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불안이 사회적 불안과 손 잡을 때

불안이 이해하기<3>

by 살구민

결혼 및 이사 준비로 연재 글이 공지 없이 몇 주 연기되었습니다.

이번주부터 격주 일요일마다 정상 연재될 예정입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께 고맙습니다.



요즘 '의원면직'이라 쓰여 있는 퇴사 공문이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보일 정도로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유독 이제 막 일을 열심히 하기 시작해야 할 연차의 젊은 직원들의 퇴사가 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이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보수적이고, 지방에 위치한 공기업에서, 무엇보다 꼰대문화를 바꾸려는 의지도 별로 없는 오히려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조직에서 무엇을 바라겠는가. 퇴사가 빈번한 현 상황을 보며 나는 또 무력감에 빠진다. 과연 이 조직에 계속 있어도 되는 걸까? 나 역시 기성세대처럼 꼰대가 되진 않을까? 이 사회에서 도태되진 않을까?


사회에서 또는 집단에서 이상현상이 보일 때 우리는 불안해진다. 왜냐하면 당장 바꿀 수 없는 현실에, 이 사회에 우리가 소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나는 무기력함과 분노를 조용히 느낀다. 조용히 느끼는 건 이를 쉽사리 표출하지 않고 홀로 속앓이를 하며 어떤 선택을 할지 갈팡질팡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인이 느끼는 불안은 사회불안과 뗄 수 없는 유기관계를 맺고 있다.


사회적 불안이 개인의 불안에 영향을 주는 경우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4)에서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사회적 불안은 정치적 및 경제적 요인으로 다수의 사회 구성원이 경험하는 불안정한 정서(이현주 외, 2020, p.3)로 이는 청년들의 사회 진입 시기를 늦추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처음으로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지금의 세대가 느끼는 빈곤이 청년 시기에 잠깐 머물다 지나가는 것이 아닌, 노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을 뜻하기도 한다. 해당 자료에서 밝힌 청년들이 느낀 사회적 불안은 크게 지나친 경쟁에 따른 공정성 불안과 사회이동성(직업, 소득, 계급 등의 구분으로 이뤄진 집단 간 이동)에 대한 불만, 재산 및 소득 불평등으로 나뉘었다. 이러한 사회경제에 대한 불평등한 인식은 개인 삶의 만족 또는 불만족 평가뿐만 아니라 추후 가족 형성이라던지 미래 설계를 하는 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었다.


사회적 불안은 개인의 불안을 야기하고 이는 개인의 선택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변에서 들리는 국민연금 고갈, 내집마련의 어려움, 평생직장에 대한 의문, 하락하는 원화 가치와 급등하는 금리, 정치적 리스크까지 사회경제적 환경이 뒤흔들리니 개인의 불안 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이런 이슈를 생각하다 보면 머리가 지끈거림과 동시에 무기력감과 분노를 느낀다. 그렇다면, 내 또래 동료들이 퇴사한 건 이들 역시 변하지 않는 조직의 문화와 공정하지 않은 일처리 때문에, 개인의 불안이 커져 이런 선택을 내린 게 아니었나 싶다.


결국엔 생존하기 위해 생긴 불안

에리히 프롬의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에서 프롬은 자아가 불안하고 나약해지면 내가 내린 선택에 대한 자신도, 자유와 평등도 온전히 누릴 수 없다고 했다. 개인적인 우울과 불안이 나를 갉아먹기도 하지만 사회가 자유와 평등을 앗아가 개인의 힘을 약하게 만들지 않았나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불안은 앞서 말했듯 무력감과 분노를 만든다. 이 두 감정은 아이러니하게도 계속해서 정당성을 찾아내고 합리화한다는 공통점을 갖고있다. 가령 '이 무력감은 일시적인 거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라던지 '내가 화가 난 건 타당하니, 화를 낼 이유가 있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불안의 흐름이 장기화된다면 무력감에 절어버리거나, 내면의 불안이 밖으로 표출되어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수도 있다. 그럼 나는 어느 쪽에 있을까? 다른 곳으로 이직할 능력도 애매한 나는 아마도 당분간은 이 조직에 속해 있겠지만 그럼에도 변화를 희망하며 무력감에 시달릴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다 끝이 보이지 않으면 분노하려나? 나조차 그 불안의 끝을 알 수 없다.


결국엔 사회에 대한 불안도, 불평등한 인식도, 분노도 개인이 생존하기 위해서 생긴 거란 결론에 이르렀다. 나는 내가 행복하길 바란다. 그리고 모든 존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는 사회적 불안을 더 이상 외면하면 안 될 거 같단 생각이 든다. 생존 때문에 생긴 불안이니 이를 해소하기 위해 무력감과 분노에서 벗어나 조금이라도 나를 돌아보고, 주변에 관심을 주며 그렇게 하나씩 변화를 줘야겠다. 그렇게 하나둘씩 마음과 행동으로 변화를 만들다보면, 어쩌면 이전과는 다른 선택이 모여 더 나은 행복을 만들지 않을까.



*참고문헌*

이현주, 곽윤경, 전지현, 구혜란, 변금선. (2020). 한국의 사회적 불안과 사회보장의 과제–청·중년의 사회적 불안, 보건복지포럼[2024.07] 한국보건사회연구원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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