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의 감정

by 김준식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스피노자는 공동체에서 쫓겨난 뒤 아마도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의 동료이자 위대한 천문학자였던 하위헌즈가 렌즈 제작의 비용으로 지불한 돈으로 자주 담배를 즐겼다는 기록은 있는 것으로 보아 자신의 심리적 상황을 위로하기 위해 담배를 피우며 자신을 위로했을 것이다.


자신의 복잡한 심리 상황을 들여다본 스피노자는 자신의 정서(EMOTION) 속에 떠돌고 있는 수많은 감정의 갈래를 분류하고 정리하여 그의 책 에티카에 옮겨 놓았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에티카 ‘제3 부 - 정서의 기원과 본성에 대하여’에는 아주 사소한 인간의 감정을 59개의 정리(Proposition-논리적으로 뜻이 분명한 문장)로 표현했고, 특히 정서의 정의(DEFINITIONS OF THE EMOTIONS)도 48개의 정서(EMOTION-감정으로 풀이해도 무방하나 에티카의 번역서 대부분은 정서로 번역한다.)를 면밀히 정의하였다. 에티카 중에서 비교적 잘 이해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59개의 정서(EMOTION)의 기원에 대하여 스피노자 스스로 정리한 대표적인 것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우리의 정신은 어떤 점에서는 작용을 하지만, 어떤 점에서는 작용을 받는다. 즉 정신이 타당한 관념을 갖는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작용하고 타당하지 못한 관념을 갖는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작용을 받는다.


- 작용을 한다는 능동적인 상황이고 작용을 받는다는 수동적인 상황이다. 스피노자가 타당한 관념이라고 표현한 것은 1장, 2장에서 설명한 신, 정신의 본성에 기초한다. 즉 신과 그의 뜻에 의해 규정된 정신에 부합하는 모든 우리의 정신은 매우 능동적이라는 것이며, 그렇지 못한 경우는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5. 사물은 하나가 다른 것을 파괴시킬 수 있는 한에서 반대되는 본성을 가진다. 즉 사물은 동일한 주체 안에 있을 수 없다.


- 약 40년 뒤 라이프니츠가 저술한 ‘단자론(The Monadology)’의 내용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20. 자기가 증오하는 것이 파괴되는 것을 표상하는 사람은 기쁨을 느낄 것이다.


- 스피노자가 대단한 철학자이기는 하지만 이 문장만 놓고 본다면 지나치게 솔직하지 않은가!


33. 우리는 우리와 유사한 것을 사랑할 경우 가능한 한 그것이 우리들을 사랑하게 하려고 애쓴다.


- ‘비슷한’이라는 표현은 영문 번역에 기초한다. 영문을 보자!


PROP. XXXIII. When we love a thing similar to ourselves we endeavour, as far as we can, to bring about that it should love us in return. 비슷하다는 의미의 Similar를 사용하였다. 스피노자 라틴어 버전에서도 역시 similem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비슷하다는 어원상으로 병립竝立의 의미가 강하다. 즉 ‘우리와 유사한’이라는 말은,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또는 내가 이미 사랑하게 되어버린~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48개의 정서의 정의 중에도 몇 개를 소개한다.


1. 욕망이란, 인간의 본질이 주어진 정서에 따라 어떤 것을 행할 수 있도록 결정된다고 파악되는 한에서 인간의 본질 자체이다.


- 욕망=인간, 스피노자의 생각에 절대 공감을 표한다.


6. 사랑이란 외적 원인의 관념을 동반하는 기쁨이다.


VI. Love is pleasure, accompanied by the idea of an external cause.


- 쉽게 이야기해서 ‘사랑은 표현해야 사랑이다’로 다시 번역할 수 있다.


15. 절망이란 의심의 원인이 제거된 미래 또는 과거의 사물의 관념에서 생기는 슬픔이다.


- 우리의 상황을 대비시켜 보면 스피노자의 이 정의가 즉시 이해되고 동시에 당시의 스피노자가 느꼈을 절망도 희미하지만 느껴진다.


27. 후회란 우리들이 정신의 자유로운 결단으로 행하였다고 믿는 어떤 행동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


36. 분노는 미움에 의하여, 우리들이 미워하는 사람에게 해악을 가하게끔 우리들을 자극하는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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