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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정 Aug 02. 2023

역사적인 그 순간 대체 나는 뭘 하고 있었나

다큐멘터리 <수라> 리뷰 3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기억은 파편적이다. 33.9km 길이의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쌓아 간척지를 조성해 지역 발전을 도모하고, 나라 경제를 살리는 대규모 국책사업. 뉴스를 통해 일방적인 전달을 받은 기억이 더 많다. 세계 최대 갯벌과 철새들의 도래지가 사라지면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절박함을 안고 환경·시민단체들이 반대 운동을 펼치고, 성직자들이 65일간 삼보일배 행진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던 그때, 나는 뭘 하고 있었나? 뉴스에서 보고 안타까워한 것도 잠시, 내 새끼들 키우고 내 살림 챙기느라 먼 바다의 갯벌 위에서 벌어지는 사투를 나 몰라라 한 세월이 30년이다. 새만금은 여전히 공사 중이다. 갯벌은 모두 사라지고 수라 갯발만 남아 있다. 갯벌을 지키겠다고 20년 동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애를 쓰고 있는지 영화를 보며 처음 알았다.


수라의 '숫자들'

'수라의 시간이 쌓여갔다.'는 내레이션은 영화를 두 번째 봤을 때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던 말이다.


7년의 서사를 구축한 감독과 20년의 시민조사단의 활동을 축적한 기록. 이 영화 속에 스민 땀과 눈물을 감히 헤아릴 수가 없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 노고와 가치를 더 많은 이들이 알아주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현재 수라 갯벌에는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를 비롯해 검은머리갈매기, 쇠제비갈매기 등 법정 보호종 40여 종이 바뀐 환경에 적응하며 서식 중이라고 한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흰발농게는 10년 넘게 수라 갯벌에 물이 차기를 기다리며 생존하고 있다.

새만금 간척지의 원래 목적은 농경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산업단지 부지, 태양광 발전단지로 만들겠다며 말을 바꾸다가 이제는 총 8077억 원을 투입하여 공항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유일하게 남은 수라 갯벌을 메우고서 말이다.


1991년 새만금사업이 시작되고 30년이 흐른 지금 현재 '1308명의 국민소송인단을 원고로 하여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새만금 신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이제는 단순한 갯벌 보존 문제가 아닌 지구의 평화가 달린 일이 되었다. 2023년 6월 1일에 2차 재판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행정법원에서 열렸는데, 다음 기일은 9월 14일 15시 20분이라고 한다. 휴대폰 달력에 입력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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