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점심시간 사용설명서
직장인의 점심시간에 빠질 수 없는 한 가지,
식후 '커피' 한잔이 아닐까.
동료들과 점심을 먹을 때는 식당에서 나오면 습관처럼 근처 카페로 걸음을 옮겼다. 5분이든 10분이든 시간이 허락되는 만큼 매장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가 남은 건 테이크아웃컵에 담아 사무실로 가져와서는 갈증이 날 때마다 호로록 한 모금씩 들이켜곤 했다.
혼밥 후에도 카페인은 빠질 수 없지.
다음은 나의 사무실 라떼 레시피.
1. 유리컵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우유를 2/3쯤 붓는다.
2. 1에 캡슐커피를 진하게 내린다.
3. 아이스크림 한 조각을 톡 얹는다.
캡슐머신이 없을 때는 카누나 맥심 1봉을 소량의 뜨거운 물에 녹여 에스프레소처럼 활용한다. 단 게 당기는 날은 맥심 슈프림골드나 카누라떼를 쓴다.
커피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요즘 들어서는 카페인 섭취량을 염려해야 할 만큼 즐겨 마시게 되었다. 특히 점심시간에 마시는 커피는 그 역할이 크다. 오전 업무로 복잡해진 머릿속이 커피 한 모금에 잠깐은 정돈된다. 아직 절반 이상 남은 하루를 무슨 힘으로 버티지 싶다가도 어느새 피로가 조금은 가시고 기운이 돈다.
물 마시는 머그컵과 별도로 집에서 쓰던 유리컵 하나를 사무실에 가져다 두었다. 아이스커피는 종이컵이나 머그컵으로 마실 때보다 유리컵에 마시면 훨씬 시원하고 맛도 좋다. 하얀 우유에 스며드는 진한 커피색을 보고 있으면 기분까지 좋아진다.
유리컵만이 아니다. 내게 좋은 감정을 줄 만한 것이라면 주저 없이 사무실에 가져다 두는 편이다. 예를 들면 첫째가 그린 그림, 가족/동료들과 찍은 사진, 무릎에 얹으면 보온효과와 함께 안정감을 주는 얇은 담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에서 조금 더 행복하고 싶어서다.
행복이 별 건가.
사람들이 행복이라고 일컫는 조건들을 다 따라가는 건 자신도 없고 귀찮다. 환경 변화에도 굴하지 않고 행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내 행복의 공식들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
일주일을 마지못해 버티는 마음으로 살다가 주말 이틀에 최고급 호텔에 머물며 극한의 행복을 만끽하는 것보다는, 보통날에 '평범'보다는 조금 더 행복하다고 자주 느끼는 쪽이 행복의 총량과 평균을 동시에 올리기에 더 낫지 않을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그저 그런 하루가 아니라 제법 괜찮은 하루로 보내고 싶다.
제법 괜찮은 하루가 되기 위해 24시간이 모두 알차고 보람될 필요는 없다. 우연히 들른 비비큐 레스토랑 하나가 2박 3일의 여행을 근사한 경험으로 기억되게 하듯, 점심시간에 읽은 책에서 발견한 하나의 문장, 함께 식사한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제법 괜찮은 하루를 만들어줄 수 있다.
매일 먹는 커피를 조금 더 예쁜 컵에 만들어 먹기.
좋아하는 간식 옆에 두기.
누가 "뭐 먹을래?" 물으면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최애 점심메뉴 3개 정도는 기억하고 있기.
점심에 읽을 책 1권을 가방에 넣어 다니기.
아이들의 예쁜 모습을 언제든 열어볼 수 있게 글과 사진으로 저장해 두기.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나만의 행복공식들이다.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하루를 보내며 분노와 짜증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이 끓어오를 때마다, 적절한 온도의 행복을 끼얹어준다. 감정의 화살표가 불행으로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만 잘 유지해 주면 된다. 나머지는 주말이라는 시간이 해결해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