준다. 숨은 코로 들이쉬고 코로 내뱉는 것이 좋고, 불편하면 날숨은 입으로 해도 된다. 들숨보다 날숨을 길게 한다. 심호흡을 하면서 들숨에 배가 나오고 날숨에 배가 들어가는지를 체크한다. 반대라면 숨을 잘 못 쉬고 있는 것이다. 심호흡을 차츰 줄이면서 숨이 스스로 알아서 쉬게 가만히 놓아둔다.


숨이 편안해지면 내 의식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올라온다. 그 생각을 쫓아가면 걱정도 생기고 불안하기도 하고 화도 난다. 쫓아가지 않으려니 잡고 있을 곳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의 호흡을 알아차려 보라는 것이다. 여러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방편으로 호흡 알아차리기를 하는 것이다.


억지로 알아차리려 노력하면 안 된다. 숨은 스스로 알아서 일어난다. 나는 지켜만 본다. 긴 숨인지 짧은 숨인지, 콧구멍의 공기가 차가운지 더운지, 습한지 건조한지도 알아차려 본다. 여러 가지 하면 집중이 안 된다. 한 가지만 알아차려 본다. 숨 쉴 때 콧구멍으로 들어가는 바람이 어디에 접촉하는지 그 접촉점을 알아차려 본다. 아니면 숨 쉴 때 배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을 알아차려 본다. 강제로 알아차리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숨은 그대로 놓아두고 보고만 있으면 된다.


하나에 집중해 알아차리고 있어도 다른 생각이 일어나 내 의식이 쫓아가고 있다. 그럴 때는 의식을 끌어와 호흡 알아차리기로 돌아오면 된다.


생각도 없어지고 호흡 알아차리는 것도 잊었다면 두 가지다. 하나는 잠들었든가, 또 하나는 아마 도를 터 다른 세상을 보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 ‘호흡알아차리기(아나빠나삿띠)’를 하는 과정에서 뇌의 편도체가 안정돼 마음이 편안해지고, 다른 뇌 기능은 활성화 된다.


활성화되는 다른 뇌에 대해서는 다음에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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