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경일지 13
이 글을 읽거나 폐경에 관해 쓴 어떤 다른 글을 읽는대도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우리가 폐경에 반응하는 방식은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다. 그건 우리의 몸에 달려 있다. 또한 자기가 자기 몸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해도 (요가를 많이 하면 힘이 생긴다고 하는 것처럼), 실제로는 그럴 수 없다.
- 메리 루플 <나의 사유 재산> 35
초고 때부터 <멈춤>에 등장하는 'menopause’의 번역어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었다. ‘폐경閉經’이라는 말에 내포된 부정적 어감 때문에 '완경完經'이라는 단어로 대체하자는 의견이 현재는 상당수이고, 실제로 적잖은 맥락에서 완경이라는 단어가 쓰인다. 출판사의 편집자도 이 용어를 선택해보자는 제안을 해주었다. 그전부터 나는 이에 대해 오래 생각하며 텍스트의 안쪽과 바깥쪽을 고려해본 참이었다. 먼저, 텍스트 내적인 맥락에서 이 특정 에세이는 '메노포즈'가 가진 부정적인 의미, 즉 멈춤이라는 근원에서부터 글이 떠오르기 때문에 그 어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부정적인 단어가 긍정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글의 흐름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여겼다.
또, 글을 벗어나서도 ‘완경'이라는 단어의 사회적 맥락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단어에는 완료의 의미가 주어져 있고, 이는 난포를 한 달에 하나씩 사용하는 월경이 여성에게 부여된 과업이며 이를 완료한 것을 축하하자는 긍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다. 그리고 여기에는 번식의 일이 이제는 완성되었으니 당신은 다음 단계로 가도 됩니다, 하는 태도가 있다. 하지만 정말로는, 현실에서 대부분의 여성에게 월경이란 꼬박꼬박 찾아오는 귀찮은 손님이자 찾아오지 않으면 소식이 궁금하고 급기야는 불안해지는 친구와 같다. 임신과 모성에 관한 많은 신화와 달리, 월경도 폐경도 실제로는 그토록 아름답고 축복된 일이 아니며 많은 여성들에게 그것은 그저 태어났기에 겪어야 하는 신체의 변화일 뿐이다. 더욱이 임신에 참여하지 않는 여성들에게는 번식을 위한 월경의 의미가 특별히 엄숙하지도 않고, 닫힌다는 의미보다 완료된다는 의미가 더 긍정적일 것도 없다. '앞으로 임신을 하지 않겠다는 몸의 선언'의 의미로 완경이라는 용어를 쓴다면, 처음부터 임신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여성이 있다는 사실을 놓치게 된다. 월경, 임신, 출산, 폐경. 이러한 신체 작용은 생물학적 여성의 특성이 되기도 하지만, 이런 사건들 자체가 여성성을, 여성의 삶을 정의하지는 않는다. 여성의 삶은 번식 가능성과 반드시 결부되지 않는다. 번식의 끝이 완성의 의미를 주지 않는다. 하나의 문이 닫히고 그 너머의 문이 다시 열리듯이, 삶은 한 사람 안에서 오래오래 이어진다.
-옮긴이 박현주 (소설가, 전문번역가, 에세이스트)
행복한 노년은 맨발로 다가오며, 그와 함께 우아함과 상냥한 말들을 가지고 온다. 음울한 청춘은 절대 알 수 없었던 방식으로.
-메리 루플 <나의 사유 재산>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