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여성들이여 어서오시라, 세상 멋진 50대 북클럽

완경 일지 11 [50대 북클럽 첫 번째 이야기]

by 이화정
50이라는 나이에 대해 쓴 브런치북

다양한 독서 모임을 기획하며 운영하는 나에게 가장 편안하고 든든하며 의지가 되는 모임이 하나 있다.

50대 북클럽이다. 40대 막바지에 이를 무렵, 독서 모임에서 자주 이런 말을 했다.


"갱년기 여성들이여, 어서 오시라. 어쩌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전환기일지도 모를 폐경을 맞아 기념 파티를 벌이고 자축하며 북클럽을 만들어보자'


나는 부지런히 내 나이 또래의 참여자들을 꼬시기 시작했다.

2021년 1월에 시작한 50대 북클럽은 50세 이상만 참여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책을 읽고 모이지만 영화도 보고, 음악도 같이 듣고 운동도 함께 한다.

독서모임 운영자로서 책을 읽지 않고 독서 모임에 가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여기던 나는 50대 북클럽에서 처음 일탈을 했다. 존경할 수밖에 없고, 잘 보이고 싶고, 마냥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50대 언니들 틈에서 나는 절로 긴장이 풀린다. 더없이 편하고 흡족한 표정이 된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들켜도 괜찮을 거라 믿으며 두려워하지 않고 앉아 있게 된다.

책 이야기를 능가하는 중요한 화두가 있는 모임, 일상에 체화된 언어가 쏟아지는 자리, 사적인 이야기의 결말도 깊은 지혜로 귀결되는 대화가 가능한 모임이 50대 북클럽이다.


갱년기의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는 북클럽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한 몸에 대해 한탄하기 보다 그동안 애쓰며 살아온 자신을 치하하며 제대로 잘 돌보자고 의기투합한 멤버들은 운동 정보를 세세하게 나눈다. 맹목적인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이 아니라 육체와 정신의 긴밀한 관계를 면밀히 관찰하며 각자가 선택한 운동을 하며 신나게 단톡방에서 수다를 떨기도 한다. 운동 인증 사진을 올리거나 산책길 풍경을 공유하고, 효과를 본 홈트 정보를 소개하기도 한다


직장을 다니는 이들에게 점심 시간은 소중한 시간일 터. 그 시간을 쪼개 매일 70층 계단을(들을 때마다 매번 놀란다) 오르는 박애라 선생님은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명언을 남기셨다. 새로울 것도 없는 단어의 조합이건만 여지껏 나는 운동에 대해 그토록 강력한 동기부여를 받은 적이 없었다.

운동은 나를 사랑하는 일

글을 쓰다 말고 선생님께 다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졸랐다. 문자로 전송된 선생님의 일기에 울컥하고 말았다. 모임에서 말로 들려주신 것과는 다른 뉘앙스가 풍겨서다.

문득 계단을 오르며 이게 무슨 짓일까? 이렇게 힘든 걸 왜 해야할까 생각하다가...
나를 사랑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매일 고통스럽게 나와 싸우며 사무실을 나서는 시간. 그리고 한계단 한계단 가빠지는 호흡으로 오르는 이 일은 나와 싸우며, 나를 쌓아가며, 나를 사랑하는 일임을.
(박애라 선생님)

운동은 나를 사랑하는 일이니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주셨던 그날 결심했었다.

'하기 싫어 꾀를 부리고 싶은 날, 이 말을 꼭 기억해야지! 나를 사랑하는 일인데 게으름 피울 수야 없지! 운동이 나를 사랑해주는 시간이라면 기꺼이 해야지!!'

오늘은 처음으로 딸과 함께 수영을 한 날이다. 꼬꼬마 시절 수영장에서 배운 실력이 생각보다 훌륭해서 내내 감탄을 하며 바라보았다. 내가 꿈꾸는 부드럽고 우아한 몸짓으로 수영을 하는 딸을 보며 얼마나 흡족했는지 모른다.

운동은 너의 몸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시간이라고 딸에게도 잘 가르쳐주고 싶다.

강사에게 맺힌 한을 풀듯 딸을 졸졸 따라다니며 가르쳐 달라고 떼를 썼다. 친절하고 다정하게 영법을 가르쳐 준 딸 덕분에 오늘 나는 처음으로 배영으로 레인 끝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만세! 흠,,, 자유형은 아직도 갈길이 멉니다만)


내게 50대 북클럽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든든한 노후대책과도 같다. 지혜로운 인생 선배와 동료들은 생각만해도 기운이 난다. 나이 들며 겪어야 할 인생의 두려운 일들 앞에서 의지할 공동체가 있다는 건 큰 복이 아닐 수 없다.


우리끼리만 뭉치지 말고 연대의 장을 만들어 보자고 늘 궁리하고 있다. 건강하고 멋지게 50대를 통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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