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작성하는 마음으로 제주 워케이션 준비하기
J의 기록
최근 2년간 나는 제주를 여러 번 방문했다. 심지어 갈 때마다 몇 주는 기본으로 머물곤 했으니 제주에 가는 친구들은 항상 내게 정보를 물었고, 자연스레 지인들에게 제주 가이드가 되어 있었다. 하도 많이 질문을 받아 따로 제주 지도 정보를 스프레드 시트로 정리해뒀을 정도다.
그 때문일까? B와 함께 워케이션을 가기로 결정되고 나니 B에게 내가 좋아하는 제주를 보여주고 제대로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사명감이 불타올랐다. 내가 먼저 제안한 일이었으니, 더 잘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던 것 같다.
이 모든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어볼 것도 없이 숙소였다. 두 명이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있는 숙소. 이전에는 혼자 부담해야 했으나 이번에는 B가 있다. 나는 조금 더 여유롭고 즐거운 마음으로 숙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는 조건은 대충 이 정도였다.
1.Work
- 주변에 소음이 크지 않는 숙소. 최소한 문을 닫아 외부와 차단할 수 있어야 함
- 2명이 업무 공간으로 사용하기에 적당한 크기의 공간 (너무 가까우면 동시 회의하는 경우에 방해됨)
- Zoom 미팅하는데 문제가 없는 wifi 속도
2.Stay
- 보안상 안전한 건물/위치
- 깨끗하게 잘 관리되는 공간 (가능하면 관리하시는 분이 가까이 살고 있는 곳)
- 제주 자연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위치
- 차로 10분 내외로 장을 볼 수 있는 마트
- 사는데 필요한 도구가 준비되어 있는 곳 (부엌/화장실/세탁기 등)
- 주차가 쉬운 곳
3.Vacation
- 제주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위치
- 주변에 카페/식당/자연 명소 등 적당히 둘러볼 만한 스팟이 있는 곳
- 제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에 너무 치우치지 않는 곳
- (개인적으로) 산과 가까운 곳
솔직히 말하면 나는 제주에 워케이션을 다시 간다면 어디로 갈지 마음으로 정해둔 상태였다. 바로 선흘리였다. 이름도 아름다운 선흘리는 함덕, 김녕에서 산 쪽으로 나아가면 있는 중산간의 시골 동네다. 내가 시골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으나 제주 토박이들 기준으로는 선흘은 '시골'이라고 들었다. (약간 할머니 집 있는 그런 느낌의 동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 기준 선흘리는 제주의 매력을 한껏 응축해 놓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엄청난 동네였다. 많지는 않지만 제주 느낌 가득한 식당과 카페가 간간히 있었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눈앞에 펼쳐지는 산과 숲, 자연경관이 내 마음을 홀려놓았다.
제주에 여러 번 오고 가면서 자연스럽게 발견한 취향저격의 동네였다. 자연스럽게 부딪히는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 대화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한편으로 나는 적막과 고독의 시간이 주기적으로 필요한 사람이었다. 때문에 나는 이전 워케이션에서 차를 타고 15분을 달려 선흘리에 가서 고독을 즐기다 오곤 했었는데, 이제는 그곳에서 살아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다행히 B도 나처럼 조용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위치를 정하고, 우리는 선흘리에서 적절한 가격의 숙소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운명 같은 숙소가 튀어나왔다. 등록된 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곳이었다. 가격, 시설, 위치, 그 어느 것도 아쉬운 것이 없었다. 도대체 이런 곳이 있을 수 있는 걸까, 여러 번 상세 사진을 확인했다.
그 당시에는 후기가 단 하나도 없어서 불안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절대 광각 카메라나 포토샵의 힘이 아닌 것 같은 상세 사진이 우리를 유혹했다. 결국 우리는 떠나기 4개월 전에 과감하게 숙소부터 결제하기로 한다. 그 선택은 제주에서의 워케이션을 풍성하게 만들어준 가장 중요하고도 훌륭한 선택중 하나였다.
그리고 남아있는 한 가지. 바로 한 달 동안의 차량 렌트였다. 이 부분에서는 여러 가지 안을 고민 했다. 코로나로 인해 제주도에 밀려드는 관광객이 늘던 시즌이었다. 때문에 장기렌트를 진행하지 않는 업체도 늘었고 있더라도 비용이 아주 비쌌다. 하지만 선흘리의 숙소는 차가 없으면 고립되기 딱 좋은 위치였다. (이 부분이 좋아서 예약했지만 말이다.)
찾는 자에게 길이 보인다고, 틈만 나면 초록창에서 장기 렌터카를 저렴하게 찾는 방법을 검색하던 나에게 뜬금없는 카페 댓글이 결과로 떴다. 심지어 번호도 함께. 찾아보니 한 달 렌트를 00만 원이라는 나쁘지 않은 가격에 했다는 후기글도 나왔다. 차를 직접 가지고 제주로 가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반가운 정보였다. 전화를 하니 이 정보를 어떻게 알았냐 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글쎄요, 어쩌다 찾았는데요?
결론적으로 이 업체를 통해 적당한 연식의 차를 빌리는 데 성공했다. 조금 쫄리는 기간이 있었지만 숙소도 렌터카도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이제는 가져갈 물건들을 준비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