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실체와 스피노자의 실체

by 김준식


1. ‘장자’의 실체


『장자』'제물론' 끝 부분에는 재미있는 그림자 이야기가 등장한다. 두 명(개)의 그림자가 대화하는 장면은 실체 없는 그림자들이 마치 실체인 것처럼 대화를 주고받는다. 짙은 그림자 ‘경景’에게 옅은 그림자 ‘망량罔兩’이 깐죽거리며 말한다.


“당신(景)은 왜 그리도 불안정해 보이는 것이오?”


경이 답한다.


“무엇인가를 의지하는 게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은데, 내가 의지하는 그 무엇도 또 다른 것에 의지하는 것 같아서 그런가 보오.”


즉, ‘경’이라는 그림자는 실체의 그림자이므로 실체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그림자를 생기게 한 실체조차도 확실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경’의 모호한 이야기나 ‘망량’의 깐죽거림이 사실은 우리의 모습이다.


즉, 세상은 매우 상대적인 것임을 이야기한다. 다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과 지식에 의해 평가되고 표현되고 있는 것, ‘장자’는 이 자체를 근본적으로 의심하고 나아가 부정하고 있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은 또 원인이 있으며 결국 궁극적 원인은 ‘도道’일 것이다라고 '장자'는 추측하지만, 그 ‘도’의 구체적 작용과 내용은 ‘장자’ 자신도 또 우리 역시도 ‘망량’이나 ‘경’의 말처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장자’는 인간들이 느낄 수 있는 무형의 물질조차도 실체가 있다고 상정하고, 그것은 의지적意志的인 행위를 하지 않는 만물의 근원이며 우주의 발생, 생장, 소멸의 초보적 질료라고 생각하였다.


2. 스피노자의 실체


PROP. VI. One substance cannot be produced by another substance.( Part I. Concerning God.)

정리 6. 하나의 실체는 다른 실체에서 산출될 수 없다.


스피노자, 이를테면 서양의 실체 개념은 ‘장자’의 실체와는 전혀 새롭거나 아니면 다른 방향이다. 실체의 존재를 그림자로 파악하는 ‘장자’ 식의 논법과는 달리 서양의 실체는 바로 실체 그 자체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렇게 정면으로 파악하는 실체 개념도 다른 실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느낌이다. 스피노자는 실체가 하나라는 입장이므로 다른 실체를 이야기 함에 매우 조심스럽다. 그래서 정리 8에서 이렇게 분명한 선을 긋는다.


PROP. VIII. Every substance is necessarily infinite.

정리 8, 모든 실체는 필연적으로 무한하다.


그리고 증명 부분에서 슬쩍 “동일한 속성을 가지는 실체는 오직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그것의 본성에는 존재가 속한다.”라고 첨언한다. 이 말은 정리 7의 이야기와 무관하지 않다.


PROP. VII. Existence belongs to the nature of substances.

정리 7, 실체의 본성에는 존재가 속한다.


맴도는 느낌이다. 증명과 주석을 부가하지만 Substances를 명료하게 말하지 못한다. 신의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인데 당시 분위기로 볼 때 실체라는 말을 사용하여 신을 설명하고자 하는 '스피노자'의 용기가 대단하지만 “실체는 ~이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이 스피노자에게 있었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장자'는 우회적이기는 하지만 걸림이 없다. 그림자로 표시되는 무형의 실체는 유有를 예비하는 전 단계로서 무에서 유로 변화하는 이런 전환 과정이 바로 도道라는 것이다. 즉, 도를 자연의 보편적 법칙으로 보는 것이다. 이것은 도가 자연계('스피노자'에게는 신)를 초월하여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으로 냉정하게 감정을 억제하고 보편적 법칙으로써의 도의 개념을 상정하고 있는 면에서는 '스피노자'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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