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래 Jul 30. 2024

불안초조하면 '가위바위보 심호흡'

공황장애, 불안증, 분노조절장애… 편도체 활성화 돼 사는 사람들

3만5천 년 전부터 지구에 살기 시작한 크로마뇽인을 지금 데려다 조종사 훈련을 시키면 비행기를 몰 수 있을까? 답은 “조종사가 될 수 있다”다.


구석기시대 인간의 뇌나 현대인의 뇌나 구조와 작동방식은 같다고 한다. 문명이 발달하며 인간의 뇌도 기술문명에 적응해 발전한 모습으로 살고 있지만, 근본적인 구조와 원리는 예나 지금이나 같기 때문에 크로마뇽인도 훈련시키면 조종사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인간의 뇌 중에는 편도체란 것이 있다. 측두엽 전방의 피질 안쪽에 있다. 모양이 아몬드처럼 생겨, 그리스어 'almond(편도)'에서 이름을 따왔다 한다.


편도체는 인간의 감정 중 특히 공포와 불안을 처리하는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물론 그 이상의 것들도 있지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느낄 때 활성화 된다.


인간은 위험에 처하면 공포심을 느껴 불안해 한다. 그래야만 살 수 있다.


파란불 신호등을 보고 건널목을 건너고 있는데 자동차가 멈추지 않고 달려오고 있다면 공포를 느껴 피한다. 공포를 느끼지 않으면 차에 치여 사고를 당한다. 원시인들이 초원에서 놀고 있는데 멀리서 큰 사자가 달려온다면 어떨까? 우선 두려운 감정, 공포심이 밀려올 것이다. 그런 감정을 느껴야 “걸음아! 나 살려라!”며 도망 갈 수 있다. 아니면 달려들어 싸울 것이다. 그런 공포심을 느끼지 못하면 사자밥이 된다. 위험할 때 공포심과 불안감을 느껴 몸이 재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뇌가 편도체다.

     

원시인의 뇌나 현대인의 뇌나 똑같이 편도체가 있고 같은 기능을 한다. 원시시대에는 공포심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은 단순했다. 사자가 나타나거나 멧돼지가 달려들거나 뱀을 보았거나 천둥 번개가 칠 때와 같이 자연에서였다. 상황도 짧았다. 사자가 나타나면 도망가거나 싸워 물리치거나 그러지 못하면 물려 죽든가 하면 끝난다. 천둥 번개도 순간적으로 치고 만다. 곧바로 상황종료가 되고 불안감이 없어진다.





그런데 문명이 발달하고 인간들이 사회화 하며 공포의 대상은 매우 복잡해졌다.

     

건널목을 건널 때 자동차가 달려온다. 자동차를 피하든가 피하지 못하면 치여 다친다. 이런 경우라면 사자가 나타났을 때처럼 금방 상황종료가 되고 끝난다.


그런데 전쟁터라면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 줄 모르기 때문에 전쟁이 끝날 때까지 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입시생은 시험이 공포다.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매일 불안하다. 실적이 신통치 않은 영업사원은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상사는 공포의 대상이다. 회사를 옮겨가면 거기에 또 다른 사자가 버티고 있다. 대출금 이자를 내지 못한 채무자는 은행이 공포고, 세금은 내지 못한 사업자는 세무서가 공포의 대상이다.     


원시인들이 들판에서 만나던 사자를 현대인들은 거리에서 집이나 학교 사무실에서, 은행 세무서에서 수시로 만난다. 그리고 들판에서 사자를 만났을 때처럼 도망갈 수도 없다. 학교나 사무실 은행 세무서에 있는 사자들은 들판 사자처럼 금방 사라지지도 않는다. 학생이라면 대학에 갈 때까지, 영업사원은 회사를 그만 둘 때까지, 채무자는 대출금을 갚을 때까지 불안하다. 그럴 때마다 편도체는 활성화 돼 불안한 감정 신호를 몸에 보낸다.


편도체가 활성화 돼 공포와 불안감을 느끼면 몸은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심장이 뛰고 숨이 가빠진다. 몸의 모든 에너지를 위험으로부터 도망가거나 싸우는 곳에 투입한다. 근육을 키운다. 팔과 다리가 튼튼해야 도망도 잘 가고 잘 싸울 수도 있다. 그래서 당장 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몰아준다.

     

몸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이 위다.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는 데 쓴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위로 보내는 에너지를 우선 급한 근육으로 보낸다. 또 자손을 번식시키는데 필요한 성욕도 잠시 보류시킨다. 몸의 면역력을 키우기 위한 에너지 소비도 많은데 그 에너지도 근육으로 보낸다.

     

사자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처럼 상황종료가 바로 되면 몸의 기능은 이전 상태로 금방 회복한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똑같은 상황이 매일 매시간 수시로 발생하고 오래 간다. 학교에서는 입시가 끝날 때까지, 아내는 남편 얼굴을 보지 않을 때까지, 며느리는 시어머니 얼굴을 보지 않을 때까지 편도체는 활성화 상태에 있다.


그러다 보니 몸의 근육은 불안으로 늘 긴장해 있고 심장은 수시로 뛴다. 피할 수 없으니 무엇인가를 공격해야 한다. 매사에 화가 많다. 에너지는 모두 긴장한 근육이 쓰고 있으니 소화가 안 되고 면역에 취약해 암과 같은 질병에 노출된다. 이성에도 관심이 없고 결혼한 부부도 각방을 쓴다.

     

수시로 편도체가 작동하다 보니 오작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감지하지 않아도 될 상황을 감지해 활성화하면 몸이 긴장한다. 이유 없이 심장이 뛴다. 점점 통제를 할 수 없다. 그 상태가 공황장애나 불안장애다. 피하고 도망갈 곳이 없다 보니 옆 사람에게 화내고 분노하며 공격한다.

      

크든 작든, 심각하든 그렇지 않든, 현대인들은 그렇게 살고 있다. 예의범절, 도덕규범을 따지다 보니 이성은 챙겨야 한다. 분노가 폭발해도 감정대로 남을 공격하지 못한다. 속병이 든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우울감에 자주 빠진다. 삶의 질은 떨어지고 행복하지 않다. 기분이 좋아지려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술을 마시기도 하고 심하면 마약도 한다. 순간은 기분이 좋아지고 벗어날 수는 있어도 지속적이지 않다. 중독에 빠진다.





그래서 운동을 한다. 몸을 움직이면 기분이 좋아진다. 등산하거나 경치 좋은 강변을 뛰고 걷고 마당에 꽃을 가꾸며 땀을 흘린다. 운동할 때는 불안감을 감지해 몸에 위험신호를 보내는 뇌의 편도체가 안정화 되기 때문에 몸의 긴장이 풀어지고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잠도 잘 온다.


편도체를 안정화 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또 있다. 바로 명상이다. 전문적인 명상 방법을 익혀 습관적으로 하면 좋지만, 불안하고 우울할 때나 두려운 마음이 생길 때 생각을 멈추고 잠깐씩 심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심호흡 하는 방법을 하나 알려준다. 이것저것 알려진 심호흡 방법들은 많다. 그런 것들을 응용해 내가 만들어 낸 방법이다. 생각날 때마다 수시로 하는데 정신적 육체적으로 효과가 좋다.


누구나 손으로 가위, 바위, 보를 할 수 있다. 방바닥에 앉아있든 의자에 앉아있든 아니면 서서도, 걸어가면서도 할 수 있다.


심호흡을 할 때 가위 바위 보를 같이 하면 집중이 잘 된다. 들이마실 때 손을 펴 ‘보’를 한다. 4초 정도 우주 공간의 좋은 에너지를 마신다는 느낌으로 숨을 들이마신다. 그리고 손을 바위로 바꾸고 배에 힘을 주고 에너지를 축적한다는 기분으로 4초 정도 참는다. 그 다음 손을 가위로 바꾸어 8초 정도 천천히 숨을 내 뱉는다. 몸 속의 찌꺼기를 내 보낸다는 마음을 갖는다.


연속동작으로 하면 4초간 손을 ‘보’로 하여 숨을 들이마시고, 4초간 손을 ‘바위’로 하여 숨을 참고, 8초간 손을 ‘가위’로 하여 숨을 내쉰다. 연속동작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숨을 4초간 들이마신다고 1초 2초 3초 4초 세며 들이마시는 것이 아니라 숨을 끊지 않고 자연스럽게 4초정도 들이마셔야 한다. 내쉴 때도 마찬가지다.


숨을 쉴 때 코로 쉬어야 한다. 불편하면 들숨은 반드시 코로 하고 날숨은 입으로 해도 된다.


호흡명상을 할 때는 이렇게 한 심호흡을 놓아버리고 평소의 호흡상태로 옮겨가야 한다. 다음에 설명하겠다.


가위바위보 심호흡은 생각이 날 때마다 수시로 할 수 있다. 4초간 배에 힘을 주고 숨을 참는 것이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나중에는 배에 힘이 실리고 여러번 해도 힘 들지 않게 된다.


숨을 들이마실 때 배가 나오고 내 쉴 때 배가 들어가야 하는데 그 반대인 사람들도 많다. 역호흡을 하는 것인데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숨을 들이쉴 때 배가 나오고 내쉴 때 배가 들어가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이전 02화 "생각을 끊어내면 어떻게 되는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