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엇을 하는지는 동기에 의해 결정되고, 그것을 얼마나 잘하는지는 마음가짐에 의해 결정된다.
-루 홀츠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길을 찾아가거나 지도를 보거나 주차를 하는 등 3차원의 공간을 시각화하고 조작하는 공간 지각 능력이 떨어진다는 통념이 있다. 공간지각 능력은 위치, 거리와 비율 등을 머릿속으로 가늠해내는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어, 평면 도형을 보고 3차원의 물체를 상상하고 또한 삼차원 물체를 다른 방향에서 보았을 때 어떤 모양일지 마음속으로 그려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각종 기계나 도구나 데이터를 다루거나 분석하거나 설계하는 일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이므로 기업의 직무적성 검사에서 3차원 도형 문제로 공간지각력을 평가한다. 공간 지각력은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개념화하는 추상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수학 능력과 관계가 있다. 수학은 기본적으로 자연현상에서 일정한 형식을 찾아내서 숫자와 기호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실제로 여자들은 공간 지각 능력이 남자에 비해 뒤지는 것일까? 사실 IQ 테스트에 의하면 남성과 여성 사이의 평균 점수에서 차이가 없으며 현재 많은 나라에서 여학생들이 정규 교육에서 남학생들을 능가하고 있다. 그러나 공간지각력에서 남학생들이 우수하다는 것은 동서양 문화 전반에 걸쳐 보편적으로 관찰된다. 남녀의 수학 실력이 비슷한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와 같은 곳에서조차 아직까지 공간적 추론 능력의 차이는 크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2016년 ‘심리과학’ 지에는 여자들이 남자들에 비해 공간지각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살펴본 연구 논문이 실렸다. 미국 UC 산타바바라 마가렛 타람피 박사팀은 남녀 대학생 135명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공간 지각 능력을 측정했다.[1]
테스트를 시작하기 전에 한 그룹에게는 ‘남성이 더 잘하는 공간 지각 능력 검사’를 한다고 이야기했고, 다른 그룹에게는 ‘여성이 더 잘하는 공감 능력을 측정하는 검사’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전자의 그룹에게는 목표 지점으로 가는 방향을 말해주거나 지도를 보고 길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테스트를 실시했다. 후자의 그룹에게는 물체가 아닌 사람을 세워두거나 시작점으로 하거나 길의 모퉁이마다 사람이 있는 지도를 보여주었다. 물체가 아닌 사람에 대한 질문으로 바꾼 것이다
.
그 결과 두 가지 방식의 시험에서 남학생들은 목표 지점으로 가는 능력에서 점수가 비슷하게 나왔다. 그러나 여학생들은 첫 번째 방식의 테스트에서는 남학생들보다 점수가 낮게 나온 반면 두 번째 방식의 테스트에서는 남학생들보다 점수가 높았다.
타람피 박사는 말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공간지각력에서 여성들의 능력을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성들이 공간지각 능력이 떨어진다고 알려진 이유는 남성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측정을 해서 여성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남녀의 공간 지각 능력 차이는 단지 측정 방식이 만들어내는 편견일 수 있다.”
감정 통제가 잘 안 되는 여성들이 공간 지각력이 떨어진다는 흥미로운 연구도 있다. 최근 ‘심리학 연구 저널’에 실린 독일 연구팀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공간지각 능력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지만, 감정을 통제하는 경향이 있는 여자들은 남자들과 유사한 수준의 심적 회전 능력을 보인다는 것이다. [2]
연구팀은 여성 28명, 남성 28명 등 총 56명을 대상으로 평소 감정 표현에 대해 설문조사와 함께 심적 회전 문제 48가지를 풀게 했다. 컴퓨터에 나타나는 모형을 보고 각도가 다르지만 동일한 형태의 도형을 찾는 문제였다. 각 문제마다 4초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문제의 난이도는 점점 높아졌고, 각 문제에 답할 때마다 “이런 ,
틀렸군요.”와 같은 멘트와 함께 얼굴 표정 이모티콘으로 답을 맞혔는지 틀렸는지 알려주었다.
실험 결과, 전반적으로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정답률이 높게 나왔다. 그렇다면 실제로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공각 지각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일까?
연구팀은 답을 연달아서 틀리는 경우에 주목했다. 그리고 특히 여자들은 앞 문제에서 틀렸을 때 그다음 문제를 틀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틀렸다는 멘트와 함께 이모티콘으로 표시되는 부정적 피드백에 감정이 흔들리고 집중력에 방해를 받아서 또다시 틀린 답을 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다음에는 여자들 중에서 감정을 잘 드러내는 그룹과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자제하는 그룹으로 나누어서 다시 테스트를 했다. 그 결과 감정을 통제하는 경향이 있는 여성들은 전체 정답 개수는 물론, 연달아 답을 맞힌 부분에 남자들과 같은 수준의 심적 회전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 실험은 규모가 작았던 만큼 단정을 할 수는 없지만, 공간 지각 능력은 성별이 아니라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과 감정을 처리하는 개인적 특성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1] Tarampi, M. R., Heydari, N., & Hegarty, M. (2016). A Tale of Two Types of Perspective Taking Sex Differences in Spatial Ability. Psychological Science,
[2] Psychological Research Volume 80, page 985-996(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